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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스페인 여행을 마친 이듬해, 다 하지 못한 스페인 북부 여행을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선 부부
 50일 스페인 여행을 마친 이듬해, 다 하지 못한 스페인 북부 여행을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선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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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스스로 별칭을 '빅풋(BigFoot) 부부'라고 붙였습니다. 실제 두 사람 모두 '큰 발'은 아니지만, 동네 골목부터 세상 곳곳을 걸어 다니며 여행하기를 좋아해 그리 이름을 붙였지요. 내 작은 발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새로움을 발견하는 거대한 발자국이 된다고 믿으며 우리 부부는 세상 곳곳을 우리만의 걸음으로 여행합니다. 우리 부부가 함께 만든 여행 영상도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 기자 말

'바르셀로나에 내가 있구나'

스페인으로 떠나는 50일 여행은 오래 준비했으면서도 아주 급하게 떠났습니다. 이미 6개월 전에 비행기 표를 끊어 놓고도 떠나기 전까지 일상이 주는 무게 때문에 끊임없이 취소할까 고민했던 여행이었어요. 그래서 바르셀로나에 발을 딛고도 '내가 정말 떠나온 것인가' 하고 의문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의 첫날 첫 아침, 평범한 일상 한 장면이 나를 일깨웠어요.

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신문 가판대. 개 세 마리와 함께 산책을 나선 할아버지와 가판대 주인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신문 가판대. 개 세 마리와 함께 산책을 나선 할아버지와 가판대 주인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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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이면 가족처럼 여기는 개 세 마리를 산책시킬 겸 람블라스 거리에 나섰을 할아버지. 아마 습관처럼 신문 가판대에서 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신문을 샀겠지요. 그리고 가게 주인 할아버지는 하루도 빠짐 없이 복슬복슬 강아지들의 털을 쓰다듬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을 겁니다.

동양의 한 여인이 잠이 덜 깬 얼굴로 커다란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것 빼고는 저들에겐 어제와 그제와 지난주와 별 다를 것 없을 아침 풍경이었겠죠. 동양의 한 여인은 그제야 느꼈어요.

'아... 난 떠나왔구나. 바르셀로나에 있구나.'

색다름이 반갑고 그들의 일상이 낯설어서 달려가 인사를 던질 뻔 했습니다.

"저 왔어요!" 하고요.

우리 부부가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걷는 속도에서만 보이는 풍경이 있고, 내 마음이 닿는 풍경 앞에서 잠시 멈춰 서야만 들리는 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50일에 이르는 스페인 여행의 첫날이자 바르셀로나 여행의 첫날, 우리 부부는 여느 여행에서처럼 작은 두 발로 열심히 움직였습니다.

숙소 근처였던 산츠 역에서 '바르셀로나 카드'를 먼저 만들고, 가우디와 함께 카탈루냐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건축가로 손꼽히는 몬타네르의 작품인 '카탈루냐 음악당'을 가이드 투어를 받으며 꼼꼼히 둘러봤습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내부도 책을 뒤적이며 오랜 시간 머물러 봤으며, 개인 소장임에도 혀를 내두를 만큼 전시품이 많은 '마레스 박물관'과 프랑코 독재 정권에 항거하면서도 조국인 스페인을 너무나 사랑했던 '피카소의 미술관'도 감동 받으며 둘러봤지요.

해가 질 무렵에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과 람블라스 거리에서 200년 가까이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산 조세프 시장'에서 간단히 장도 봤답니다.

독특한 건축물도, 유명한 미술품도 모두 우리 부부가 열심히 공부해가며 즐겁게 보는 것 중 하납니다. 특히 우리 부부는 여행을 할 때면 그 지역 건축과 미술에 대해 사전에 꼼꼼히 조사하고 입장이 가능한 곳은 되도록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여유롭게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나라에 한 달 이상은 머무르려고 하죠.

바르셀로나 대성당 앞. 시민들이 성당 앞 광장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앞. 시민들이 성당 앞 광장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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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부부가 여행에서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건축도 미술도 음악도 모두 감싸고 있는 거리 곳곳입니다. 내 발 딛는 골목골목에서 느껴지는 작은 움직임과 공기,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내 일상과 비슷한 소리들, 때론 유쾌한 음률, 때론 정적... 그런 것이 여행을 '진짜 나만의 것'이라 느끼게 해줍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내  납골당. 주제단 밑에는 바르셀로나 수호성인인 '성녀 에우랄리아'의 석관이 있다. 그녀는 AD 4세기에 로마인들 앞에서 신앙을 지키려다 순교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내 납골당. 주제단 밑에는 바르셀로나 수호성인인 '성녀 에우랄리아'의 석관이 있다. 그녀는 AD 4세기에 로마인들 앞에서 신앙을 지키려다 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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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마레스 박물관 내부. 조각가이면서 여행가, 수집가이기도 한 프레데릭 마레스 이 데우로볼(1893-1991)의 개인 컬렉션이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의 종교 예술 걸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프레데릭 마레스 박물관 내부. 조각가이면서 여행가, 수집가이기도 한 프레데릭 마레스 이 데우로볼(1893-1991)의 개인 컬렉션이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의 종교 예술 걸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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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블라스 거리. 유서 깊은 이 거리는 새장과 꽃 진열대, 노천 카페와 거리 예술가들이 늘 자리하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활기나 넘치는 거리다.
 람블라스 거리. 유서 깊은 이 거리는 새장과 꽃 진열대, 노천 카페와 거리 예술가들이 늘 자리하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활기나 넘치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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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여행 때마다 '진짜 우리만의 느낌'을 간직하기 위해 우리의 움직임을 영상에 담아왔습니다. 50일 스페인 여행 역시 HD 영상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스페인 50일 여행에서 우리 부부는 바르셀로나를 시작해 히로나, 타라고나, 그라나다, 말라가, 미하스, 네르하, 푸엔히롤라, 론다, 알헤시라스(지브롤터, 모로코 투어 포함), 세비야, 코르도바, 마드리드, 세고비아, 아랑훼즈, 톨레도를 여행했고, 중간에 잠깐 포르투갈 리스본과 에보라, 파티마도 다녀왔습니다.

이 50일간의 여행에서는 스페인 북부 지역이 아예 빠졌는데, 이듬해 스페인 북부 지역은 40여 일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여행했습니다.

우리 부부의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담긴 영상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바르셀로나 2편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스페인 영상, #바르셀로나, #배낭여행,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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