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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지난 8월 경남 진주시 초장동에 있는 고층인 '해모르' 아파트 단지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지난 8월 경남 진주시 초장동에 있는 고층인 '해모르' 아파트 단지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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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잦은 진주 방문으로 '정치적 중립성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김영호 감사원 감사위원은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역에 누님도 있고, 아는 사람도 있어서 감사위원이 된 이후에 한달에 한두 번 내려갔다"라고 주장했다. '진주을 출마설'에는 "연말에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출마 의지 자체를 감추지는 않았다.

그런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취재과정에서 진주지역의 한 인사로부터 "김 위원은 이미 진주로 이사까지 했다"라는 증언을 전해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추가취재에 나선 결과, 김 위원은 최소한 지난 8월에 진주을 지역구로 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총선 때 진주을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 주소를 이전한 것이다. 총선 출마가 아니라면 임기 4년이 보장된 감사위원이 진주에 집을 마련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공직선거법 제60조의 2(예비후보자 등록)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선거일 120일 전까지 예비후보자로 등록해야 한다.

"형님, 드디어 진주에 오셨군요"... "드디어 불을 지피시나보우"

김 위원은 지난 8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상남도 진주로 이사'라는 공지를 띄웠다. 이 공지글에는 2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형님, 드디어 진주에 오셨군요", "진주시 초장동 시민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등 축하하는 댓글부터 "드디어 불을 지피시나보우"라는 총선 출마를 암시하는 듯한 댓글까지 다양했다.

김 위원은 이러한 댓글에 "고맙네", "같은 주민으로 예쁘게 봐주세요", "다음번에 봉사 같이 하시죠" 등의 답글을 남겼다. 특히 그는 진주로 이사하기 전부터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진주시민으로 보이는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김 위원 부부가 지역에서 봉사활동하는 사진을 올린 뒤 "두 분 보기 좋았습니다. 어둡고 아주 낮은 곳까지 따뜻한 손길을 주시길"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김영호 감사위원은 페이스북에 '진주로 이사했다'고 알렸다.
 김영호 감사위원은 페이스북에 '진주로 이사했다'고 알렸다.
ⓒ 김영호 감사위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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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진주로 이사했음을 알리는 페이스북 글을 바탕으로 추가취재한 결과, 이 위원은 진주시 초장동 장재실쪽에 위치한 한 아파트로 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장동은 지난 1997년 초장동과 장재동이 합쳐진 행정구역으로 진주을 지역구에 속한다. '장재실(長財室)'은 부자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김 위원은 이미 7월 말에 장재실 근처에서 산책하고 있음을 알리는 글과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7월 31일 "오늘 아침 장재천변을 산책했습니다. 걸음을 걸으면 뒤돌아 보지 않는 습관 때문에 지나온 행적을 알 수 없었는데 두 바퀴를 돌다보니 지나온 길을 다시 걷는 데 지나쳐버린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우리의 삶도 한번 더 한다면 새로울까요"라고 페이스북에 쓰고, 장재실에서 새미골로 가는 길의 풍경이 담긴 사진을 올린 것이다.

7월 31일이면 김 위원이 '27개월 간의 사무총장'을 마치고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때다. 그는 8월 9일에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감사위원 임명장을 받았다. 특히 7월 31일은 금요일이었다. 감사위원으로 임명제청된 이후에는 평일에도 지역구를 챙긴 것뿐만 아니라 8월이 아닌 7월에 진주로 주소를 이전했을 가능성까지 보여준다. 나름대로 치밀하게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총선 출마할 생각이 있었는데도 감사위원 수락?

김 위원은 이르면 11월초, 늦어도 12월에는 감사위원직을 사임하고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연말에나 가봐야 총선 출마 여부를 알 수 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감사원의 고위간부가 임기 3년 반 정도를 남겨놓고 여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총선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사무총장 때부터 총선에 출마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 최소한 감사위원에 임명제청됐을 때 고사했어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총선 출마 계획이 있었는데도 감사위원을 수락했다면 감사원의 고위직을 선거 출마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또한 김 위원이 사무총장 때부터 진주를 방문해 총선 출마를 준비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서 그의 감사원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진주방문 건수(8~9월)만 해도 진주농산물도매시장, 경남도 서부청사추진단 주관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식, 봉원초등학교 동창회, 진주시청 근처 커피숍 등 적지 않다. 감사원법 제10조는 '감사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14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법제사법위는 감사원 국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김 위원의 잦은 진주 방문이 주요 쟁점으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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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영호, #진주시 초장동, #감사원, #감사원법, #진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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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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