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대통령이 8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차관·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영호 감사원 감사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나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차관·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영호 감사원 감사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나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김영호(55) 현 감사위원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거의 매주 고향인 진주를 방문해온 것으로 알려져 '정치적 중립성 위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진주 지역사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는 "김영호 위원이 지난 6월부터 거의 매주 진주에 내려왔다"라며 "목요일 저녁에 내려와 금요일에 열린 행사에 참석한 것을 본 적도 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는 "김영호 위원이 진주에 내려오기 시작한 지는 4,5개월 정도 됐다"라며 "사무총장을 그만두기 전인 4월, 5월부터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이 이미 진주로 이사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김영호 감사위원이 사무총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부터 내년 총선을 겨냥해 진주를 방문했다는 증언이다. 사실이라면 현직 사무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 위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행보다.

진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야권 인사는 "평일에는 위에서 일해야 하니까 내려올 수 없으니 주말마다 내려오고 있다"라며 "2주 전 주말에도 진주에서 봤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평일에는 부인이 진주에 와서 봉사활동한다"라며 "내년 총선에 반드시 출마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진주시의 한 시민은 "주로 주말에 내려오지만 공식휴가를 빙자해 평일에도 자주 내려오더라"라며 "경남도청 서부청사 리모델링 기공식 행사에도 '초청받았다'는 이유로 참석했는데 감사원 사무총장과 서부청사 리모델링 기공식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경남도청 서부청사 리모델링 기공식이 열린 때는 지난 7월 3일이었고, 당시 김 위원은 현직 사무총장이었다.

진주시의 한 관계자는 "김영호 감사위원은 100% 출마한다고 강하게 얘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김무성 대표는 죽어도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고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전략공천을 통해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할 것이다"라며 "전략공천한다면 박 대통령은 김영호 감사위원에게 공천을 주고 싶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청와대 코드인사'와 '실세 사무총장'

김영호 감사위원은 1961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진주고(50회)와 서울대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84년 행정고시(27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해운항만청을 거쳐 지난 1986년 감사원으로 옮겼다. 감사원에서는 재정금융국 총괄과장, 국제협력관, 특별조사국장, 재정경제감사국장, 기획관리실장, 제2사무차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김 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2013년 4월 감사원 2인자인 사무총장에 올랐다. 사무총장은 실질적으로 감사원의 감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사무총장 임명을 두고 "청와대와 코드를 맞춘 인사"라고 평가했다. 여당에서조차 "실세 사무총장"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의 감사원 국감장에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이례적으로 "(성용락) 감사원장 직무대행은 펜을 들고 받아 적고 있는데, 김영호 사무총장은 뒤로 딱 (허리를) 젖히고 아무런 역할도 안 하고 있다"라며 "실세 총장이어서 그런가, 자세가 아주 불량이다"라고 꾸짖어 화제가 됐다.

당시 권성동 의원이 성용락 감사원장 대행에게 질의할 때 김영호 사무총장이 "제가 답변할까요?"라고 끼어들어 권 의원으로부터 또 다시 "오늘 사무총장이 감사원장보다 더 큰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실세라고 소문나더니 자기 한참 선배도 무시하고... 경고하는데 경거망동하지 마세요"라는 주의까지 받았다.

김 위원은 사무총장 시절 세출구조 조정감사와 세월호 침몰사고 감사, 공공기관 방만경영 감사, 해외자원개발사업 현장감사 등을 총괄지휘했는데 이것도 "청와대의 코드 인사"라거나 "실세 사무총장"이라는 평가를 뒷받침한다. 특히 그는 사무총장 시절 4대강 사업과 관련해 'MB책임론'을 제기했고, 해외자원개발사업 현장감사에도 직접 참여했다.

김 위원은 지난 7월 '27개월 사무총장'을 마치고 감사위원에 임명됐다. 4년 임기가 보장된 감사위원은 감사위원회의를 통해 감사원의 감사정책과 주요 감사계획 등을 결정하는 자리로 차관급이다. 일각에서는 "야당과도 잘 통한다"라고 평가하지만, 사무총장에 이어 감사위원도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그를 '친박인사'로 분류한다.

감사원 사무총장 시절부터 김 위원의 '진주 출마설'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그런데 임기 4년이 보장된 감사위원에 임명되자 '내년 총선 출마는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지역 정가의 증언을 종합하면 사무총장 시절부터 '국회의원의 꿈'을 키웠고, 감사위원에 임명된 직후부터 본격적인 지역구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위원 "연말에 가봐야", 12월 사퇴하고 총선 출마?

김 위원은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역에 누님도 있고, 아는 사람도 있어서 한 달에 한두 번 내려간다"라며 "사무총장일 때는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야 하니까 못 내려갔다"라고 말했다. 그는 "감사위원은 주말에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감사위원이 된 다음에 내려가기 시작했다"라며 '사무총장 때부터 내려갔다'는 일부 주장을 일축했다.

김 위원은 '내년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지역주민들은 제가 제발 총선에 나왔으면 하고 있는데 아직은 모르겠다"라며 "공천을 줄지 안 줄지 모르지 않나, 연말에나 가봐야 (총선 출마 여부를) 알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가 새누리당 편을 들거나 새정치민주연합 편을 들면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생기겠지만, 지역에 내려가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과 상관없다"라고 반박했다.

진주 정가에서는 김 위원이 오는 12월 감사위원을 사직하고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감사위원에 임명된 지 5개월 만에 사직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중립성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는 감사위원 직을 총선 출마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그동안 감사원장이나 사무총장, 감사위원 등 감사원 고위급 인사가 중도에 사임하고 바로 여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사례가 거의 없다. 감사원장이나 사무총장 출신 국회의원도 아주 드물다.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구이긴 하지만 엄격한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기관의 특성 때문이다.

진주지역의 한 유력 정치인은 "김 위원은 7월 말엔가 감사위원 공식 임명장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임기 4년이 보장된 자리를 몇 개월 만에 그만두고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내려오는 게 공직자로서 적절한지 의문이다"라며 "사무총장 때부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대통령이 감사위원에 임명했을 때 김 위원이 그것을 고사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김 위원이 오는 12월 감사위원을 그만두고 총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임기 4년의 공직을 자기 선거 출마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이 된다"라며 "이것은 박 대통령에게도 누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감사원법 제10조(정치운동의 금지)는 '감사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다'라고 규정돼 있다.

한편 김 위원이 노리고 있는 '진주을'은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이 3선에 성공한 곳이다. 오태완 경남도지사 정무특보, 김영섭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 행정관, 서소연 새정치민주연합 진주을 위원장, 김영태 한일병원장, 천진수 전 경남도의원 등이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김재경 의원이 김 위원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역에서 나온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태그:#김영호, #진주, #감사원, #감사위원, #사무총장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