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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과 부채> 전시 포스터  차지량 작가가 디자인했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경기창작센터에서 주최하고 안성석 작가가 주관한다. www.umbrellafan.org
▲ <우산과 부채> 전시 포스터 차지량 작가가 디자인했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경기창작센터에서 주최하고 안성석 작가가 주관한다. www.umbrellafan.org
ⓒ <우산과 부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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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로에 있는 경기창작센터에서 2015년 신규 입주 작가(시각 예술) 열 다섯명 중 안성석, 인세인박, 차지량 세 명의 <우산과 부채> 전시가 진행 중이다.

경기창작센터는 과거 경기도립직업전문학교로 사용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2009년 개관한 이후 2010년부터 작가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6년 차. 작가 레지던시 제도는 예술가들에게 일정 기간 거주 가능한 작업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창작을 지원한다.

우리나라에 이 제도가 생겨난 지 십년안팎이고 기관마다 운영 경력의 편차가 큰 점을 감안했을 때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라고 짐작된다. 인터뷰어를 자청한 나는 <우산과 부채> 전시 참여 작가 세 명의 공동 작품 '수혜자 레지던시' 입주 공고문을 보고 지원해 13명의 신청자 중 최종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주요 업무는 지난 8월 14일부터 오는 9월 16일까지 총 30일간 전시 관리와 수기를 작성하는 것이다. 평소 문화 예술을 좋아하고 독립 기획자로 활동하며 편집 디자인과 삽화 등의 재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내게 개인 숙소와 200만 원의 급여 제공, 하루 6시간 근무는 솔깃한 조건이었다. 최저임금제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 문화 예술계 노동 현실을 감안했을 때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전시연구관리 레지던시' 제도를 직접 만들어 운영해 작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의 불확실성의 세계, 더위와 바람 - 미래의 이야기, 제도 속에 노출된 미약한 개인, 희미해진 연대를 논하는 전시'라고 소개하는 <우산과 부채>의 세 명의 작가 중 이번 전시에 새로운 작품을 출품한 작가이자 기획, 총괄자 안성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안성석 작가 <우산과 부채> 전시 참여작가이자, 기획 총괄자 안성석. 전시장에서 촬영했다.
▲ 안성석 작가 <우산과 부채> 전시 참여작가이자, 기획 총괄자 안성석. 전시장에서 촬영했다.
ⓒ 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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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 작품 '수혜자 레지던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요. 작품 구상을 하게 된 계기와 배경, 추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올해 경기창작센터 레지던시에 입주해서 생활하면서 기관과 나, 그리고 작가들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는 입주 작가 모집 공고에 제시된 서류 준비와 제출, 작품 발표와 인터뷰 면접의 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어렵게 권리를 획득했다고 생각한 반면 기관에서는 입주 작가들을 국가의 혜택을 받는 '수혜자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때문에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해 협의하고 개선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인식되기 보다는 '기관이 뽑아주었고', '수혜를 받은 당신들은 기관에 순응해야 한다'는 수직 관계가 설정되는 데서 불편함이 생겼던 거죠. 공동 작품을 통해 '수혜'란 무엇인가에 대해 그리고 '레지던시' 제도에 대해 미술 관계자들과 함께 사유해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중요한 이유는 센터의 주요 업무로 기대되는 전시 관리와 예술 비평의 취약한 지점을 주어진 전시 예산 안에서 직접 채워내고자 했습니다. 최근 경기문화재단의 조직 체계 개편이 있었는데, 그 결과 경기창작센터는 학예팀이 사라졌어요. 상설 전시장과 기획 전시장에 대한 기획, 관리 대책이 없어진 것이죠. 이번 전시는 신규 입주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공모를 통해 이뤄졌는데, 작가들이 작품 창작과 더불어 전시 기획까지 하게 된 셈이죠.

기관에서 전시 기획과 연구·비평에 대한 전문성을 포기한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작품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소극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발전적인 방향의 기관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수혜자 레지던시" 일부 안성석, 인세인박, 차지량의 공동작품 "수혜자 레지던시" 공간에는 일일수기가 포스팅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수혜자 레지던시' 페이지를 통해 매일 업데이트되는 내용을 접할 수 있다.
▲ "수혜자 레지던시" 일부 안성석, 인세인박, 차지량의 공동작품 "수혜자 레지던시" 공간에는 일일수기가 포스팅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수혜자 레지던시' 페이지를 통해 매일 업데이트되는 내용을 접할 수 있다.
ⓒ 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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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명의 지원자 중 최종 수혜자로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이 영광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각자의 삶터에서 갑자기 한 달 동안 분리되어 새로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미술계의 연구, 비평 인력이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검증되지 않은 인력이 작품의 결과를 불확실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스스로 우려도 해보았는데요, 제 역할에 대해 고민이 되기도 하구요. 공동 작품 '수혜자 레지던시'에서 작가들의 의도는 어디까지인가요? 기대하는 바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사회 곳곳에 오작동하는 제도가 많고 그에 대한 답답함을 느껴요. 시작은 직접 제도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수혜자 선정 과정의 투명성, 노동에 대한 정당한 급여, 작가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한 원활한 의사 소통 등을 통해 제약이 아닌 협력으로, 제대로 작동하는 제도를 만들고자했어요. '수혜자 레지던시'라고 하는 제도 그 자체가 의도고, 작품입니다. 수혜자가 제공된 것들을 충분히 누리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 본 전시 '기획자 안성석'에게 먼저 묻고 싶어요. <우산과 부채>라는 제목과 우화의 내용만으로도 기획 의도가 잘 전달되고 있어요.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구요. 이 우화를 어떤 계기로 접하셨는지요? 전시 기획으로까지 확장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동화를 좋아했고, 지금도 종종 동화책을 봐요. <우산과 부채> 우화는 기억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였는데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비유하는 경제 용어로도 많이 쓰이고 있죠. 가끔은 시대를 초월한 지혜가 담긴 우화에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더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상황 설정도 재미있고 직관적으로 현실을 관통하죠. 세 명의 작가가 모였을 때 <우산과 부채>까지의 구체적인 기획은 없었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는 전시 방향은 있었습니다."

<우산과 부채> 전시장 입구 기존 전시장이었던 유리문을 폐쇄하고 작품 운반용으로 사용하는 셔터문을 입구로 정했다. 셔터는 항상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입구'라고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오기를 망설이시는 관객분들을 많이 접했다.
▲ <우산과 부채> 전시장 입구 기존 전시장이었던 유리문을 폐쇄하고 작품 운반용으로 사용하는 셔터문을 입구로 정했다. 셔터는 항상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입구'라고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오기를 망설이시는 관객분들을 많이 접했다.
ⓒ 안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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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혜자로 입주한 이후 본 전시를 관람하고, 작가 분들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다 보니 세 분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어요.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품 내용과 제작 방식에서의 '동시대성'입니다. 보통 '컨템퍼러리 아트(Contemporary art)'라고들 부르죠. 다양한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동시대성의 일부이겠죠. 또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작품에 담고 있어요.

몸을 낮춰서 입장해야하는 전시장 입구와 서늘한 실내, (습도가 높아 틀어놓은 제습기 소리가 가중되어) 각자의 작품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뒤엉켜 만들어진 잔잔한 소음. 전시장에 입장하면 마치 어떤 생산 공장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풀벌레 소리가 합창하고 인적이 드문 경기창작센터의 야외 공간과 한 발자국 차이로 전혀 다른 공기, 새로운 공간. 때문에 전시장에서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혼자라는 생각이 잘 안 들어요.

게다가 차지량 작가의 '사업-상품(2015)'이라는 오프닝 퍼포먼스 이후, '우산'과 '부채' 상품들은 전시장 내에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잖아요. '기업'이라는 시스템과 '해고'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작품 '일시적 기업(영상, 60min, 2011)'과 '정상의 개들(사운드설치, 60min, 2014)'. 그리고 인세인박 작가의 '네 면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공간'에서 빛나고 있는 '이미지난이미지(neon, 40x70cm 2pieces, 2015)'과 'neon(variable installation, 2015)'의 네온사인들, 안성석 작가가 직접 수집한 5명의 사진 작가들의 작품을 엽서로 만들어 전시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회전진열대, 종이, 2015)', 그리고 작가가 제작한 '회전하는 기억-infinity and beyond 세로 사진(회전진열대, 종이, 2015)', '내일을 위한 시간(회전진열대, 종이, 2015)' 등의 엽서들….

인세인박 작가의 '예술가는 창작자가 아닌 편집자'라는 말씀이 다시금 가슴에 와 닿습니다. 좀 더 작가들과 거리를 두고 말하자면 전시장은 대부분 공산품으로 차있어요. 작품들을 설치할 때 작가들의 모습은 마치 전기배선공사의 기술자들 같기도 했답니다. 컴퓨터와 사진, 영상, 그 외의 전기 배선 등 얼핏 봐도 상당히 많은 개수의 기술을 필요로 해요. 여러 개의 편집 프로그램과 툴을 다룰 수 있어야하고 구조와 원리를 이해해야만 제작할 수 있는 작품들이죠. 이 자체가 이미 동시대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들의 작품 내용이나 제작 방식이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에서도 동시대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예술가들이 환경이 바뀔 때마다 그 것에 대해 새로운 작품으로 반응하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또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해왔어요. '동시대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세 작가 분들이 서로에 대해 어떻게 호감을 갖게 되셨고, 본 전시를 함께하게 되었나요? 
"저는 올해 이곳에 입주할 때부터 두 분과 함께 꼭 전시를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어요. 직접 전시를 기획해서 기회를 만들 생각이었죠. 경기도 미술관에 방문해 머릿속에 전시 구상도 하고 있었어요. 마침 센터 내 전시기획 공모에 참여하면서 시기와 장소가 변경된 것이죠. 두 분께 제안했고,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그 동안 작품을 통해 본 인세인박과 차지량은 '지금'의 언어를 쓰고 있는 작가들이에요.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동시대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표현하는 감각이 동일선상에 놓여있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통해 본인의 발언을 명료하게 전달하고, 그 것에 푹 빠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전시를 준비하며 알게 된 것은 서로가 치열하게 작가의 삶을 지켜 온 과정에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 전시 전체에서 색의 상징이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작품 소개 자료에서 언급돼있듯이 공간 자체를 빨간색(사회주의), 녹색(자본주의), 노란색(부르주아), 파란색(프롤레타리아)의 상징을 담아 네 면으로 만든 인세인박 작가의 전시가 가장 직접적이구요. 차지량 작가의 '개(설치, 2015)' 에서도 파란색(정규직), 노란색(비정규직), 빨간색(구직자, 실직자)으로 내용을 구분 짓고 있어요. '젖은 개, 의자 나무, 직장창문(2011)' 드로잉에서도 각 작품의 감성을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안성석 작가님의 '상반되어 보이지만 맞닿아 있다(회전진열대, 종이, 2015)'와 '내일을 위한 시간(회전진열대, 종이, 2015)'에서도 파란색과 빨간색의 강렬한 원색 대비와 그 두 색이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풍부하고 다양한 색감들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구요. 각 색들의 상징이 일치되지는 않는 것 같지만 묘한 통일감을 줍니다. 전시기획 과정에서 색의 활용에 대한 협의를 한 것인지, 혹은 작업과정을 교류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받은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궁금합니다.  
"앞에서 얘기했던 작가들에 대한 호감과 맞닿아 있어요. 저는 흑백사진보다는 컬러사진을 선호하거든요. 색이 갖고 있는 정보나 감각들을 언어화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인세인박과 차지량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채도가 높았어요. 원색에 가깝죠. 두 분의 작품에 대한 기억들이 저의 작업 방향성에 닿아 있던 것이죠.

제 작품이 인세인박 작가님과 차지량 작가님 중간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두 작가의 작품설치 마지막까지 제 작품의 색을 결정하지 않고 보류했어요. 제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간혹 그룹전, 기획전들에서 전시 제목과 작가의 작품들이 조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전시도, 작품도 그 매력이 떨어지죠. 작품들이 각자의 색을 내면서도 하나의 좋은 전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서로가 만나는 지점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어요."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좋은 작가이기도 하지만 좋은 기획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시가 너무 좋다'는 칭찬을 굳이 전해주고 가는 관객분들도 계셨거든요. 이번 전시가 목표하신 대로 순항중인가요?
"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성공적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초 레지던시에 입주 했을 때, 기대했던 것과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져서 한동안 우울한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이 곳이 만들어지고 몇 해 동안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빠르게 노후화 되고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전시를 통해 경기창작센터가 생동감을 되찾길, 그리고 이런 작가들이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예술 자체가 즉각적인 성과나 결과를 측정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수치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분들이 여기 먼 곳까지 방문해주셨어요. 참여 작가로만 할 때에는 전시오픈 이후에 진이 다 빠져서 손님을 맞이할 여력이 부족했어요. 항상 아쉬움이 남았죠.

이번에는 기획자 역할을 겸하고 있으니 더 힘을 내서 남은 기간 또 새로운 관객유치를 위한 홍보에 노력을 할 예정입니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진행됩니다.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본 기사에서는 <우산과 부채> 전시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담았다. 연달아 게재될 기사에서는 기획자가 아닌 작가 안성석의 작품을 중심으로 나눈 이야기를 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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