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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를 취해준 실내악단 허브 단원들. 우측에서 네번째가 박정애 단장
▲ 국악실내악단 허브 포즈를 취해준 실내악단 허브 단원들. 우측에서 네번째가 박정애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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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수원예술인 축제가 열리고 있다. 9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사단법인 수원예총(회장 전예리)가 마련한 예술인들을 총망라한 축제 한마당이다. 미술협회 회원들의 '소통, 화합 한마당 전'으로 시작한 예술인 축제는, 사진작가협회(수원미술전시관), 문인협회(수원미술전시관), 연예예술인협회(광교호수공원 마당극장), 국악협회(수원제2야외음악당), 연극협회(수원제2야외음악당), 음악협회(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홀), 무용협회(남문로데오 청소년공연장) 등에서 열린다.

8일 오후 7시부터 수원제2야외음악당(만석공원/장안구 정자로 1087(송죽동 305-1)에서 열린 국악협회(지부장 나정희)의 공연 한마당은, 김보미(국악실내악단 허브 단원)의 사회로 한 시간가량 진행되었다. 가을이 무르익는 백로(白露)인 8일 오후, 무대 앞좌석을 메운 관객들은 김보미의 주문대로 따라 하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이날 공연은 국악실내악단 허브(단장 박정애)의 '멋으로 사는 세상'(이경섭 작곡), '축제'(이준호 작곡)에 이어, 김보미의 노래로 쑥대머리와 성주풀이 등을 들려주었다. 이날 첫 공연을 맡은 실내악단 허브는 국악을 전공한 전공자들의 모임으로 처음부터 무대를 사로잡았다. 모처럼 무대 위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편이 찡한 느낌을 받았다.

열악한 지방 국악공연단,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대에 오른 국악실내악단 허브 단원들
▲ 허브 무대에 오른 국악실내악단 허브 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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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악실내악단 허브의 박정애 단장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한 질문은 "밥은 먹고 살 만한가?"라는 질문이었다. 중앙과 달리 지방의 국악연주단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것도 국악을 10년 이상 전공하고 수많은 노력을 해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설 만한 자리가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만날 때마다 늘 마음이 아리다.

국악실내악단 박정애 단장은 가야금 전공자이다. 수원에서 문용숙 선생에게 가야금을 사사한 후, 1996년 청주대 국악과에서 가야금 전공으로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사)국악협회 경기도지부 일을 보기도 한 박정애 단장은, 2006년 10월에 가야금합주단을 조직한다. 그리고 2007년 봄에 '실내악단 허브'를 창단했다.

국악실내악단 허브의 단원은 박정애 단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이다. 해금과 악장을 맡은 이경주, 가야금 신민아, 대금 현바름, 피리 박지혜, 신디 윤송언, 타악1 권영주, 타악2 최진석, 그리고 노래에 김보미이다.

후배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미어져

좌측은 대금연주자 현바름, 뒤편 타악은 권영주
▲ 대금과 타악 좌측은 대금연주자 현바름, 뒤편 타악은 권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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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앞은 해금연주와 악장을 맡은 이경주, 뒤편은 타악2 최진석
▲ 허브 우측 앞은 해금연주와 악장을 맡은 이경주, 뒤편은 타악2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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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의 노래를 담당하는 김보미. 이닐 사회를 보기도 했다
▲ 김보미 허브의 노래를 담당하는 김보미. 이닐 사회를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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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지방에서 국악실내악단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명색이 대한민국 국악계의 최고학부를 나온 단원들이지만,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거든요, 심지어는 비전공자보다 못한 대우를 받을 때도 있고요. 그래서 몇 번인가 접으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럴 때마다 단원들이 그냥 즐기면서 하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자리까지 끌고 왔어요."

국악을 전공한 나로서는 제자뻘인 후배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서 늘 "밥을 먹고사느냐?"고 물어본다, 취미생활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모두가 꽤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 단원들 한 사람마다 모두 실력이 대단한 사람들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중앙이나 지방의 관현악단 단원들처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요즈음은 비전공자들도 단체를 만든다는 소문이 있어요. 문제는 단체를 초청하는 사람들이 우리 음악에 대해서 문외한들이 많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고요."

허브에서 피리와 태평소를 담당하는 박지혜
▲ 박지혜 허브에서 피리와 태평소를 담당하는 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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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실내악단 허브에서 가야금을 맡은 신민아
▲ 신민아 국악실내악단 허브에서 가야금을 맡은 신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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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실내악단 허브에서 신디를 맡은 윤송언
▲ 윤송언 국악실내악단 허브에서 신디를 맡은 윤송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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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실내악단 허브', 이들이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국악연주단체들을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른 뜨거운 것이 솟아오른다. 무엇인가 제대로 된 무대를 만난 것이다. 앞으로 재인청(才人廳)의 본 고장인 수원에서만큼은, 젊은 국악도들이 의기소침하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공자들로 구성된 '국악실내악단 허브'. 앞으로 이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가냘픈 몸에서 내지르는 소리가 일품인 김보미의 쑥대머리를 들으면서, 왈칵 뜨거운 것이 솟아오른 것도 이곳이 조선조 말 전국의 모든 전통예인이 모여들던 수원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악실내악단, #허브, #만석공원, #수원예술인축제, #국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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