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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

지난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에 한 말이다. 그가 대선후보 시절 발표한 정책공약집의 이름 역시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였다.

하지만 당선된 이후 박 대통령의 공약을 둘러싸고 '축소', '후퇴', '줄줄이 파기'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대선 때 내건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노동개혁은 도리어 공약 내용과 거꾸로 간다는 비판에 휩싸인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공약 후퇴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대선 공약을 기초로 국정과제를 이행해왔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정부 2년 반. 과연 대통령이 실천한 약속은 얼마나 되며, 어떤 약속들이 이행됐을까?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201개 중 이행이 완료된 공약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201개 중 이행이 완료된 공약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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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약 분야별 이행 비율
 박근혜 공약 분야별 이행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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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집권 3년차 대선공약 이행 평가 결과'와 정부 부처 자료 등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이 대선 때 발표한 공약을 평가해봤다. 정책공약집에 실린 20대 분야 201개 공약(지역공약 제외) 중 세부 내용이 전부 이행된 것으로 나타난 공약은 34개였다. 전체의 16.9% 수준이다.    

공약 이행이 완료된 비율이 높은 분야는 '행복주거'로, 주택 정책이 담긴 6개 공약 중 3개(50%)가 실천됐다. 박 대통령이 임기 내내 강조해온 '행복한 일자리' 분야는 17개 중 5개가 완전 이행돼 두 번째로 높은 비율(29.41%)을 나타냈다.

그 뒤를 복지 정책을 다룬 '편안한 삶'(14개 중 4개, 28.57%), '행복한 여성'(17개 중 4개, 23.52%), '행복한 농어촌'(15개 중 3개, 20%), '창의산업'(5개 중 1개, 20%) 분야 등이 이었다.

반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담은 '경제민주화' 분야는 5개 공약 중 세부 내용이 완전히 이행된 게 한 개도 없었다. '정부개혁', '외교·통일', '국방', '국민대통합', '정치쇄신', '검찰개혁'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주거·일자리 공약 이행률 높지만... 실효성 논란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중 이행 완료 높은 분야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중 이행 완료 높은 분야
ⓒ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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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 완료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행복주거 분야 공약 중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내놓은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는 지난 2013년 6월 시범 도입됐다. 3개월 이상 연체된 하우스푸어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하고 집 지분 중 일부를 넘겨받는 방식이다. 연금을 일시에 인출해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데 쓰도록 하는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역시 같은 시기에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초기부터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받은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는 '실적 0'으로 1년이 안 돼 폐지됐다. 사전가입 주택연금제도는 비교적 실적이 좋았지만, 금융위원회는 1년간 한시 시행 뒤 제도를 연장하지 않았다.

렌트푸어 대책인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역시 2013년 12월 시행됐지만 실적이 저조해 석 달 만에 사실상 폐지된 정책으로 전락했다. 공약 자체는 이행됐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것이다.

'행복한 일자리' 분야는 17개 공약 중 ▲ 대한민국 청년이 세계를 움직이는 K-Move ▲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 구현 ▲ 청년 창업 활성화 ▲ 대규모 정리해고시 고용재난지역 선포 ▲ 정년연장 및 중장년층 교육훈련 확대 등 5개가 완전 이행된 상태다.

'K-Move' 공약은 청년의 해외 취업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해외취업 장려금제도'와 '해외 인력채용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세부 내용이 전부 실천에 옮겨졌다. '능력 중심의 사회 구현' 공약 역시 직무능력표준(NCS) 도입으로 실현됐다. '고용재난지역 선포' 공약은 2014년 7월 고용정책기본법 시행으로 이행이 완료됐고, '정년연장 및 중장년층 교육훈련 확대' 공약도 정년 60세 연장과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 운영 등의 방식으로 실천됐다.

복지 정책을 다룬 '편안한 삶' 분야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일명 '세모녀법') 제정과 국민건강보험법·장기요양보험법시행령 개정 등에 따라 ▲ 맞춤형 빈곤정책 대상 확대 ▲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체계 개편 ▲ 실직자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 신체장애 치매환자에게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제공 등이 이행됐다. 다만,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 등의 대표 공약 다수는 축소되거나 이행되지 않아 '복지 공약 후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23.5%의 이행률을 나타낸 '행복한 여성' 분야는 ▲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도입 ▲ '아빠의 달' 도입을 통한 아빠의 출산휴가 장려 등의 임신·출산 공약 위주로 실천됐다. 하지만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나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도입' 등의 주요 공약은 후퇴하거나 예산 지원 문제로 여론의 도마에 올라 아쉬움을 남겼다.

이밖에도 '행복한 농어촌' 분야에서는 ▲ 농어촌 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농어업인 안전재해보장제도 도입) ▲ 직불금 확대를 통한 농가소득 안정에 기여 ▲ 미래 수산에 적합한 경쟁력 있는 수산관리체계 구축(해양수산부 신설) 등의 공약이 이행됐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기조가 담긴 '창의산업' 분야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 따라 4개 중 1개 공약이 실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대통합은 첫 걸음도 못 떼... 긴급조치 공약은 자취 감춰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중 이행완료 '0' 분야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중 이행완료 '0'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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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내용이 완전 이행된 공약 자체가 없는 분야도 있다. 18대 대선 때 대표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 분야가 그 중 하나다. 당시 박 대통령은 ▲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 ▲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 개선 ▲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불법 및 사익편취행위 근절 ▲ 기업지배구조 개선 ▲ 금산분리 강화 등 5개를 약속했지만, 현재는 공약 대부분이 흐지부지돼 버렸다. '선거 다음날 자취를 감췄다'는 씁쓸한 평가마저 나온다.

특히 중대범죄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들의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공약은 아예 이행조차 되지 않았다. 재벌개혁을 위해 다중대표소송제(모회사가 자회사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주주들이 모여서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약속 역시 여태껏 깜깜 무소식이다.

권력 개혁 관련 분야 역시 대체로 이행 실적이 저조하다. '국무회의 강화 및 단계별 정부조직 혁신'(책임장관제 확립) 등 총 8개 공약을 제시한 정부개혁 분야는 대부분 진행단계이거나 내용이 축소됐다.

4개 공약을 제시한 정치쇄신 분야도 대체로 축소됐다. '정당개혁'은 기초자체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지 등의 세부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고, '국회개혁' 역시 국회 윤리위원회 전원 외부인사 구성 등의 약속이 현재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국정운영' 공약은 대탕평 인사 등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흐지부지해졌고,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부' 공약도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별검사제의 적용 범위 등이 축소되면서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다.

검찰개혁 분야는 ▲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인사제도 확립 ▲ 비리검사 퇴출 ▲ 검찰 권한 대폭 축소·통제 ▲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약속했지만, 검찰총장 임명 방식과 검사의 외부인사 파견 제한 공약 등이 기존 내용보다 축소됐다.

외교·통일과 국방 분야는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려가는 최근 분위기와 달리, 완전히 이행된 공약이 현재까지 전무하다. 특히 '대한민국 주권 안보 확실하게 지키기' 공약은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 약속이 물거품 되면서 후퇴됐다고 지적받는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 공약도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지원 관련 정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현되지 않아 여전히 답보 상태다.

박 대통령이 대선 시절부터 강조해온 국민대통합은 첫 걸음도 떼지 못했다. '부마민주항쟁 명예회복' 공약은 관련 위원회만 출범했을 뿐 관련자와 유족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로 피해 입은 관련자들의 명예회복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대선 승리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대선을 앞둔 지난 2012년 11월 26일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공동 발의한 관련 법안은 지금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박근혜, #공약, #임기반환점, #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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