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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아이와 함께 보면서 큰아이의 비밀 친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기억 저장소에서 길을 헤매고 있던 라일리의 비밀 친구 '빙봉'의 등장이 인상적이었기 때문.

: "너도 어렸을 때 빙봉 같은 비밀 친구 있었는데, 기억 안 나?"
: "내가 정말 그랬어?"

예상대로 큰아이는 기억하지 못했다. 분명 라일리에게 달나라에 함께 가자고 했던 빙봉같은 비밀 친구가 있었는데... 그걸 나만 기억하다니. 그래서다. 코리 브룩이 쓴 <내 비밀 친구 토미>에 눈길이 간 것은. 막스와 비밀 친구 토미의 이야기는 이렇다.

<내 비밀 친구 토미> 겉표지.
 <내 비밀 친구 토미> 겉표지.
ⓒ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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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의 하나뿐인 친구 토미를 아니? 토미는 모든 창문에 살아. 막스를 비추는 창문마다 토미가 있지. 그래서 막스는 외롭지 않았어. 하지만 엄마는 이해하지 못해. 왜 그렇게 창문에만 붙어 있느냐고 야단이지.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였어. 어른들은 토미가 있는지 몰랐어. 토미와 나는 공통점이 참 많은데... 부끄럼을 잘 타고 옷도 똑같이 입고 키도 같아. 하는 행동도, 느끼는 것도 똑같아.

그런데 학교 입학을 앞두고 막스의 신경이 무척 날카로워졌어. '토미도 학교에 입학한다면 아마 나랑 같은 기분일 거야.' 막스는 토미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우스운 이야기를 들려줬어. 물론 창문에 대고 말이지. 어른들은 그런 막스를 물끄러미 쳐다봤지.

학교에서 입학해서도 막스의 친구는 토미뿐이었어. 샘을 만나기 전까지는. 샘과 친구가 된 막스는 학교 생활이 두렵지 않았어. 떨리지도 않았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부터 토미가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막스는 걱정하지 않았어. 토미는 잘 있을 걸 알고 있었거든. 막스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아이의 비밀 친구에게 "고맙다" 말해줄 걸

: "토미는 어디로 갔을까?"
: "막스가 학교에서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라고 사라져준 게 아닐까."

"너도 그랬니?" 묻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큰아이는 어릴 때부터 혼자서도 잘 놀았다. 엄마를 굳이 찾지 않았다. 그런 어느 날 아이에게 처음 비밀 친구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랬구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해 주면서 생각했다. 혼자 잘 논다고 그냥 두는 것도 좋은 게 아니구나.

그렇다고 쫄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크면서 한때 가상의 친구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우리 아이도 그런 거라고, 잘 지나갈 거라고 다독이며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대신 의도적으로 말을 많이 걸었다. 아이의 비밀 친구는 그후로 몇 번 등장하다 기억에서 잊힌 듯했다. 내 기억에서도. 아이 말대로 정말 더 많은 친구들과 사귀고 노느라 잊혀진 걸 수도. 빙봉을 잊은 라일리처럼.

ps. 이 책을 덮으며 문득 든 생각 하나. 우리 아이도 그때 좀 외로웠던 걸까. 비밀 친구를 만들어낼 정도로? 얼굴도 모르는 비밀 친구에게 꽤 오래 빚을 지고 산 듯한 기분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눈물 터진 장면, "(기쁨이에게) 나 대신 라일리를 꼭 달나라에 데리고 가달라"고 외치며 사라진 빙봉같은 친구였을 수도 있는데... 고맙다는 말을 못한 게 살짝 후회됐다. 혹시라도 지금 아이에게 비밀 친구가 있다면 꼭 말해주시라. 우리 아이와 함께 놀아줘서 고맙다고.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베이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내 비밀 친구 토미

코리 브룩 글, 수 드젠나로 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2014)


태그:#그림책, #다다, #내 비밀 친구 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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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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