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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요시 출신의 요코즈나 이야기

요코즈나 고토자쿠라
 요코즈나 고토자쿠라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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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안내소를 나오니 길 건너편에 동상이 하나 보인다. 이곳 구라요시 출신의 요코즈나(橫綱) 고토자쿠라(琴櫻)의 동상이다. 요코즈나는 스모(相搏) 선수 중 최고의 장사에게 붙여주는 이름이다. 그는 1940년 이곳 구라요시에서 태어났다. 1958년 스모에 입문했고, 1962년 쥬료(十兩)로 승진했다. 그는 노도처럼 돌진하고 폭풍 같은 기운으로 상대를 밀어붙여, 용맹한 소(猛牛)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1967년 오제키(大關)로 승진했고, 1973년 제53대 요코즈나가 되었다. 요코즈나로서의 성적은 66승 34패였다고 한다. 그러나 1974년 성적이 부진해 이듬해인 1975년 은퇴했다. 그 후 그는 일본 스모협회 이사 겸 심판부장으로 활동했다. 구라요시 사람들은 1977년 고토자쿠라 현창비를 세웠고, 1999년에는 현재와 같은 동상을 건립했다. 

시라카베도조군을 흐르는 다마가와
 시라카베도조군을 흐르는 다마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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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동상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북쪽 다마가와로 걸어간다. 그곳에 있는 우쓰부키 다마가와 전통건조물을 보기 위해서다. 이곳에 있는 시라카베도조군은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에 이르는 건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 문화재가 되었다. 회반죽을 바른 흰색 벽에 붉은 기와를 얹은 창고형 건물로, 다마가와 양쪽으로 12채가 늘어서 있다. 

흰벽에 붉은 기와를 한 공예거리 한 바퀴

이곳 전통건조물 지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영업점이 아카가와라 7호관인 겐스이(元帥) 주조다. 1848년에 창업한 전통 있는 양조장으로, 구라요시 명주 겐스이를 생산한다. 그 옆에 아카가와라 3호관인 나까노 죽공예(中野竹藝)점이 있다. 이곳에는 대나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작품들이 많다. 그리고 그 옆 하천변에 아카가와라 12호관 구와가 있다.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일본 된장과 표고버섯 등을 파는 잡화점이다.

대나무로 만든 가방
 대나무로 만든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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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나무 공예의 진수는 오히려 아카가와라 1호관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이곳의 1층은 잡화점이고, 2층에 특산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 중 내 눈에 띄는 것이 나까노 죽공예였다. 죽공예품이 두 가지 종류였는데, 하나는 디자인을 중시한 실내장식품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성을 가미한 생활용품이었다. 그 중 대나무 가방과 바구니가 가장 값이 나갔다.

실내장식품은 가는 대나무를 원형으로 굽힌 다음 원 안에 굵은 대통을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꽃을 꽂기 위한 죽통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것은 소품으로 값이 이천에서 이만¥ 정도 나갔다. 이에 비해 대나무를 쪼개 얇게 만든 다음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가방은 품이 많이 들어선지 값이 비쌌다. 조금 성글게 엮은 것이 2만~3만¥대, 촘촘하게 엮은 것이 5만~6만¥대였다.

유리장에 진열된 명품들
 유리장에 진열된 명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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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장 안에 진열된 것은 50만¥에 육박하는 것도 있었다. 우리 돈으로 하면 500만 원 정도니 감히 손도 대보지 못할 명품이다. 전라도 담양의 죽녹원 채상장이 만드는 제품이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더니, 이곳에서도 그처럼 비싼 물건이 팔리고 있었다. 이것은 겉보기에도 서양의 명품 가방 못지 않았다. 동양의 장인정신에 서양의 디자인이 가미된 것 같다.

이곳 공예거리 한 가운데로는 다마가와가 흐르는데, 물이 굉장히 깨끗하다. 그래선지 금잉어와 향어가 놀고 있다. 하천 건너편으로 아카가와라 2호관과  6호관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2호관은 하코다 인형공방으로, 6호관은 구와다 간장공장으로 이름이 높다. 나는 5호관인 찻집 구라를 끝으로 다마가와를 벗어난다. 길은 다이렌지(大蓮寺) 쪽으로 이어진다.

삼호금물점의 톱
 삼호금물점의 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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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가에는 아카가와라 8호관인 향토특산관, 삼호금물점(三好金物店), 구라요시 향토공예관이 있다. 향토특산관에는 이 지역 특산물인 참외, 메론, 수박이 보인다. 금물점은 우리말로 철물점이다. 그런데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톱이다. 나무를 자르는 그 톱 말이다. 녹이 슨 채로 있는 것으로 보아 기계톱에 밀리고 있는 것 같다. 향토공예관에는 인형, 도자기, 불교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우쓰부키공원에서 만난 천녀 전설

구라요시진야 그림
 구라요시진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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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버스가 다니는 큰 길을 건너 세이도쿠(成德) 초등학교 앞으로 간다. 이 학교 지역에 옛날 구라요시를 다스리던 진야(陳屋)가 있었다고 한다. 진야란 지방을 다스리던 관소(官所) 또는 관청을 말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군청이나 면사무소쯤 된다. 이곳 안내판에는 우쓰부키산 아래 자리 잡고 있는 구라요시 진야 그림이 붙어 있다. 에도시대 그린 것으로 이 그림 원본은 돗토리 현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우쓰부키 공원과 박물관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 왼쪽에는 구라요시 시청이 있다. 이들은 모두 우쓰부키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구라요시 시청은 4층 콘크리트 건물이다. 우리는 이제 길 오른쪽의 우쓰부키 공원으로 들어선다. 이 공원은 4월의 벚꽃과 5월의 철쭉꽃으로 유명하다. 우쓰부키 공원이 산인지방 제일의 벚꽃 명소라고 자랑한다. 

날개 옷 연못(羽衣池)
 날개 옷 연못(羽衣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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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곳의 하고로모이케(羽衣池)를 거닌다. 이 연못에는 천녀(天女)전설이 서려 있다. 우리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와 비슷하다. 옛날 한 남자가 도고이케(東郷池)의 얕은 물에서 아름다운 천녀가 혼자 목욕하는 것을 발견했다. 남자는 천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벗고 있던 옷을 가까운 곳에 숨겼다. 하늘로 돌아갈 수 없는 천녀는 남자의 아내가 되고 두 아들을 낳아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녀는 날개 옷(羽衣)을 찾았다. 날개 옷을 갈아입은 천녀는 남편과 아이들을 지상에 남겨둔 채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아이들은 큰 슬픔에 빠져 우쓰부키산에 올라 피리를 불고(吹) 북을 치며(打) 어머니가 돌아올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천녀 어머니는 다시는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그 전설에 따라 메이지 37년(1904) 우쓰부키 공원을 만들었고, 날개 옷 연못을 조성했다. 

천녀를 부르는 자식들 그림
 천녀를 부르는 자식들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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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요시 박물관을 찾아

공원 한쪽에는 구라요시 박물관이 있어 발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한다. 흰색의 현대건축으로 1974년 개관했다. 시라카베 도조군의 붉은 기와를 응용해 흰벽에 붉은 기와를 얹어 건축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다마가와처럼 박물관 건물 사이로 물이 흐르게 만들었다. 박물관은 역사관과 미술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역사관에는 이 지역에서 출토된 고고학 자료와 문화유산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에는 이 지역 출신의 화가 마에다 간지(前田寛治), 스가 다데히코(菅楯彦)를 비롯한 서양화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박물관 앞 정원에는 하세가와(長谷川塊記)의 청동상 '벌거벗은 여자(裸婦)', 하야카와(早川巍一郞)의 '비둘기를 잡고 있는 소녀'가 서 있다. 이들 작품은 서양 조각의 모방 수준으로 예술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구라요시 박물관의 나부
 구라요시 박물관의 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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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구라요시를 떠날 시간이다. 구라요시는 시골의 중소도시지만 볼 것이 생각보다 많다. 또 사소한 것들도 볼거리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시라카베 도조군 정도의 문화유산은 우리의 웬만한 군 단위에는 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무시하고 소홀히 하는 반면, 이들은 이것을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있다.

이제 우리가 마지막으로 찾아갈 곳은 시마네 반도의 끝 미호노세키(美保關)다.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있는 관문이란 뜻을 가진 어촌이다. 그래선지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있다. 미호신사, 푸른 돌을 깐 거리, 등대 등 볼거리가 많은 편이다. 우리가 사카이미나토항을 떠나 동해항으로 갈 때에도, 이 미호노세키 등대를 보게 될 것이다.


태그:#요코즈나, #아카가와라, #구라요시 진야, #우쓰부키 공원, #구라요시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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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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