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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판결 기사, 법조계 소식. 하지만 흥미 위주의 기사로는 내막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도무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최신 법조계 소식을 쉽게 정리해서 소개합니다.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 법률, 법원·검찰 관련 소식 등 누구나 알아야 할 법률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간추려서 단번에 한주간 법조계 소식>, 줄여서 <간단한 법>이 법을 보는 올바른 눈을 갖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간단한법> 2번째 소식은 다음과 같다.

① 세월호 유족 향해 '유족충'...어느 배우의 최후
② 폭식투쟁 '어버이연합' 겨냥 '망나니'라고 했다면?
③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 2심도 무죄...진실은 어디에
④ 20일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선고, 대법원 판단은?

세월호 유족 향해 '유족충'... 어느 배우의 최후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진상규명이나 정부의 후속대책이 미흡하다. 결정적으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가 있다.

그런데도 세월호 사건으로 가족을 보낸 유족들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배우 이 아무개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씨는 작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대통령에게 욕을 한 어떤 유가족의 절규! (중략) 새끼 잃었다고 발광한 '니 ○'에게 발광한다! ○○○아! 넌 뒈진 니 새끼 살아올 때까지 잠자지마 알았어?"

이튿날에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유민이 아빠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다가 죽어라! 그게 니가 딸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고, 전혀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이다. 죽어라"

그는 다음날에도 "호의를 베풀면 권리인줄 안다, 이 말이 가장 적확하게 적용되는 인간들, 세월호 유족충!"이라는 글로 '저주'를 이어갔다. 그 대가(?)로 그는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1심(서울북부지법)은 지난 4월 모욕죄를 적용, 이씨에게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나 반성하는 점, 벌금형을 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 판결에 검사가 "형이 약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서울북부지법 제2형사부 재판장 강인철 부장)은 이씨의 게시글을 엄중하게 보았다. 재판부는 "세월호 유족들을 조롱하고 경멸하는 표현을 사용하여 악의적인 글을 게시한 이 사건 범행은 SNS의 특성상 파급력이 매우 크고 일반인들에까지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미 자녀의 사망으로 실의에 빠진 피해자들이 더욱 더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럼에도 (이씨가)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한다"면서 1심의 벌금형은 너무 가볍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은 지난달 17일 징역 5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판결을 내렸다.

1심의 벌금형이 2심에서 징역형으로 바뀌게 된 이례적인 사건이다. 판결이 내려진 뒤인 8월 13일 이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판, 언론, 결사의 자유 나라'라... 허허허, '사문화된 법' 누굴 위한 법입니까?"라는 글을 올려 판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특정인에 대한 저주와 혐오를 드러낸 이씨의 글을 언론의 자유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다음에 이어지는 어버이연합 비판 사건과 비교해보자.

폭식투쟁 '어버이연합' 겨냥 '망나니'라고 했다면?

이번에도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판결이다. 작년 세월호 사건 유족들과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그러자 '자유대학생연합'이라는 단체가 이른바 '생명존중 폭식투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단식 장소에서 음식과 술을 마셨다. 그런데 '어버이연합' 회원 중 일부도 폭식투쟁에 동참하며 단식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영화평론가 이안씨는 작년 9월 인터넷 신문 <미디어오늘>에 '죽음에 이르는 죄 가운데 첫 번째 큰 죄, 폭식'이라는 제목으로 어버이연합을 비판하는 칼럼을 올렸다. 그러자 어버이연합은 이씨를 고소했다. 특히 문제삼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는 나잇값 못하는 망나니들의 본을 따른 것이리라. 늙어가면서 나이만 먹은 게 아니라 이기심과 탐욕만 먹어 배만 채우고 영혼은 텅 비어버린 아귀들을…"

검찰은 "어버이연합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한 표현"이라며 모욕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1심은 모욕적 표현이긴 하지만 위법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서울남부지법)은 '망나니' '아귀' 등의 표현이 모욕적이긴 하지만 ▲ 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 전체적인 주제와 내용에서 벗어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 공공적·사회적 사안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므로 ▲ 어버이연합 입장에서는 모멸감을 느낄 수 있더라도 객관적으로 사회적 품위에 반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법원은 지난달 17일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앞서 소개한 배우 이씨가 1심보다 중형을 선고받은 날이다. 언론의 자유가 어떤 경우에 인정되는지 비교해볼 만한 판결이 같은 날 내려진 셈이다.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 2심도 무죄, 진실은 어디에

사망한 피해자는 있지만 처벌받은 범인은 없다. 수사기관과 사법 절차를 믿지 못하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2가지가 떠오른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이 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이태원 햄버거 살인사건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1991년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살해된 미제 사건으로 공소시효가 끝났다. 1997년 이태원에 있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한 청년이 칼에 찔려 참혹하게 살해당했다. 당시 화장실 안에는 친구 사이인 미국 교포 2명이 있었다. 그렇다면 둘 중 한 명이 범인이거나, 둘 다 범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은 끝내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또 하나의 사건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로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이다. 1998년 10월 당시 대학생이던 정 아무개양은 대구 구마고속도로 상에서 트럭에 치여 숨졌다. 유족들은 현장에서 정양의 속옷이 발견된 점 등을 들어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처리했다.

그 후 10년 넘게 이어진 유족들의 끈질긴 문제제기 끝에 2013년 검찰은 스리랑카인 K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법정에 세웠다. 당시 K씨가 동료 2명과 함께 정양을 성폭행하고 강제로 소지품을 빼앗았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이었다.

2013년은 사건 발생 15년 무렵이었다. (특수)강간죄 공소시효인 10년은 이미 지난 뒤였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공소시효 15년짜리인 특수강도강간죄로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

특수강도강간죄는 재물을 강취(폭행 또는 협박으로 제압하여 물건을 뺏는 것)하는 기회에 강간하는 것을 요건으로 한다. 따라서 ▲ K씨 일행이 합세하여 피해자를 폭행 또는 협박하여 물건을 뺏고, 이러한 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성폭행하였거나 ▲ K씨 일행이 합세하여 폭행 또는 협박하여 성폭행하고, 강간 완료 전에 물건을 강제로 빼앗아야만 성립된다. 강간이나 특수강간보다 훨씬 엄격한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재판 결과는 1심 판결(2014년 5월)에 이어 2심도 지난 11일 무죄로 끝이 났다. 문제는 증거였다. K씨의 범행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이 있긴 했지만, 법률적으로 증거능력이 없거나 믿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대구고법(제1형사부 재판장 이범균 부장)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특수강간, 강간 등의 범행을 K씨가 저질렀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일 사건 발생 10년이 지나기 전에 특수(강간)만으로 기소되었다면 결론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 7월 살인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중범죄자 단죄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 찾기는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래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나오는 걸까. 경찰의 초동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는다.

20일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선고, 대법원 판단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3년 9월 16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3년 9월 16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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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5년을 끌어온 한명숙 전 총리의 형사사건이 오는 20일 결론이 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오후 2시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정치자금 약 9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하급심 판결은 유무죄가 엇갈렸다. 2011년 10월 1심(서울중앙지법)은 무죄를 선고했다. 유력한 증인인 한만호씨의 증언을 믿기 어렵고 뇌물수수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3년 9월, 2심(서울고법)은 뇌물수수혐의를 인정,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과 달리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고, 한 전 총리에 대해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서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뇌물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한만호씨의 진술을 어디까지 얼마나 믿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는 천양지차였다.

대법원의 결론은 2가지로 예상해볼 수 있다. 먼저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는 경우다. 이때는 한 전 총리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형집행으로 교도소에 2년간 수감된다.

그 다음으로 파기환송이 되는 경우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의 문제점을 들어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는 한숨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 항상 무죄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에서 인정하는 상고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을 때"이다.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법률 적용이나 증거(증인)에 대한 판단 등을 다시 하기 때문에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참고로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따라서 사형, 무기, 징역 10년 이상이 선고된 사건이 아닌 이상 양형에 대해서는 다툴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이전에도 뇌물 수수사건으로 검찰과 악연을 맺은 적이 있다. 2009년 기소된 1차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 끝에 2010년 4월 9일 무죄가 확정됐다. 그런데 검찰은 판결 하루 전날인 4월 8일 '새로운 혐의'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였고 그해 10월 2차 사건을 기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때문에 한 전 총리 쪽은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한 전 총리에 타격을 입히려는 정치적 기소"라고 반발하였다.

1차 사건에서 무죄판결로 한 전 총리 손을 들어줬던 대법원은 이번에 어떤 판결을 내릴까.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한명숙, #어버이연합, #대구여대생, #만만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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