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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소나기는 소 등 한쪽에만도 내린다."

여름철에 내리는 비는 그 어느 계절보다 변덕스럽고 예측이 어렵다. 특히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나기는 같은 동네라도 비가 오는 데가 있고, 비가 오지 않는 데가 있을 정도로 국지적인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소 등의 한쪽에는 비가 내리고, 다른 쪽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을 묘사한 속담이 나왔을까?

여름철은 연중 날씨 예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시기이다. 휴가철이 끼어 있는데다, 작물이 한참 자라는 등 농사철이어서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홍수나 강풍 등으로 인한 인명, 재산 피해도 적지 않은 편이어서 여름에는 농어민들이나 재해예방 당국자들로서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름철 날씨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특히 강우에 대한 국지 예보는 정확하기가 쉽지 않다. 야외 활동이 잦거나 농사, 어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때 경험칙에 의존하는 것도 날씨 예상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한반도 날씨의 열쇠는 '서쪽 하늘'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남서 기류가 우세한 여름철에는 두말할 것도 없다. 예컨대 황혼녘 서쪽 하늘이 불그스레하다면 이튿날 오전 대략 날씨가 맑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서쪽 하늘이 불그스레한 것은 먼지 등의 입자가 많기 때문인데, 이는 서쪽 하늘이 맑다는 징표인 까닭이다.

날씨를 알려주는 제비와 거미, 해무리, 달무리

서쪽 하늘의 '동태'를 실생활에서는 구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응용해 생각할 수 있다. 즉 서쪽 하늘이 맑다면, 예를 들어 서울을 기준으로 할 때 서쪽인 인천의 날씨가 좋다면 서울에 혹 구름이 좀 끼어있다 할지라도 서울 역시 한두 시간 후에는 맑게 갤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서쪽이나 북서쪽 혹은 남서쪽에서 기류가 대략 동쪽 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런 추정이 설득력 있다.

서쪽 하늘에 이렇다 할 눈에 띄는 조짐이 없다면, 동물들의 행태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날씨 예측에 도움이 된다. 동물들은 사람들보다 먼저 기압이나 수압의 변화를 알아챈다. 한 예로 서쪽에서 저기압이 동진해 온다면, 제비 같은 날짐승은 상대적으로 지면 가까이를 날 가능성이 크다. 저기압 상황에서는 곤충들 자체도 낮게 나는 경향이 있는데 곤충을 먹이로 하는 새라면 곤충을 잡기 위해서라도 낮게 나는 것이다.

익히 알려졌지만 저기압은 여름철에는 비구름을 동반하는 예가 흔하다. 설령 비가 오지 않더라도 저기압이 서쪽에서 다가오면 날씨는 흐릴 확률이 매우 높다. 비슷한 맥락에서 거미는 비가 올 것 같으면 여간 해서 거미줄을 치지 않는다. 반대로 거미가 활발하게 줄을 친다면, 가까운 장래 즉 수 시간 후나 이튿날 날씨가 좋다고 예상해도 틀리지 않는다.

이밖에 서쪽 하늘에 해무리나 달무리가 생기면 곧 비가 오거나 매우 흐린 날씨가 이어진다는 뜻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해무리나 달무리는 대기 중에 습기가 많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서쪽 하늘에 습기가 많다면 이어지는 날씨는 좋을 수 없는 까닭이다. 똑 같은 원리로 무지개가 서쪽에 뜬다면 국지적으로라도 곧 소나기가 올 수 있다는 전조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두 시간 차이로 쏟아지는 강우 같은 변덕스럽고 예상하기 힘든 여름 날씨는 예보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정보기기의 연결이 힘든 깊은 골짜기나 산 혹은 외딴 섬 등지에서 날씨를 예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서쪽 하늘과 그에 따른 동물들의 동태 같은 걸 눈 여겨 보는 게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태그:#날씨, #서쪽,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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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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