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강변 양화 캠핑장에서 오붓하게 캠핑을 즐기는 시민들.
 한강변 양화 캠핑장에서 오붓하게 캠핑을 즐기는 시민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본격적인 캠핑의 계절이 왔다. 캠핑하면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산이나 바닷가, 들판에서 야영하는 맛으로 떠나게 된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엔 물가에 있어 덜 덥게 느껴지는 강변 캠핑이 좋다. 서울 한강에도 그런 캠핑장이 있어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여의도, 뚝섬·잠실·잠원·양화 한강공원이 그곳이다. 이 가운데 조금은 특별한 캠핑장이 선유도 앞에 있는 양화 한강공원캠핑장(영등포구 당산동)이다.

양화 캠핑장은 서울시에서 텐트를 제공하는 '몸만 오면 된다'는 다른 한강 캠핑장들과 달리 개인이 텐트를 가져와 설치하는 자유 캠핑장이다. 수백 동의 텐트가 들어가는 다른 대규모 캠핑장과 달리 30동 규모의 작고 간소한 야영장이다. 흔한 전기 시설도 없다.

언뜻 보면 불편한 캠핑장 같지만 최소한의 짐으로 가볍게 떠나는 미니멀 캠핑(Minimal Camping)과 잘 어울리는 캠핑장이다 (미니멀은 최소주의를 뜻하는 미니멀리즘에서 온 말). 일행들과 혹은 혼자만의 시간을 한껏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으로 어디 멀리 강가로 캠핑여행을 온 듯했다.

미니멀 캠핑에 어울리는 도심 속 강변 야영장

자전거를 타고 온 캠핑족들이 많다.
 자전거를 타고 온 캠핑족들이 많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요리는 캠핑장 한쪽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할 수 있다.
 요리는 캠핑장 한쪽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할 수 있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애마' 자전거에 캠핑 장비를 싣고 선유도를 향해 달려갔다. 올해 생겨나 아직 덜 알려진 데다 본인 텐트를 가져와서 쳐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지 성수기임에도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었다. 예약은 한강 여름캠핑장 홈페이지(www.hancamp.co.kr)를 통하면 된다(문의 1544-1566).

예약할 때 홈페이지에 걸린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위치를 고르는 게 좋다. 캠핑장마다 강을 바라보거나 나무 그늘이 있는 '명당'이 따로 있는데, 이곳은 최대한 한강에서 가까운 곳이 명당이다. 비용은 텐트 한 동(4인 기준) 당 1만 원이며, 테이블·의자·매트·랜턴 등의 장비까지 저렴하게 대여해 준다. 

취사가 안된다고 해서 기본 캠핑 장비인 코펠과 버너는 뺐다. 게다가 전기시설까지 없다니, '먹고 마시는 캠핑장보다는 휴식을 우선하는 곳이구나' 직감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피곤하다"고 말하는, 수면시간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꼴찌를 다투는 나라의 수도에 걸맞은 캠핑장이지 싶다. 

자리가 넓어 여유롭게 텐트를 칠 수 있다.
 자리가 넓어 여유롭게 텐트를 칠 수 있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중국 고전의 기록에 나올 정도로 어딜 가나 고기를 굽는 맥족(북방민족 貊, 族 : 중국의 동북지방에 살던 고구려 민족)의 후예가 맞나 보다. 취사는 안 되지만 매표소 옆 작은 매점에서 숯과 함께 냉동 포장된 고기를 팔고, 캠핑장 구석 한쪽에 고기를 굽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우리 조상들이 일상적으로 먹었던 숯불구이가 얼마나 유명했던지, 원나라(몽골)에서는 고려의 쇠고기를 수입했는데 고기 굽는 사람도 함께 초빙해 갔다고 한다. 

양화 한강 캠핑장은 수도권 전철 2호선 당산역, 9호선 선유도역과 가까이에 있어 필자같이 자전거 캠핑이 아닌, 배낭 하나에 모든 캠핑 도구를 짊어지고 다니는 백 패킹(Backpacking)하기도 좋겠다. 차를 가지고 가는 오토 캠퍼는 한강 양화 공원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불편함을 잊게 하는 아담한 낭만 캠핑장

캠핑장 옆 야밤 산책하기 좋은 한강공원.
 캠핑장 옆 야밤 산책하기 좋은 한강공원.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운치있게 밤 산책하기 좋은 선유도.
 운치있게 밤 산책하기 좋은 선유도.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마치 도시의 아파트같이 똑같은 색상과 모양을 한 수 백 개가 넘는 텐트가 들어선 한강의 다른 대형 캠핑장들과 달리 양화 캠핑장은 참 아담했다. 50개의 텐트가 들어갈 자리에 30개의 텐트만 치게 돼 있어 야영 공간이 한결 여유롭다. 작고 간소한 캠핑장의 장점은 이외에도 많았다.

사실, 다른 한강 캠핑장은 텐트 사이 간격이 너무 촘촘해 각종 생활소음에 신경이 쓰이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샤워장이나 화장실, 취사장을 이용하려면 길게 늘어선 줄을 뒤로 서서 기다려야 했다. 요즘 같은 여름 성수기, 도심 속에서 조용하고 여유롭게 강변 캠핑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아닐까 싶다. 취사가 안 되고, 전기시설이 없는 '불편함' 따윈 금세 잊게 된다.

찰랑거리는 강물과 한강의 하중도 선유도가 보이는 나무 옆에 가뿐하게 집(텐트)을 올렸다. 친구들과 캠핑 온 20대의 여성들, 식구들을 대동하고 온 중년의 아저씨, 오붓한 부부 캠핑족... 다들 어디 놀러 왔다는 들뜬 표정보단 그냥 잘 쉬고 있는 게 티가 나는 편안한 표정들이다. 해가 지고 강바람이 불자 시원한 공기가 땀을 식혀주며 잠시나마 무더위를 잊게 해줬다. 

팥빙수와 아이스크림을 사러 매점에 갔다가 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을 만나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캠핑장의 창고에 시민들이 타고 온 다양한 모양의 자전거들이 주차 중이었다. 자전거에 트레일러를 달고 온 어느 캠핑족 아저씨는 한강 캠핑장들을 자주 애용하는데 이 캠핑장만큼 조용하고 낭만적인 곳은 없는 것 같단다. 

캠핑장이 있는 한강 양화공원엔 양화 물놀이장이 있어 아이들이 놀기 좋다. 텐트를 쳐놓고 가까이에 있는 양화대교 위에 자리한 카페도 가볼 만하다. 아름다운 노을, 빨갛게 저무는 한강야경을 감상하며 마시는 커피는 더욱 달콤쌉싸름하다. 캠핑장을 품고 있는 한강공원은 자전거 타기도 천천히 걷기도 좋다.

무엇보다 캠핑장 건너편에 있는 선유도는 여름밤 산책하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선유도 안에도 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져 보이는 야외 카페가 있다. 늦은 밤 강바람을 쐬며 선유도를 걷다가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 온갖 벌레들의 합창이 여행자를 포근하게 맞이해 주었다.   

한강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양화대교 위 카페.
 한강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양화대교 위 카페.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태그:#자전거여행, #양화 캠핑장, #미니멀 캠핑 , #한강 캠핑, #선유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