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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행 석좌교수의 추모식이 7일 오후 7시30분 성공회대학교 새천년관 지하 1층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열린다. 최근 골절상을 입어 녹색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이날 낭독될 추도사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에 보내왔다. [편집자말]
지난달 31일 별세한 국내 마르크스 경제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수행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의 분향소가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에 마련됐다.
▲ 고 김수행 교수 분향소 성회회대에 마련 지난달 31일 별세한 국내 마르크스 경제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수행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의 분향소가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에 마련됐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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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 쌩, 쌩, 철썩.
난데없이 날아든 화살이 차곡차곡 쌓여가던 아름다운 기억들을 알알이 깨트려버리듯 아무런 생각도 못하고 그냥 이불에 코를 박고 웅얼댔습니다.

교수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사실이 아니지요. 사실이 아닐 거라고 고개를 젓다가 아침신문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또 장례는 어딜 가고 추도식부터 한다니, 꼭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아 이 녹색병원 복도 보행기에 기대어 혼자서 울부짖었습니다.

김…수…행… 교수님! 교수님은 결코 돌아가시질 않았습니다. 암, 아니고말고. 그렇습니다. 교수님은 이 황폐화 되어 가는 이 땅별 지구를 차라리 거대한 교단으로 삼아 스스로가 횃불이 되어 누리를 밝히고 있는 겁니다.

얼마 앞서 광화문 모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누가 와서 선생님, 김수행 교수님과 똑같은 분이 저기에 앉아 있습니다. 그래, 그럼 어서 가서 이리로 모시고 오라고 했는데 그냥 앉아 있겠다고 하신다는 겁니다.

그 뒤에도 웬 젊은이가 저기 김수행 교수님 비슷한 분이 계신다고 해서 벌떡 일어나 어철어철 가보니 참말로 김수행 교수님이 아닌가 말입니다.

나는 두 손을 꼭 잡고 이 모임이 끝난 다음 밥이나 같이 하자고 했으나 행진인지 무언지 쫓아가다가 그만 교수님을 놓치고 나서 내가 한 이야기입니다.

김 교수님은 맑스의 자본론만 번역해 내놓는 강단 학자가 아니다. 온몸이 반딧불이 되어 이 세상 구석구석을 밝히고 다니는 스승이라고 했더니 모두가 입을 꽉 다물며 주먹을 쥐는 것을 보았습니다.

교수님!

한 오년 전 어느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하시는지요.

"이봐요 검사, 판사님들. 이 자리에 서 있는 저 피고라는 사람들은 이 자본주의 이후의 세상, 자본주의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그리는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을 법으로 처벌하겠다니 그것도 법이요, 그것도 법 집행이냐구요. 공부들 좀 하시오, 공부…. 역사 발전을 가로막는 법은 참된 법이 아니라는 걸 깨우쳐야 하는 거요."

이와 같이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아니 마주치는 사람이 그 누가 됐든 그들에게 사람의 소리를 들이대시던 아, 우리들의 스승 김수행 교수님.

너무나 서두르십니다. 좀 천천히 가셨으면 하는 이 마음, 자꾸만 눈물이 되어 앞을 가로막습니다만 교수님, 저는 광화문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교수님께서 다시 오실 것을 믿고 이미 부러진 다리이지만 함께 새로운 역사를 걷고 싶습니다 교수님!

2015.8.6. 녹색병원 병실에서

고 김수행 선생 추도사를 쓰고 있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고 김수행 선생 추도사를 쓰고 있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 채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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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 김수행 교수, #추도사, #백기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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