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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조위 시행령 철회와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지난 4월 18일 오후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농성중인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가운데,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저지하는 경찰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캡사이신을 뿌리고  살수차로 물대포를 쏴 해산을 시도했지만 시민들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세월호특조위 시행령 철회와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지난 4월 18일 오후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농성중인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가운데,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저지하는 경찰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캡사이신을 뿌리고 살수차로 물대포를 쏴 해산을 시도했지만 시민들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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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4월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 때 일부 참가자가 경찰과 충돌했다. 몇몇은 청와대 방향 통로를 막은 경찰 버스에 밧줄을 걸어 잡아당겼고, 자신들을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때 경찰관 74명이 다치고, 지휘차 등 차량 71대가 파손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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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이문한)는 이 집회를 주최한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에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검찰은 그가 지난해부터 주최해온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서 일어난 각종 불법행위를 주도했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과 특수공용물건손상혐의를 적용, 구속기소 했다. 함께 법정에 설 김혜진 4·16연대 운영위원에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미신고 집회 주최, 해산명령 불응 등)과 특수공무집행방해, 일반교통방해만 적용한 것과 달랐다.

그런데 박 위원만의 혐의 가운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은 최소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하지만 검찰은 박 위원이 어떻게 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4월 18일 집회 참가자 가운데 6000여 명과 '공모공동'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공용물건을 손상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집회에서 일어난 폭력... 주최 측 책임일까?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법정에서 다뤄지겠지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공모공동정범'은 흔히 조직 폭력배 두목이 조직원들에게 폭력 행위를 지시, 그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본다면 두목이 직접 범행에 나서진 않았어도 공범으로 책임이 있을 때 빗대어진다. 일종의 지시관계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법원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법 위반혐의를 인정하며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불법 사이버 활동은 원장 지시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원 전 원장과 직원들이 공모공동정범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는 상황이 다르다. 2013년 법원은 정부가 2008년 촛불집회를 주최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아래 광우병 국민대책위)'를 상대로 불법·폭력집회의 피해를 배상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참가한 집회에서 불법행위가 있더라도 잘못을 저지른 사람과 집회 주최단체의 관계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어야 공동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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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의 변호인 김수영 변호사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직폭력의 배후 책임을 묻기 위한 이론을 집회·시위라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관련 사안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법원은 비슷한 사건에서 집회 주최 쪽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2009년 용산참사 가두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을 다치게 한 일은 행사를 주최한 시민단체 쪽 책임이라는 판결이다. 이 사건의 피고인 역시 박래군 위원이었고, 그는 징역 3년 1개월에 집행유예 4년에 처했다.

이때 재판부는 '예견 가능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댔다. 시위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데도 주최 쪽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김 변호사는 박 위원의 지난 16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때도 "판사가 '여러 번 집회를 개최하는 동안 점점 분위기가 뜨거워졌던 만큼 물리적 충돌을 예견할 수 있지 않았냐고 물었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집회·시위 관련 사안을, 또 오랫동안 인권 옹호활동을 해온 인물을 폭력범죄와 유사하게 볼 수 있느냐"고 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검찰은 왜 박래군에게만?

지난 4, 5월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포승줄에 묶인 채 7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호송 차량에 오르고 있다.
 지난 4, 5월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포승줄에 묶인 채 7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호송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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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 위원에게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가 적용된 점에도 의아해했다. 김 변호사는 "두 사람의 영장실질심사 때 검사가 전혀 얘기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아무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 모두 4월 18일 집회에 참석했는데, 김혜진 위원의 공소사실에 아예 이 집회 내용이 빠진 일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김 변호사는 이 대목이 앞으로 공판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판부가 이 혐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경찰이 두 사람과 4·16연대 등을 상대로 제기할 손해배상청구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치리라 전망했다.

한편 재판을 앞둔 박 위원은 구속기소 된 상황 자체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주변 우려가 계속 있었고, 본인도 용산참사 때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어서 당혹스러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파행을 겪고 유족들은 점점 힘들어지는데 옆에서 열심히 지원하지 못하고 구속된 일을 답답해한다"고 전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박래군,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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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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