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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옥 지부장은 2012년부터 3년에 걸쳐 총 40명의 관리자들에 의해 20차례 걸쳐 반복적이고 계획적으로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 비통한 마음에 끝내 눈물을 흘린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노조 지부장 홍명옥 지부장은 2012년부터 3년에 걸쳐 총 40명의 관리자들에 의해 20차례 걸쳐 반복적이고 계획적으로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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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건강을 논하는 의료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더욱이 사회정의를 위해 누구보다 헌신하는 가톨릭 재단에서 벌어진 일이라 배신감이 너무 크다"(장하나 의원)
"종교적으로 신뢰하는 가톨릭이라는 이름을 불러놓고...말도 안 되는,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 이런 병원의 행태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정진후 의원)
"노동, 의료, 인권 탄압의 종합판인 인천성모병원이 바로 대한민국 의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다"(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천주교 인천교구가 운영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원장 이학노 몬시뇰)이 10년 넘게 노동·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인천성모병원의 돈벌이 경영과 노동·인권탄압 실태 고발 및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목희 의원, 이인영 의원, 장하나 의원, 정진후 의원이 함께 참여해 이번 성모병원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끝내 눈물 흘린 홍명옥 성모병원 지부장 "인간의 존엄성 문제에서 출발"

"3개월 병가를 끝내고 최근 인천교구 신부님한테 편지를 보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나 아이를 낳고 직장 생활하는 50대 중년의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개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엄하고 위대한 존재라는 걸 알아 달라는 메시지였다. 그 어떤 이유로도 억압을 강요받거나 굴종을 강요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번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 기반에서 출발했다. 이 싸움의 끝도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최근 병원 측의 집단 괴롭힘 등으로 쓰러져 3개월 간 정신과 치료를 끝내고 복귀한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노조 지부장은 발제를 마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홍 지부장은 먼저 가톨릭대학병원의 돈벌이 경영과 부당한 노동·인권 탄압에 대해 고발했다. 그의 발제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천주교 인천교구가 1955년 설립된 성모자애병원을 인수한 후 이름을 바꾼 '인천성모병원' 시점부터 노조에 대한 탄압과 인권침해(폭행, 폭언) 사례가 지속됐다.

오로지 수익경영추구에 매달려, 의사들도 안타까움 토로

국회의원 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인천성모병원의 돈벌이 경영과 노동, 인권탄압 실태 고발 및 개선 토론회' 풍경
 국회의원 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인천성모병원의 돈벌이 경영과 노동, 인권탄압 실태 고발 및 개선 토론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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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실시간 모니터에 공개되는 진료환자 달성율 지표 현황으로 말미암아 직원들은 매일같이 비상근무체제에 시달려 각종 질병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중점진료지표현황'에는 병상 가동율, 외래환자 수, 수술환자 수, 응급실환자 수와 이에 대한 각각의 실적 목표, 누적 실적, 누적 달성률 등이 표시되는 것.

노조에 따르면, '2000데이''3000데이' 등의 외래환자 유치 할당량 달성을 위한 길거리 홍보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외래환자 2000명 돌파, 3000명 돌파하는 날을 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일반 직원들까지 퇴근 후 동원돼 홍보활동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와 관련해 천주교 인천교구가 설립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이 허위환자 부당청구 사건에 적발돼 세간의 질타를 받았다.

앞선 사례와 같이 성모병원의 수익성 추구를 위해서는 의사들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 의사들이 노조 측에 보내온  편지에 따르면, A의사는 "한 사람의 논리에 집중되어 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고 가톨릭대학이라는 이름에 침을 뱉은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볼 낯이 없다"고 토로했다. B의사도 "무리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오로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의료진의 행위... 이런 앞뒤가 바뀐 전략에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다"고 심경을 비치기도 했다.

이밖에도 주말 병상가동률 85%유지 지침, 진료시간 마감이 없는 무한 진료, 입사3개월이 되도록 식당 한 번 못간 간호사, 단체협약에 명시된 생리휴가는 그림의 떡으로 치부, 15년 차 이상 등 경력직원의 수당인상분 차별 지급 등이 인천성모병원의 비상식적인 병원 운영사례로 지적했다.

홍 지부장은 "과연 가톨릭대학병원들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현하고 복음을 전파'하는 그 존재성이 본질 훼손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인간에 대한 존엄한 가치와 자본의 냉혹한 현실 충돌로 더 이상 기존과 같은 (영리추구형) 경영방식으로는 살아남기 불가능한 구조적 현실에 이미 오래전부터 직면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노조 탈퇴 강요, 단체협약 해지 등 일상적인 탄압 계속돼

인천성모병원 노조에 따르면 계속되는 시민단체의 항의 집회에 맞물려 병원 측은 전투 경찰을 수시로 병원 안에 배치하도록 요청하고, 용역깡패를 수백 명씩 동원해 병원에 상주시켰다.
 인천성모병원 노조에 따르면 계속되는 시민단체의 항의 집회에 맞물려 병원 측은 전투 경찰을 수시로 병원 안에 배치하도록 요청하고, 용역깡패를 수백 명씩 동원해 병원에 상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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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부장은 개인의 삶을 온전히 병원과 환자를 위해 헌신했지만 돌아온 것은 노동탄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에 따르면 2005년 11월 천주교 인천교구가 경영을 시작하면서부터 사용자 대표는 노사교섭에 불참하고 모든 대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했다. 이유는 단 하나 "성직자는 노사문제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병원 측의 논리에서였다.

이로 인해 성모병원노조는 2006년 200여명에 달했던 노조원이 순식간에 80여명으로 줄었고, 2009년엔 병원 측이 단체협약을 일방해지하면서 30명으로 줄었다. 이후에도 병원 측이 노조간부 탄압, 조합원 회유 등에 떠밀려 현재는 조합원이 11명만 남아있다는 게 홍 지부장의 설명이다.

홍 지부장은 이에 대해 "병원 주인이 바뀌고 난 뒤 불과 1년 만에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탈퇴하기에 이르렀다"며 "조합원들이 이렇게 감소하기까지 병원 측은 노조와 일체의 대화 거부, 노조간부와 조합원 징계, 고소고발, 11억 8천만원 손배 소송 및 가압류, '자애사랑'이란 단체의 무차별 노조원 폭력, 몰래카메라 설치 등의 압박이 가해졌다"고 지적했다.

홍 지부장은 마지막으로 비상식적이고 무분별한 수익추구경영 중단, 노조활동 100%보장, 잡단 괴롭힘 등의 인권침해 중단,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병원 측에 요구했다.

돈벌이 경영을 강요하는 보건의료시스템, 사실상 미국식 의료 전면 추진

인천성모병원 노조에 따르면 병원 측은 노조 지부장을 포함한 핵심 간부의 사진에 근조 리본을 그려 넣고, '미친x', '노조 박살내자' 등의 험악한 단어를 삽입해 압박했다.
 인천성모병원 노조에 따르면 병원 측은 노조 지부장을 포함한 핵심 간부의 사진에 근조 리본을 그려 넣고, '미친x', '노조 박살내자' 등의 험악한 단어를 삽입해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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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중앙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 간 토론회에선 최근 확산되고 있는 영리추구형 보건의료시스템의 한계를 진단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부대사업 확대, 영리자회사 허용, 영리약국법인 허용, 병원 인수합병 허용과 같은 사실상 영리병원과 네트워크화를 합법화하는 조치가 추진되었다"며 "2014년 8월에 이르러서는 대학병원의 직접 기술 지주회사 허용, 임상시험규제 간소화, 보험업의 병원 직계약 등 사실상 미국식 의료가 전면 추진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만성화된 돈벌이 경영을 지적하며 최근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국제성모병원의 예를 들었다. 천주교 인천교구가 설립한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은 41건의 허위진료기록부를 작성, 직원들의 친인척과 지인들을 환자로 유치하면서 본인부담금 3467건을 면제해준 혐의로 지난 6월 인천서부경찰서에 의해 적발됐다.

권오광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는 "기존의 대형병원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니 더 많은 영리를 추구하기위해 교회가 병원을 운영한다면 이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뜻에 한하는 행위이므로 교회는 병원운영에 손을 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성모병원의 노조탄압에 대해서도 요한 바오로 2세의 '노동하는 인간' 20항을 언급하면서 "노동자들의 자기보호를 위한 필요성과 더불어 다른 또 하나의 권리 즉 단결권을 갖는다. 노동조합들은 노동자들의 개별 작업에 따라 참으로 정당한 권리와 사회정의를 위한 투쟁을 대변하는 것이다"라고 되어있다며 노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서선영 변호사는 지난 10년 간 인천성모병원이 행한 문제에 대해 노동 관련법과 헌법상 인격권 침해 등 현행법 위반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박인숙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 공동대표는 보건의료 체계에도 시민사회와 개입이 중요하다면서 "민민거버넌스 형태로 보건의료 체계의 투명한 운영과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와 관련해 인천성모병원 관계자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자님, 정말 그게 사실이라고 믿고 취재하신건가요? 노조 측과 만나 면밀히 취재하신 거 맞나요"라고 되물으며 기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체크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다른 관계자와의 통화에서도 "일단 기사화하지 말아주었음 좋겠다. 사실과 다른 왜곡된 부분을 일일이 대응한다는 게 가치가 없고, 건건이 전화로 대응을  할 수가 없다"며 "기회가 된다면 자료를 갖춰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태그:#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국제성모병원, #천주교 인천교구, #의료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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