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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이 꽃꿀을 깊은 곳에 숨겨 놓은 까닭은 곤충들이 꽃꿀을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술과 암술을 거쳐 가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합니다.
 식물들이 꽃꿀을 깊은 곳에 숨겨 놓은 까닭은 곤충들이 꽃꿀을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술과 암술을 거쳐 가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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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이크로렌즈에 푹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사용하던 일반렌즈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너무 선명했습니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습니다. 그동안에도 분명 보고 있었겠지만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들이 보이니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맨눈으로 보는 꽃잎과 마이크로렌즈를 통해서 보는 꽃잎은 달랐습니다. 꽃만 그런 게 아니라 곤충도 다르게 보였습니다. 불분명하던 문양이 또렷해지고,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잔털들까지 굵직하게 보였습니다.

마이크로 렌즈로 들여다 본 곤충 세상

<사계절 우리 숲에서 만나는 곤충> (글·사진 정부희 / 펴낸곳 지성사 / 2015년 7월 5일 / 값 3만원)
 <사계절 우리 숲에서 만나는 곤충> (글·사진 정부희 / 펴낸곳 지성사 / 2015년 7월 5일 / 값 3만원)
ⓒ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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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우리 숲에서 만나는 곤충>은 우리나라 숲에서 사는, 봄·여름·가을·겨울에 걸쳐 볼 수 있는 곤충들을 마이크로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마이크로 세상입니다.

매미를 모르고 잠자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꿀벌이나 호랑나비를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성인 대개의 사람은 매미와 잠자리를 알고 있고, 꿀벌과 호랑나비쯤은 분명 본 적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곤충들일지라도 사실 제대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맨눈으로 보이는 곤충은 봤을지 모르지만, 마이크로렌즈를 통해서만 보이는 세세하고 선명한 모습은 본 적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책에서 볼 수 있는 사진 속 곤충들은 지금껏 맨눈으로 봐왔던 곤충들 모습이 아닙니다. 선명하고, 또렷하고, 세세한 곤충들 모습, 마이크로렌즈를 이용해야만 들여다볼 수 있는 모습들을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볼 수 있는 낱낱입니다.

책에서는 계절별 곤충을 계절별, 특징별로 분류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봄에 볼 수 있는 곤충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꽃가루를 모으는 곤충'이 있고, '꽃꿀을 모으는 곤충'도 있으며, '잎사귀에 모이는 곤충'이 있습니다. 여름에 볼 수 있는 곤충 중에도 '식물즙에 모이는 곤충'과 '수액에 모이는 곤충'이 있습니다.

마이크로렌즈를 초월하는 설명

마이크로렌즈를 통해서 들여다 보면 맨눈으로는 보지 못했던 게 보입니다.
 마이크로렌즈를 통해서 들여다 보면 맨눈으로는 보지 못했던 게 보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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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에만 존재할 거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곤충 중에는 낙엽 밑이나 땅속은 물론 나무속에 모여서 겨울을 나는 곤충도 있다는 것을 책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식물은 왜 꽃꿀을 깊은 곳에 숨겨 놓았을까요? 꽃 모양이 어떻든 간에 곤충이 꽃꿀을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술과 암술을 거쳐 가도록 하려는 전략입니다. 꽃꿀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곤충의 털에는 꽃가루가 묻을 테고, 꽃가루가 묻은 채 다른 포기의 꽃으로 날아가 꽃꿀을 먹으면서 그 꽃의 암술머리에 우연히 꽃가루를 떨어뜨리겠지요. 꽃가루받이에 성공하기 위해 꽃꿀을 깊은 곳에 감춰 두는 것이지요. - 본문 59쪽 중에서

책에서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 마이크로렌즈로도 담을 수 없는 생태계의 비밀까지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식물들이 꽃꿀을 그토록 깊은 곳에 숨겨 놓은 이유는 꽃들이 번식을 하려는 원초적 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꽃들이 그런 모양, 그런 색깔로 피어나는 이유, 곤충들 주둥이와 날개 등이 왜 그런 모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 등이야말로 마이크로렌즈를 초월하는 세세한 관찰이자 묘사입니다.

저자는 책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때로는 무작정 기다려야 했을 겁니다. 때로는 코가 땅에 닿을 만큼 납작 엎드려야 했고, 때로는 숨을 쉬는 것조차 가슴이 답답할 만큼 참아야 했을 겁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에 바짓가랑이가 흥건히 젖고, 쏟아지는 뙤약볕에 목살 그을려가며 찍었을 사진이기에 책에서 볼 수 있는 곤충들 모습은 지금껏 맨눈으로만 봐왔던 곤충들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일 만큼 선명하고 또렷하고 세세합니다.

마이크로렌즈로 담은 곤충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고, 마이크로렌즈의 섬세함을 능가하는 자세한 설명을 통해 형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곤충들 생태계까지를 새기는 마이크로 곤충 탐방의 시간이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사계절 우리 숲에서 만나는 곤충> (글·사진 정부희 / 펴낸곳 지성사 / 2015년 7월 5일 / 값 3만원)



사계절 우리 숲에서 만나는 곤충 - 2015년 올해의 청소년도서(가을분기) 선정,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선정 우수과학도서

정부희 지음, 지성사(2015)


태그:#사계절 우리 숲에서 만나는 곤충, #정부희,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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