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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신체적 구조상 팔은 안으로만 굽힐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안으로만 굽는 팔이라고 지나치게 안으로만 굽히려 하다 보면 자칫 탈골 등으로 불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신체적 조건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이익에 대한 팔도 안으로 굽고, 역사에 대한 팔도 안으로 굽게 마련입니다. 사람의 팔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팔도 지나치게 안으로만 굽히려 하면 편들기를 넘어 왜곡이라는 불구를 낳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

<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표지 사진
 <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표지 사진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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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지은이 김운회,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는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한몽관계사, 역사에 드리워 있는 한국과 몽골과의 역사적 관계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조명해 놓은 내용입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책에서 읽고,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한몽 관계는 권력자들의 의중에 따라 지나치게 안으로만 구부러져 있고, 일방적으로 뒤틀려 있다는 것을 신랄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몽골은 고려를 끊임없이 침략하며 괴롭힌 침략국, 짐승처럼 사람(공녀)을 공물로 요구하던 야만족, 오랑캐로 불릴 만큼 미개한 나라였지만 제대로 바라보는 몽골은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게 책에서의 주장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대륙을 점유했던 몽골이 유독 고려만은 멸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책에서는 그 막강했던 몽골이 어떤 이유로 고려만은 멸망시키지 않았는지를 연구 결과 등을 근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몽골인들이 바라보는 고려는 피를 나눈 형제국 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한몽관계는 일방적으로 당하고 힘겹게 항거 해 버텨낸 가해국과 피해국의 관계이지만 사실은 그렇지만은 않은 게 한몽의 관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와 몽골과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명나라와 조선의 관계가 더 부정적이라고 합니다. 고려인 중에는 사실상 세계를 지배하였던 원나라 정치에 직접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친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녀만 해도 그렇습니다. 공녀하면 고려를 연상시키지만 조선시대, 세종대만 해도 명나라에 보낸 공녀가 70명이 넘습니다. 우리가 배워 알고 있는 한몽 관계가 이렇게 뒤틀려 있는 건 역대 권력자들이 필요에 의해 자행한 역사 비틀기와 왜곡 때문입니다.

구국 투쟁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는 삼별초도 이상하다.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삼별초에 별로 주목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사이엔가 구국항쟁과 자주독립의 기수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삼별초는 사실상 1970년대 군사정권에서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하다. -<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 93쪽

이러한 왜곡과 역사 비틀기는 수백 년 전에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작금의 정치를 에두르고 있는 현대사에서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게 삼별초에 대한 기록이자 삼별초에 대한 역사적 평가입니다.

한국사 왜곡의 주역, 이성계와 정도전

고려의 역사는 조선 건국으로 절단됩니다. 고려를 건국한 이성계와 정도전 등에게는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창건한 명분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들이 동원한 명분은 중국에서조차 사라진 성리학이었으며 원나라에 대한 왜곡이었을 겁니다.

이성계는 전주 이씨라고 알려졌지만 뿌리를 추적하다 보면 다소 의심스럽습니다. 반면에 징키스칸의 뿌리는 고려인에 닿아있습니다. 책에서는 이성계와 정도전을 한국사 왜곡의 주역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2류(아류)도 되지 못한다. 조선시대 이후 중화의 2류를 목표로 삼고 같은 계열의 동족을 오히려 천시하고 배제했다. 그러나 그 2류가 목표이므로 2류도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상 유학의 도입이 그 시작이지만 조선왕조는 이에 과도하게 몰입되어 세계사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했다. -<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 212쪽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당장은 불편할지 모르지만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고, 그래야만 제대로 된 나라가 될 수 있는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아는 길도 물어 가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아는 길도 물어 가면 길을 잘못 들 이유도 없고, 길을 잘못 들어 헤맬 이유도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는 역사도 때로는 물어보고 또 때로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집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고, 막연한 의심 때문도 아닙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알고, 그래야만 제대로 알고 있는 역사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 책을 역사적 이단쯤으로 치부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계를 지배한 몽골이 고려를 부마국으로 삼은 이유를 알고, 고려와 몽골이 유지했던 특수한 유착 관계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이 제목으로 묻고 있는 <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에 대한 궁금증쯤은 말끔히 해소해 줄 새로운 역사를 보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 (지은이 김운회 /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2015년 7월 2일 / 값 1만 4,000원)



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 -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한몽관계사

김운회 지음,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2015)


태그:#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 #김운회, #(주)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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