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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휘발유 연비가 좋은 이유는...
 여름철 휘발유 연비가 좋은 이유는...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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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여름이면 자동차 연비가 더 좋아진단 말이지?"
"네, 아버지. 에어컨만 틀지 않는다면요."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니? 난 믿을 수가 없구나."

40대 후반의 임씨와 70대 후반인 아버지와 대화. 임씨는 과거 10여 년 미국 생활을 하면서 여름 휴가철이면 대륙을 종횡하는 여행을 떠나곤 했다. 그때마다 느낀 게 여름철에는 자동차 연비가 살짝 좋아진다는 점이었다.

한국처럼 국토가 넓지 않고, 예고 없이 교통 정체가 발생하는 여건에서는 여름철 자동차의 연비 향상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운전경험이 많고 예민한 운전자라면, 여름철 연비가 최소한 다른 계절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막연하게나마 감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

여름철 자동차 연비가 특히 겨울철에 비해 높아지는 이유는 계절별로 연료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똑같은 자동차 휘발유라 하더라도 여름에 공급되는 게 겨울에 보급되는 것보다 함유 열량이 높다.

휘발유, 계절 따라 뭐가 다르냐면...

한국이나 미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는 여름철 휘발유와 겨울철 휘발유의 품질 기준을 별도로 정하고 있다. 여름, 겨울 자동차 연료의 생산 및 유통 기준이 각기 다른 것은 무엇보다 계절별 기온 차이 때문이다.

휘발유를 예로 들어보자. 여름철에는 기온이 오르기 때문에 증발이 쉽게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오존 오염 등 대기 공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커진다. 여름철 휘발유는 이런 온도 상승에 맞춰 증발을 억제할 수 있도록 보다 '무거운' 성분의 구성 비중이 커진다.

휘발유를 포함한 석유는 화학적으로 이른바 '탄화수소'의 복합체다. 탄소와 수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화학물질인데, 보통 탄소의 개수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다. 예컨대 프로판은 탄소가 3개, 부탄은 4개, 옥탄은 8개인 식이다.

휘발유는 탄소가 4~12개인 탄화수소의 복합물인데, 탄화수소의 개수가 많을수록 무겁고 증발이 되기 어렵다. 여름철 휘발유는 겨울철 휘발유에 비해 미세하나마 무겁다. 탄소 숫자가 4~6짜리인 탄화수소는 비중이 적고, 10~12개 등 무거운 탄화수소의 비중은 크다.

그런데 탄화수소의 개수가 많을수록 연소될 때 더 많은 에너지가 나온다. 디젤 자동차의 연비가 휘발 자동차보다 월등 높은 것은 엔진 특성이 다른 점도 있지만 디젤 자체가 휘발유보다 탄화수소가 많은 성분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디젤 구성 성분들의 탄소 숫자는 9~25개 정도다.

휘발유-디젤 차 연비 차이는 이것 때문

디젤 차는 휘발유 차보다 보통 연비가 40%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차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평균을 계산하면 대략 그렇다. 전문가들은 이들 40% 중 절반인 20% 정도가 연료 자체의 차이, 즉 휘발유가 디젤보다 열량이 높은 데 기인한다고 풀이한다.

같은 휘발유라도 여름철 용은 에너지 함량이 높고, 생산 단가 또한 높다. 수요 공급 여건이 똑같다면 여름철에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휘발유 생산공급 업체는 6~8월은 법적으로 여름용 휘발유를 제조해 공급해야 한다. 유통업체는 한달 늦은 7월부터 시작해 8월까지 두 달 동안은 여름용만 팔아야 한다.

공급업체나 유통업체 모두 값이 상대적으로 싼 겨울용 휘발유를 여름에 공급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물론 이는 위법이다. 석유품질 관리당국의 여름철 휘발유 품질 검사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만약에 있을 수도 있는 이런 위법 행위를 적발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 입니다.



태그:#자동차, #여름 , #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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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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