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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대통령궁 방문하는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
 지난 6일, 대통령궁 방문하는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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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냐, 극적인 회생이냐."

그리스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이 12일로 연기됐다. 전망은 안갯속이다. 그리스는 긴축안에 대해 반대라는 국민투표 결과를 등에 업고 채무 탕감 등 협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채권단을 주도하는 독일은 그리스의 태도변화 이전에는 어떠한 양보도 없다는 의견을 고수해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2일 운명 결정... 그리스가 제시할 개혁안 내용이 변수

유로존 회원국은 7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정상회담에서 그리스 정부에 9일까지 새 경제개혁안을 제출하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그리스가 제출한 새 경제개혁안을 바탕으로 12일 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지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 5년간 이어진 그리스 구제금융 과정에서 EU의 28개 회원국 정상이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그리스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개혁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빈손으로 등장했다. 국제사회에서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자, 오히려 치프라스 총리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고 느긋하게 나서는 모습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오늘 회의는 긍정적 분위기였다"고 평가하면서 12일 EU 정상회의에서 협상 타결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는 연금과 세금 부문에서 일부를 양보하더라도 부채탕감과 채무 기간 연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2일까지 그리스 은행이 파산하지 않도록 유럽중앙은행(ECB)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리스가 개혁안을 들고나올 때까지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이다.

원칙중시 독일, 그리스의 구조개혁 없는 부채탕감 거부할 소지 커

그리스는 '설마'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과 독일은 '설마가 사람 잡는다'며 경고하고 있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강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부채탕감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동시에 구조개혁 없는 지원은 어렵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협상에 관해 특별히 낙관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해결책을 찾는 데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불과 며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그리스가 제안한 단기 지원 프로그램도 거절했다. 그리스 경제를 살리려면 대규모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는 기존의 견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의 최종 데드라인은 12일까지"라며 "이번 주 안으로 합의안을 찾지 못하면 그리스는 파산하고 그리스의 금융 시스템은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그렉시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그렉시트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고 있다"고 압박했다.

그리스가 유럽연합을 만족하게 할 만한 개혁안을 들고 오지 않을 경우, 구제금융 협상을 거부하고 유로존 탈퇴가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또한, 외신들도 채권단을 주도하는 독일이 그리스가 원하는 채무탕감을 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 국민 사이에서 부채탕감은 안 될 일이라는 강경한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어 'schulden'은 '부채'라는 뜻과 함께 '죄'라는 뜻도 갖고 있다. 결국, 독일은 그리스가 파산에 처할 경우, 인도적 지원금을 보내줄 수는 있어도 빚 자체를 탕감해줄 수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피케티 "독일, 2차 대전 이후 부채 탕감받고 회생한 사실 잊지 말길"

국제사회는 그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재에 나서는 모습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 치프라스 총리와 연이어 전화 통화하며 그렉시트가 현실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일부에서는 독일의 양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등 경제학자 5명은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 메르켈 총리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그리스의 부채를 줄여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이날 미국 주간 <네이션> 온라인판에 실은 공개편지에서 "그리스 국민은 임금·정부지출·연금 삭감, 민영화 및 규제 완화, 증세 등 메르켈 총리가 요구한 긴축 조건을 대부분 지켰지만, 그리스 경제는 1929~1933년 대공황 이후 볼 수 없던 수준으로 피폐해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1950년대에 유럽이 독일의 막대한 전쟁 배상금 부채를 탕감해줌으로써 독일이 회생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잊지 말라며 메르켈의 강경노선을 비판했다.


태그:#그리스, #그렉시트, #앙겔라 메르켈, #알렉시스 치프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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