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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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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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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충남대병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시설관리 직원들의 임금이 지난해보다 많이 줄어들 처지에 몰렸다. 노조 측이 개선을 요구하자 병원 측은 그 책임을 도급 용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충남대병원(원장 김봉옥)은 지난 5월 시설관리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병원 본관과 병동 등 모든 병원 건물에 대한 기계설비, 전시설비, 승강기 등의 운전관리와 보수 등이 용역업무 대상이다. 시설관리 노동자는 87명에 이른다. 병원 측이 제시한 기초금액은 26억 9800만  원(2014년 27억 5700만 원)이다. 새로운 용역업체와 낙찰금액은 23억 6200여 만 원(낙찰률 87.995%)이다.

하지만 노조는 물론 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까지 울상을 짓고 있다. 병원 측이 터무니없이 낮은 입찰 기초금액을 제시해 임금 삭감은 물론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기초금액은 지난해보다 5900만 원 줄고, 낙찰금액은 6800여 만 원 줄어든 액수다. 노조 측은 이 같은 기초금액 감소로 인한 낙찰률을 적용한 노동자 임금은 전년 대비 약 5.98%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충남대병원, 지난해 보다 입찰 용역 기초금액 줄였다

임금을 올려도 시원찮은 마당에 어떻게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졌을까?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은 병원 측이 경비절감을 이유로 터무니없이 낮은 입찰 금액을 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측이 처음부터 임금 삭감을 염두에 두고 입찰 제시금액을 낮게 제시했다는 것이다.

충남대병원 시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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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공공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은 "병원 측이 올해 시설용역 입찰을 하면서 이유 없이 예산을 삭감, 낙찰 계약 금액이 줄어들게 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 용역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을 알면서도 벌인 일"이라며 "인건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충남대병원 내 정규직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5000만 원으로 공시돼 있다"며 "반면 병원 내 기술직 기사들은 월평균 150만 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충남대병원내 용역노동자들의 처우와 임금현황은 전국 국공립대 중 최저수준"이라며 "올려줘도 시원찮은 판에 더 깎으려 하는 건 횡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사전 조달청에 기초금액(예정가격)과 근로자들의 업무내용 및 배치에 관한 과업지시 내용을 공개했다"며 "때문에 구체적인 가격 결정권한은 입찰업체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낙찰업체에서 항목별 지출 금액을 산정한다"며 "근로자들의 임금산정내역도 용역업체에서 산정한다"고 덧붙였다. 공개한 예정가격과 과업지시서를 보고 투찰한 용역업체가 책임질 문제라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 "월평균 임금 150만 원.. 더 깎으려 하는 건 횡포"

이에 대해 시설관리 용역업체인 A사 관계자는 "병원 측이 총액 기준만을 제시하고 상세 설계 내역은 제공하지 않으면서 임금산정과 지급 여부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병원 측의 태도는 닭 한 마리를 내주고 돼지 한 마리를 구워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 병원 측이 제시한 기초제시금액에서 낙찰률(88% 이상 적용)을 적용하면 일반관리비와 기본 기업이윤 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도 오히려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처음부터 원가설계가 잘못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노조 측은 전 용역업체 측이 지난해까지 10여 년 동안 임금을 체불해 온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병원 측은 근로계약서상 야간 근무 시 6시간(자정-오전 6시)을 휴식시간이라며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야간 근무 근로자들이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일을 해왔는데도 이중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를 휴식시간으로 보고 수당을 주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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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은 "환기설비와 위생설비, 냉난방, 소방 설비를 운전 관리해야 하는 시설관리 업무 특성상 24시간 계속 근무할 수밖에 없다"며 "'휴게 시간'이 아닌 '대기근로'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그 주된 책임이 병원 측에 있다고 보고 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휴식시간?  근무수당 내놔라"

노조 관계자는 "병원 측이 용역원가산정 때 연장근무수당과 야간근무수당을 산정하지 않아 용역업체가 수당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도록 했다"며 "전 용역업체는 물론 병원 측에 연대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충남대병원과 전 용역관리업체를 지방노동위원회에 임금체납 건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병원 측은 "최근 몇 년 동안 업체로부터 용역관리비 수준에 대한 어떠한 이의나 지적을 받은 바가 없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업체 측에서 먼저 용역 금액 설계변경 등의 정식절차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산정과 지급 여부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업체에 있다"며 "지방노동청에서 병원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 받게 될 경우에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이 입찰 금액을 터무니없이 낮게 제시했는지 여부는 병원 측이 애초 설계한 세부 원가 계산서를 들여다보면 확인된다. 하지만 병원 측은 <오마이뉴스>의 원가계산서 공개 요구에 대해 "원가계산서는 비공개정보대상으로 판단된다"며 "노조 측이 원가계산서를 비공개한 데 대해 행정심판을 제기할 예정에 있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태그:#충남대병원, #시설용역계약, #공공비정규직노조, #원가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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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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