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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4일이 토요일이어서, 하루 전인 금요일이 대체휴일이 되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연휴가 생긴 것입니다. 뭘 하며 보낼까 하다가 집에서 멀지않은 코네티컷 주의 미스틱(Mystic)으로 갔습니다. 미스틱에는 미스틱 시포트(Mystic Seaport)라는 백 여 년 전의 항구도시 일부를 그대로 보존한 박물관 겸 해양민속촌이 있습니다.

미스틱 시포트(Mystic Seaport) 입구
 미스틱 시포트(Mystic Seaport) 입구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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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산책하며 걷기에도 좋고 미국인들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꼭 방문 해야겠다 생각했던 곳이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25달러(한화 2만 5천원 정도)로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입장마감 1시간 전인 오후 4시에 가면 50% 할인된 금액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우리는 오후 4시에 맞춰 도착을 했습니다.

민속촌 내부로 들어서니 바다가 코앞입니다. 정말 이곳은 항구도시였던 모양입니다. 바다를 앞에 두고 집들이 나란히 있습니다. 지금 누군가가 살고 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보존이 잘 되어 있습니다. 이 건물들은 각각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뭐하는 곳이었는지는 건물의 간판을 보면 됩니다. 시계 파는 곳, 편의점, 약국, 은행, 학교, 신문사, 배 수리하는 곳, 창고 등 제각각 역할이 다릅니다.

각각의 건물에 들어가 보니 규모는 매우 작았지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나 재밌었던 건 모든 건물들이 목조인 반면, 은행만큼은 석조건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불청객'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습니다.

80년 동안 37회 항해한 배

은행이 있는 바다 앞 건물들. 제일 왼쪽이 은행이다.
 은행이 있는 바다 앞 건물들. 제일 왼쪽이 은행이다.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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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경선, 찰스 모건(Charles W. Morgan)
 포경선, 찰스 모건(Charles W. Mor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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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찰스 모건(Charles W. Morgan)'이라 이름 붙여진 포경선이었습니다. 이 배는 1841년 매사추세츠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배 소유주의 이름이 찰스 모건이어서 그의 이름을 따서 배에 붙였다고 합니다.

이 배는 80년 동안 37번의 항해를 했는데 한번 항해를 나가면 보통 3~5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1921년부터 더 이상 항해가 불가능해진 배는 주인의 뜻에 따라 1941년 미스틱으로 오게 됩니다. 배를 기념하고 보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항해중인 찰스 모건
 항해중인 찰스 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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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의 구조는 총 3층이었는데 제일 아래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람객에게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2층은 식료품 저장실과 선장, 선원들의 침실로 이뤄져 있습니다. 선장의 방은 소파와 책상까지 놓여있어 방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지만 선원들의 방은 침실이라기보다는 몸만 겨우 누울 수 있는 크기의 이층침대가 나란히 놓여있는 정도였습니다. 선원이 많다보니 침대도 꽤 많았습니다. 항해 때마다 필요한 선원이 약 30~36명 정도였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층 구경을 마치고 배 위로 올라오니 뭔가 시끌벅적 합니다. 직원 3명이 높은 곳에 올라가 돛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돛에 연결된 줄이 많아 아래쪽에 있는 직원과 소통하느라 내는 소리였습니다.

돛을 정리하는 직원들
 돛을 정리하는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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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편의점
 당시의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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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약국, 그 시대의 약들

길을 따라 걷다보니 작은 골목이 나옵니다. 약국, 편의점, 학교 등이 있는 골목입니다. 약국과 편의점의 외관은 마치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편의점으로 들어가 보니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편의점 직원인 듯 카운터에 서서 설명을 해주고 계십니다(아이들의 체험학습이 이뤄지는 곳을 비롯해 설명이 필요한 곳은 모두 안내직원이 있음). 이곳은 쉽게 설명하면 지금의 편의점인 곳이랍니다. 그래서인지 식료품도 있고 옷감 등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들어간 곳은 약국 겸 화학약품 취급점입니다. 이곳 역시 건물로 들어서니 직원이 '19세기 약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농담 섞인 인사를 건넵니다. 딱딱하게 필요한 것만 설명해주기 보다는 어디에서 왔느냐, (아이들에게는) 몇 살이냐 등등 관람객에 맞춰 간단한 대화로 설명을 풀어냅니다.

약국에서 흥미로웠던 건 그 시대의 약들이었습니다. 진열장 안에 들어가 있어서 만져볼 수는 없었지만 긴 세월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19세기의 약들
 19세기의 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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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실
 학교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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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건물에 들어서면 이곳이 학교라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설명을 해주는 직원은 없습니다. 유독 오래된 칠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산책 겸 천천히 돌다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몰랐다는 건 분명, 그곳이 흥미로웠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해양민속촌답게 배를 주제로 한 체험학습장이 곳곳에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위해선 입장마감 1시간 전이 아닌, 더 일찍 와야겠다는 생각도.


태그:#미스틱 시포트, #MYSTIC SEA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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