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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 '아름다운 도전자' '바보 정치인'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누굴까? 바로 김부겸(57) 전 국회의원이다. 그는 경복고등학교를 나온 TK(대구·경북) 출신이다. 현 집권 여당에 몸을 담았다면 웬만한 중진 이상의 거물급 정치인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구에서 '빨갱이' 다음으로 금기어로 통하는 '김대중'과 함께 정치를 했다. 그럼에도 1997년 대선 직전, 당시 김대중 민주당 총재가 신당을 창당할 때는 따라가지 않았다. 그 후 신한국당 창당에 함께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DJ당 출신'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주역임에도 '신한국당 출신'이란 낙인도 따라다녔다.

그랬던 그가 수도권의 탄탄한 지역구를 버리고, 2012년 19대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해 여당 후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런 그가 지난 1일 인천을 찾았다. '민주와 평화를 위한 인천국민동행'이 초청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2014년 지방선거 패배 후 중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다가 귀국한 날이었다. 송 전 시장과 김 전 의원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송 전 시장은 이날 연수구에서 열린 산악회 모임에만 참석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신학용 국회의원, 박우섭 남구청장, 신현환·이성만 전 시의원 등을 만났다.

지역주의라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대구로 갔다는 김부겸 전 의원. 그는 정통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정치적 기반을 대구로 옮겨 현재 대구시민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지역주의라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대구로 갔다는 김부겸 전 의원. 그는 정통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정치적 기반을 대구로 옮겨 현재 대구시민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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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죽이려고 김대중 죽이고, 김대중 죽이려고 박정희 죽이냐"

그는 "현재 대한민국 공동체를 이끌고 성장시킨 그분들(산업화 세대)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민주화와 시민의 성장을 이끌었던 우리가 역사적 성과에 대해 인색할 필요가 없다"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선거 때 대구에 '박정희 컨벤션' 건립을 공약으로 들고 나온 배경도 설명했다.

"대구에서 '김대중'은 아직도 금기어다. 김일성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민주화도 덜 떨어진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박정희의 근대화'를 자신들이 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래서 난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의 공을 인정받고 싶으면, 민주화를 이끈 김대중을 대구에서 받아들여야한다. 박정희를 죽이기 위해 김대중을 죽이고, 김대중을 죽이기 위해 박정희를 죽일 필요는 없다. 그렇게 공존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양극화, 청년일자리 문제와 이념·세대·지역 갈등이 심각함에도 지역주의 정당 체제, 기득권 체제, 계파정치의 폐해가 판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서 여행 철에 정치인이 인사 정도 드리는 것은 보통인데, 대구에서 이런 거 했더니 다들 신기하게 생각했다. 대구에 있는 분들이 그런 서비스를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당(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호남에선 그런 서비스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도권은 그 정도는 기본 아니냐. 영호남의 기득권 정당은 민주의 삶을 부정하는 기득권 체제 아니냐?"

이어서 그는 현재 선거구 개편이 과연 시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느냐며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던졌다.

"인천에 국회의원 의석이 한두 개 늘어난다고 하는데, 인천에 두 석 더 생긴다고 인천이 살만한 도시가 되느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두 명 늘어난다고 인천시민의 삶이 좋아지냐?"

김부겸 전 국회의원. 그는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의 근원적 균열이자 망국적 병폐”라며 “TK 출신이 새정치민주연합 정치를 한다는 건 웬만한 강심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김부겸 전 국회의원. 그는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의 근원적 균열이자 망국적 병폐”라며 “TK 출신이 새정치민주연합 정치를 한다는 건 웬만한 강심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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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국 가치·공공성·연대성 회복과 통일 한국 비전 공유가 살 길"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이념·계층 등의 여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공공성, 연대성을 회복해야한다. 상식과 상생의 정신을 복원하고, 통일한국의 미래비전을 공유해야한다"

김 전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여러 갈등의 해법을 이렇게 제시했다. 그는 "증오만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왜 이런 갈등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자기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일제강점기 경험과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인한 반공과 반북 이데올로기, 여기다 30년간 군사독재로 인한 독재 대 민주의 갈등이 지속됐다. 투쟁과 갈등을 넘어 이제는 상생의 길로 나가야 한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와 중국 등소평의 화해정책을 소개하면서 상생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랜 인연으로 보면 경우 아니지만, 피하지 않겠다"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김 전 의원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대구 출마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는 최근 대구 수성 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경기도에서 국회의원과 재선의 도지사를 지냈지만, 여권 텃밭인 대구에서 정치기반을 넓히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수성 갑은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구다. 김 전 의원이 '지역주의 타파' 등을 내세워 출마했던 지역구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득표율 40.4%를 기록했다.

"오랜 인연으로 보면, 경우는 분명히 아니다. 김 전 지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모임을 하면서 만났고, 재야운동권에서 리더였다. 잘못된 싸움이다. 당신도 설움을 당했는데, 대구까지 와서 이 짓을 하냐. 싸움은 피하지 않겠지만 금도를 넘지는 않겠다. 이 정치판에서 싸움 한두 번 하냐? 특별히 위축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누가 되든지 쉽지 않은 싸움이다."

여당 텃밭에서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인 김 전 지사와의 싸움이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정책과 자세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심감도 보였다.

"대구엔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데, 많은 학부모가 희망하고 있다. 이번에 당에 정책 건의를 할 생각인데, 세상의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정책을 진실하게 마련한다면 나도 호소할 구석이 생기지 않겠느냐? 당신 편에 서 있어야 대한민국이 바로 간다는 것을. 야당 없는 나라꼴이 잘 되는 경우는 없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년 총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야권이 분열하면 현재 야권으로 대표되는 세력은 몰락할 수밖에 없고, 야권이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지지자에게 희망을 줘야한다고 했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을 잘 아는데, 어설프게 시간 때울 사람이 아니다. 김대중 총재 때 정치를 시작했다. 진보정당이 있어도 힘든 싸움인데, 수도권에서 비슷한 야당 생기면 망한다. 야당이 전멸하면, 국민은 새누리당 내 갈등을 여야 대결로 느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만 탓하지 말고 야권이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지지자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부겸, #김문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동행,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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