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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단 꿀 피자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후 골목길은 좀 더 구체적인 고민에 들어갔어. 어떤 맛의 꿀 피자를 만들어서 누구에게 팔 것인가 하는 고민이야.

골목길은 생각했어.

'피자는 어린이, 청소년, 장년, 노인층 등 모든 연령대의 수요자가 먹는 음식이야. 그렇다면 '꿀 피자'도 마찬가지야. 꿀 피자도 모든 연령층의 수요자가 먹는 음식이 돼야 해. 그렇다면 모든 수요자의 입맛에 맞는 꿀 피자를 만들어야해. 특정한 수요자만을 위한 꿀 피자를 만들 필요는 없어.'

골목길은 마을 가족 모두를 위한, 즉 모든 소비자를 위한 꿀 피자를 만들기로 했어.

물론 꿀 피자 시장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서 각 시장에 맞는 꿀 피자를 만드는 방법도 있어. 예를 들어, 전체 피자 시장을 '어린이 피자 시장, 청소년 피자 시장, 장년층 피자 시장, 노인층 피자 시장'으로 나누는 거야. 즉 '시장세분화'를 하는 거지. 그런 다음, 각 시장에 맞는 꿀 피자를 만드는 거야. 구체적으로 어린이의 입맛에 맞는 꿀 피자, 청소년이 좋아하는 맛의 꿀 피자, 장년층이 원하는 꿀 피자, 노인층을 위한 꿀 피자 등을 따로 만들 수도 있어.

하지만 따뜻한 가게의 경우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꿀 피자 시장이 '블루오션(blue ocean)'이기 때문이야.

블루오션(blue ocean)이란, 말 그대로 넓고 깊은 푸른 바다야. 이러한 블루오션에는 엄청난 고기떼가 살고 있어. 그래서 이곳에서는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지.

이런 상황을 기업경영에 한 번 비유해 볼까?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알려지지 않은 시장이 있어. 그래서 이 시장엔 경쟁자가 없어. 그런데 가능성이 굉장히 큰 시장이야. 앞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이지. 그렇다면 기업에게는 이런 시장이 '블루오션'이 되겠지.

그런데 왜 꿀 피자 시장이 왜 블루오션(blue ocean)이냐구? 여길 좀 봐. 꿀 피자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어. 따라서 꿀 피자 시장은 아직 생겨나지 않은 시장이야. 그래서 현재 다른 경쟁자가 없어. 하지만 가능성은 굉장히 큰 시장이야. 그러므로 꿀 피자 시장은 블루오션(blue ocean)이란 말야.

꿀 피자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면, 굳이 시장을 여러 개로 나누고 각각의 시장에 맞는 꿀 피자를 만들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한 종류의 꿀 피자만 만들어도 소비자들은 따뜻한 가게의 꿀 피자를 사 먹을 거야. 왜냐하면 따뜻한 가게 외에는 꿀 피자를 파는 데가 없으니까. 따뜻한 가게 외에는 꿀 피자의 공급자가 없으니까.

그래서 골목길은 모든 연령층의 소비자를 다 아우를 수 있는 표준적인 제품을 만들기로 했어. 한 종류의 꿀 피자로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겠다는 전략이지. 그리고는 곧바로 제품 개발에 들어갔어.

며칠 후.

마침내 첫 꿀 피자가 만들어졌어.

"삼촌, 드디어 완성이에요. 맛이 어떤지 테스트해 봐야겠어요."

골목길은 아빠 사슴을 삼촌이라고 불러. 골목길의 큰 형인 골목쇠와 아빠 사슴이 친구이기는 하지만, 아빠 사슴이 골목길보다 나이가 훨씬 많기 때문에 삼촌이라고 불러.

"누구에게 맛을 봐달라고 할까?"

아빠 사슴이 골똘히 생각에 잠기며 물었어.

"제가 만든 꿀 피자는 모든 연령층의 소비자를 위한 꿀 피자에요. 그러니까 모든 연령층의 소비자를 대표할 수 있는 표준적인 소비자를 선택하는 게 좋겠어요."

골목길이 손에 낀 비닐장갑을 벗으며 말했어.

"그렇다면 나이가 딱 중간 정도인 소비자여야 하는데... 아 참, 봉숭아 학당의 꽃사슴 선생님이 좋겠어."

아빠 사슴이 무릎을 치며 말했어.

"그럼, 제가 꽃사슴 선생님께 연락을 드릴게요."

골목길은 지체 없이 꽃사슴 선생님의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어. 꽃사슴 선생님은 수업을 마치고 퇴근준비를 하는 중이었어.

"네, 알겠어요. 금방 갈게요."

꽃사슴 선생님이 상냥한 목소리로 골목길의 부탁을 들어주셨어.

붕숭아 학당에서 따뜻한 가게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꽃사슴 선생님은 늘 이 길을 걸어 다녀. 길가에 핀 아기 민들레와 얘기를 주고받기 위해서야. 아기 민들레와 꽃사슴 선생님은 서로 친구야. 나이는 꽃사슴 선생님이 훨씬 많지만 그냥 친구하기로 했어. 서로의 관심사가 일치하거든.

아기 민들레와 꽃사슴 선생님은 별나라 어린 왕자님 팬이야. 아기 민들레의 마음속에도, 꽃사슴 선생님의 마음속에도 별나라 어린 왕자님이 자리 잡고 있어.

꽃사슴 선생님은 매일 아기 민들레를 찾아와 어젯밤 꿈속에서 만난 별나라 어린 왕자님 얘기를 들려줘. 지난 번 꿈에서는 어린 왕자님이 꽃사슴 선생님 볼에 키스를 해줬대. 꽃사슴 선생님은 그 얘기를 들려주며 얼굴이 빨개졌어. 그러자 아기 민들레도 덩달아 얼굴이 빨개졌어.

잠시 후 꽃사슴 선생님이 따뜻한 가게로 오셨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골목길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어. 꽃사슴 선생님은 얼굴도 예쁘지만 무엇보다 마음씨가 착하고 상냥하셔. 그래서 봉숭아 학당 어린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막내 골목쥐는 꽃사슴 선생님의 팬이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선생님의 모든 것이 좋대.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 중 두 번째로 좋대.

"첫 번째로 좋은 선생님은 누구신데?"

어느 날 저녁을 먹던 중 골목길이 물었어.

"응, 1학년 때 선생님."
"그 선생님은 어떤 점이 좋은데?"
"응, 상냥하시고, 또 우리가 공부에 지칠 때면 재미있는 게임도 해주셨거든."
"수업시간에 게임을? 무슨 게임인데?"

골목길은 눈을 둥그렇게 뜨며 물었어.

막내 골목쥐의 설명에 따르면, 1학년 때 선생님은 수업 중간이나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게임을 자주하셨대. 정답 맞추기 게임을 가장 많이 했는데, 컴퓨터에 게임 프로그램을 내려 받거나 링크를 걸어서 하는 거래. 선생님은 영어 수업에도 게임을 많이 활용하셨대.

"응, 그랬구나. 그런데 겨우 1학년이 공부에 지친다는 게 말이 돼?"
"학교생활이 처음이니 적응도 해야 하고, 힘든 점이 많았거든!"

아빠 골목길이 어이없다는 듯 묻자 골목쥐가 발끈하고 나섰어. 하긴, 골목쥐는 한글도 다 알지 못한 채로 학교엘 들어갔으니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아.

"이거 저희 가게에서 새로 만든 꿀 피자인데, 맛이 어떤지 한 번 드셔보세요."

아빠 사슴이 꿀 피자 한 조각을 내밀며 말했어.

"어머, 그래요? 맛있게 생겼네요. 그럼, 한 번 먹어 볼게요?"

꽃사슴 선생님은 꿀 피자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어.

"음... 맛있기는 한데, 단 맛이 너무 강한 것 같아요. 꿀이 너무 많이 들어갔나 봐요."

꽃사슴 선생님이 아빠 사슴을 바라보며 말했어.

"그럼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드셔봐 주세요."

아빠 사슴이 조심스럽게 부탁했어.

"네, 그렇게 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꽃사슴 선생님은 상냥한 미소를 남기고 가게를 나가셨어.

골목길은 일주일 동안 열심히 꿀 피자를 만들었어. 이번에는 꿀을 적게 넣고 만들었어.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금요일 오후가 되었어. 늦은 오후쯤에 약속대로 꽃사슴 선생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셨어.

"이번에는 맛이 너무 밋밋해요. 꿀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꽃사슴 선생님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어.

"그럼 다시 만들어 볼게요. 다음에 다시 한 번 드셔봐 주세요."

골목길이 아쉬움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부탁했어.

"네. 그렇게 할게요."

꽃사슴 선생님은 이번에도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어.

'매번 이처럼 친절하게 도와주는 걸 보니 꽃사슴 선생님은 참 좋은 분인 것 같아.'

골목길은 내 일처럼 도와주시는 꽃사슴 선생님이 무척 고마웠어.

"참, 들어오다 보니까 가게의 경영 이념이 '따뜻한 자본주의의 실천으로 마을 가족들을 행복하게 한다'이던데, 따뜻한 자본주의가 뭐예요?"

꽃사슴 선생님이 궁금한 목소리로 물었어.

"따뜻한 자본주의는 경쟁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자본주의를 말합니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자신의 이익만 챙기다 보니 경쟁이 너무 심합니다. 인간성이 메마르고, 오직 강자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빠 사슴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어.

"남에 대한 배려가 없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워낙 경쟁이 심하다보니 경쟁에서 한 번 낙오되면 다시 일어서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한 번 가난해지면 다시 부자가 되기 힘들고, 한 번 직장에서 물러나면 다시 직장에 들어가기가 힘듭니다. 이러다보니 많은 이들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로 인해 행복해지기 보다는 오히려 불행해진 셈이네요. 그럼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배려입니다. 물질적 이익보다 이웃에 대한 배려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럼 따뜻한 자본주의는 돈보다 사람에 대한 배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요?
"그렇습니다."

꽃사슴 선생님은 기회가 되면 따뜻한 자본주의에 대해 더 알려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가게를 떠나셨어.

다시 일주일이 흘렀어.

그동안 골목길은 열심히 꿀 피자를 만들었어. 이번에는 꿀을 조금 더 넣어봤어. 몇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새로운 꿀 피자가 완성됐어. 골목길은 시계를 쳐다보았어. 꽃사슴 선생님이 오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어.

골목길은 꽃사슴 선생님이 드실 꿀 피자를 탁자위에 올려놓았어. 몇 분이 더 지난 것 같았어. 긴장한 골목길이 침을 몇 번 더 삼키고 헛기침을 몇 번 더 했거든. 그런데도 꽃사슴 선생님은 오지 않으셨어.

'오늘은 안 오시려나...'

골목길은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어.

'안 오셔도 어쩔 수 없지 뭐. 그동안 도와주신 것만도 얼마나 감사한데...'

골목길은 초조한 마음을 달래려고 스마트폰을 꺼냈어. 프로야구게임을 볼 생각이었어. 골목길은 프로야구를 좋아해. 골목길은 '기린아' 팀 팬이야. 기린아 팀의 경기는 거의 빠짐없이 봐. 어제는 기린아 팀이 이겼어. 기린아 팀의 에이스인 왕현종 선수가 잘 던졌거든. 마무리인 윤서민 선수도 잘 막아줬고. 골목길은 이 두 선수를 특히 좋아해.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야구장에 직접 가서 응원도 해 줄 생각이야.

그런데 오늘은 정말 왜 이럴까? 어제 그렇게 잘하던 기린아 팀이 오늘은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어. 선발 투수는 1회를 못 버티고 내려갔대. 힘이 빠진 골목길은 스마트폰을 꺼버렸어. 그리고 탁자를 치우기 시작했어.

'꽃사슴 선생님은 안 오실 것 같아...'

바로 그때, 꽃사슴 선생님이 숨을 헐떡이며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셨어.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 사정이 좀 생겨서요."
"아닙니다. 바쁘신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겼다니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골목길은 꽃사슴 선생님께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어. 꽃사슴 선생님은 길가에 핀 아기 민들레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며칠 전 일로 마음이 상한 민들레를 달래느라 늦었다고 말했어.

며칠 전이었어. 급한 볼 일이 생긴 꽃사슴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의 차를 타고 아기 민들레가 사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어. 차안에서 꽃사슴 선생님이 아기 민들레를 향해 손짓을 했지만, 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바람에 아기 민들레는 꽃사슴 선생님을 보지 못했어.

사정을 알지 못하는 아기 민들레는 어둠이 마을을 완전히 덮을 때까지 길모퉁이를 바라보며 꽃사슴 선생님을 기다렸어. 하지만 끝내 꽃사슴 선생님이 찾아오지 않자 아기 민들레는 크게 실망했어.

'말도 없이 오지 않다니! 꽃사슴은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게 분명해! 만일 친구로 여긴다면 못 온다는 연락을 했을 거야!'

그 날, 아기 민들레는 아픈 마음을 달래며 밤새 울었대.

"그래서 아기 민들레와는 오해를 풀었어요?"

골목길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어.

"네, 다행히 오해가 풀렸어요. 그래서 너무 기뻐요."

꽃사슴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말했어.

"잘 됐네요."

골목길도 기뻐해 주었어.


태그:#시장세분화, #블루오션, #표준소비자, #표준제품, #컴퓨터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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