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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에게 자신의 음악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악기 연주를 하는 것은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기술을 익힌 것인가? 이것은 인디밴드를 취재하는 내내 가져왔던 의문이다. 따라서 연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에 대해 물었고, 그 대답은 대체로 와 닿지 않았다.

실제 연주를 해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악기연주 학원을 다닐 생각마저 했지만, 기초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주로 감정을 표현하는 수준을 생각하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인디밴드에게서 그 감정이 실재한다는 것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승환밴드'와 '김장훈밴드' 등 공연과 연주에 있어서 국내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연주를 하던 이들이 뭉친 밴드. 마치 음악계의 '어벤져스'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인디밴드 weego(위고)에게 '자신의 음악을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목요일 오후 2시께 합정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인디밴드 weego는 리더(보컬) 김보선, 건반 임재신, 베이스 김상욱, 드럼 원성일로 구성된 4인조 남성밴드이다.

이승환, 김장훈과 함께 했지만... 해결되지 않은 목마름

카페 인터뷰 후에 사진을 찍고 있다.
▲ 인디밴드 weego 카페 인터뷰 후에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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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이 싱글 하나밖에 없는 팀인데 음악을 오래 한 것 같아요. 음악이 너무 세련되어서 '신인이 어떻게 이렇게 세련된 음악을 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언제부터 음악을 하신 거죠?
김상욱 : "저는 음악을 한 지 꽤 되었죠. 아주 어렸을 때 배운 건 빼고라도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진학을 목표로 음악을 했는데 그 대학에 마침 저에게 음악을 가르쳐 주신 분이 강사로 계신 거예요. 그래서 스승의 얼굴에 먹칠을 할 수는 없으니까 열심히 하게 되었죠. 2011년 부터는 '이승환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 '이승환밴드'라는 건 밴드가 중심이 아니라 '이승환'이라는 이름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이승환이 밴드를 만들었다는 것도 잘 안 알려져 있잖아요. 세션과 같은 느낌 아닌가요?
김상욱 : "네, 맞습니다. 밴드보다는 '이승환'이라는 이름이 더 유명한 것이 사실이고 세션처럼 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밴드로써 도리가 아니잖아요.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요. 밴드에서 많은 걸 배웠고요. 처음에 들어갈 때는 여기서(이승환밴드) 열심히 하다보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음악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weego에 참여하게 되었죠."

임재신 : "저도 '김장훈밴드'에서 5년간 건반을 연주했습니다."

- 이승환, 김장훈이라면 대한민국에서 공연을 가장 잘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는 사람들인데 그 안에서 연주했다면 제가 weego의 음악을 세련되었다고 느낀 것은 당연한 일이겠네요.
임재신 : "그렇게 들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웃음) 저도 앞서 말한 상욱이처럼 '김장훈밴드'에서 연주하면서 똑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특히 '김장훈밴드'는 저보다도 15살 정도 많은 분들이시거든요. 제가 30대 후반인데도 밴드의 막내 중에 막내였어요. 그래서 나왔다고 볼 수도 있죠.(웃음) 농담이고, 정말 좋았고 많이 배웠어요. 하지만 상욱이와 같은 마음으로 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팀을 지금은 나와 있습니다."

김보선 : "weego에서 보컬을 맡고 있습니다. MBC에서 방영된 <위대한 탄생>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생방송 직전까지 갔었죠. (위대한 탄생에 나가게 된 배경은?) 사실 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 사촌동생 중에 '버스커버스커'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친구(김형태)가 있어요. 그 친구가 갑자기 대박이 나서 이제 볼 수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거예요. 바로 얼마 전까지 같이 음악을 하던 친구였는데...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죠. 나가서 스타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제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사실 여러모로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고요. 이 친구들을 만나서 밴드를 해보자고 제안을 한 것도 그 이후고요."

- 앞서 이승환, 김장훈, <위대한 탄생> 나와서 부담되겠어요?(웃음)
원성일 : "저는 중학교 때 X-Japan을 좋아 했습니다.(웃음)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홍대 록밴드 '스트라이커스'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대밴드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던 중에 공부를 더 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뒤늦게 실용음악과를 갔어요. 거기서 이 친구(김보선)를 만났고, 팀을 같이하자고 제안을 했고, 이렇게 같이 하게 되었죠."

- 얘기를 들어보면 하던 대로 그냥 그 자리에 있어도 되는 분들인데, 그러지 않고 다른 걸 시작하는 이유가 뭔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지네요.
김상욱 : "승환이형 밴드를 하거나 다른 곳에 세션을 하다보면 제가 음악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원하는 것을 맞춰준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를 하고 뭔가 아이디어가 넘쳐 난다해도 결국에는 세션이란 것은 요구에 응해 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부분에 회의를 느낀 거죠. 여기(weego)에서는 제가 원하는 음악을 가지고 의견을 나눌 수 있고 가끔은 제가 우겨서 원하는 것을 넣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서 제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는 것이죠."

김보선 :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나서 연주를 하고 나면 처음에는 조금 삐걱거리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게 의견을 나눈 부분이 공연을 할 때 되어서 나타나게 돼요. '저 녀석은 여기서 이렇게 연주하는 걸 좋아하지' 하고 생각했을 때 그게 딱 들어맞아서 팀이 그 템포를 맞추게 될 때는 정말 짜릿하죠."

한국의 'Maroon 5'를 꿈꾸다

인터뷰 중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인디밴드 weego 인터뷰 중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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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보에도 없는 호흡이라는 것이군요?
일동 : "그렇죠."
김보선 : "그럴 때 세션으로 참여할 때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임재신 : "사실 농담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전에 있는 밴드에서는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의견내지 마. 네 음악은 네 머릿속에만 가지고 있어." 물론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도 그런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음악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맘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서 밴드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weego가 밴드로 활동할 수 있는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해요. 당연히 평생 음악을 할 것이지만 제 나이도 있고, 지금처럼 열정을 가지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팀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기고요."

김보선 : "저희 프로필에 "'한국의 Maroon 5'를 꿈꾼다"라는 말이 있어요. 대중성을 가지고 있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김상욱, 임재신, 원성일이라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잘 버무려서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만 남은 것 같아요."

- 즐거운 인터뷰였습니다. 이 팀이 가장 안 좋은 점은 노래가 아직 너무 적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빨리 많은 노래를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일동 : "좋은 노래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웃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뉴스투데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팟캐스트 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디밴드, #위대한탄생, #이승환밴드, #김장훈밴드, #WE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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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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