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용숙의 〈샤먼문명〉
▲ 책겉표지 박용숙의 〈샤먼문명〉
ⓒ 소동

관련사진보기

한국사의 발상지가 한반도가 아니다? 고대 세계를 아우르던 샤먼제국이 그 원형이다? 와우, 정말로 새로운 발상이다. 천문대를 좌우하던 샤먼제국이 동쪽으로 이동하여 고조선에 그들의 교황청을 설립했고, 그때부터 세계열강들이 천문대를 두고서 각축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는 박용숙의 <샤먼제국>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우리의 삼국사가 시작되기 전, 고대 세계는 아홉 명의 샤먼이 다스리는 제정일치의 거대 제국이었다고 말이다. 태양신을 섬긴 전지전능한 샤먼들이 화백회의를 통해 세계를 지배했다는 뜻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 도상에 관한 의미를 읽어내는 작업은 사실상 우리 고대사의 주어인 금성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다. 잘 알려져 있듯 금성의 여신인 비너스는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며, 구리의 여신으로도 통한다. 여기에서 구리란 곧 청동기 문명을 가리키는, 이는 곧 '샤머니즘'을 금성 문명으로 바꾸어 부를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번에 새로 출간한 박용숙의 <샤먼문명>에 나오는 머리말이다. 이 책을 펴낸 이유다. 세계사에 펼쳐져 있는 무덤과 고분과 벽화와 매장과 각종 유물들을 통해 단군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의 고대다 속에 담긴 금성 이데올로기를 주목하고자 하는 바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샤먼의 신이 '삼신'(三神) 곧 해와 달과 금성의 관계 속에 존재하고, 그것이 '666의 암호'이고, 그 시절의 청동거울은 점성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서, 이미 샤먼제국을 지배한 점성술사들이 그 모든 주도권을 쥐고 나갔다는 것이다. 북과 징이 점령을 부르는 소리이고, 대나무에 신이 점령이 깃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해탈을 상징한다고 한다.

"소아시아의 아르테미스(artemis) 여신상에도 벼이삭이 등장한다. 여신상은 두 팔에 금성을 상징하는 하늘의 개(天狗)를 거느렸고 앞가슴에 수소의 고환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수소 고환은 좀생이 혼불을 상징한다."(204쪽)

성경에 나오는 에베소의 아르테미 신전을 이야기한다. 그곳의 여신상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인 24개 유방이 달려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여신상에 벼이삭이 등장한다는데, 실은 그것이 우리나라의 풍어굿에도 등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낱알이 들어 있는 항아리가 운반되면 무당이 황금의 검으로 그 낱알들을 건져서 손님들에게 건네는 의식 말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솟대'도 금성의 메타포라고 한다. 이른바 솟대 위의 두 뿔은 금성의 60도 각도를 의미하고, 하늘로 솟아 오르는 우주목은 하늘과 땅을 잇는 DNA사다리이고, 세 마리의 현조는 바로 '삼신'(三神)을 뜻한다는 것이다. 그 현조(玄鳥)도 실은 북극에 있는 정령을 운반하는 새의 메타포라고 한다.

"이 돌베개는 황량한 벌판에 있었다. 뒷날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돌 속에 하나님이 주재(駐在)한다고 믿었고, 때마다 기름을 부어 보호했다. 이는 옛날 그리스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세련된 신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들은 돌을 신상으로 숭배했다."(422쪽)

이 부분을 읽다가 내 눈이 번쩍 뜨였다. 샤먼제국과 샤먼문명을 확대해석하기 위해 성서에 나온 내용을 인용하고 있지만, 너무 왜곡시킨 게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성서 속 하나님도, 성서 속 이스라엘 백성들도, 후에 야곱의 돌베개에 기름을 부어 보호했다는 본문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내용은 거대한 제국을 그려나가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을 옥에 티라 여기면 될 일이다.

사실 모든 종교는 하등종교와 고등종교로 나뉜다. 샤먼은 여태 미신의 수준 곧 하등종교로 취급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엘리아데는 기독교문명조차도 샤먼문명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거기다가 박용숙 교수는 샤먼이 본래부터 지동설에 기초한 종교요, 인간의 생명을 중시한 고등종교임을 추적하고 있다. 한번 유심히 이 책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샤먼문명 - 별과 우주를 사랑한 지동설의 시대

박용숙 지음, 소동(2015)

이 책의 다른 기사

석가모니는 샤먼이다

태그:#샤먼제국, #샤먼문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