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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언어와 표현은 상징과 은유입니다.
 종교적 언어와 표현은 상징과 은유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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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도 샤먼이고, 기독교가 샤머니즘을 계승했다.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고 관념이 강한 관계자라면 그가 믿고 있는 종교가 불교건 기독교이건 이 무슨 못돼먹은 소리냐며 노발대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전적입니다. 도전적인 내용은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떻게 천동설의 서구 문명이 인류 최상의 문명이고 지동설을 믿어왔던 샤머니즘이 미개종교일 수가 있는가. 이제 그 진실을 밝힌다. -<샤먼문명> 22쪽-

엉터리 천동설을 주장할 만큼 미개했던 서구문명이 일찍부터 지동설을 믿어왔던 샤머니즘을 어떻게 미개종교라고 할 수 있냐는 반문으로 샤머니즘을 미개종교로 치부하고 있는 기독교(서구문명)에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미륵 역시 수의 언어로 복잡하게 무장하고 있다. <벽암록碧巖錄>에는 "미륵이 불타가 멸한 후 56억 7000만세 뒤에 세상에 태어나 중생을 구한다"고 기록돼 있다. 그렇게 엄청난 시간이 지난 후 중생을 구하려 세상에 나온다니 황당무계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샤먼문명> 265쪽-

기독교만 그런 게 아니라 불교에서 또한 기득권을 주장하듯 샤머니즘을 미개종교라고 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독교나 불교보다 앞서 발달하였던 게 샤머니즘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불교에서 미래불로 말하고 있는 미륵불에 대해서는 황당무계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샤머니즘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메타포 프리즘 <샤먼문명>

<샤먼문명> (지은이 박용숙 / 펴낸곳 소동 / 2015년 4월 24일 / 값 2만 9000원)
 <샤먼문명> (지은이 박용숙 / 펴낸곳 소동 / 2015년 4월 24일 / 값 2만 9000원)
ⓒ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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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문명>(지은이 박용숙, 펴낸곳 소동)은 저자 박용숙 스스로 '책 중 문장들은 그림에 종속된다'고 설명하고 있을 정도로 아주 다양하고 풍부한 시각자료들을 기준으로 샤머니즘과 샤먼문명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설명을 종속시키고 있는 그림들은 사진, 회화, 조각물, 건축물, 암각화, 미술품, 벽화, 출토유물, 그림 등으로 동서고금 샤먼을 아우를 만큼 종류도 다양하고 수량도 풍부합니다.

샤먼이라는 말은 19세기 초엽에 공식화 되었다고 합니다. '샤먼'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당이나 굿 정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샤먼은 그 어떤 종교보다도 오래된 신앙이자 문화, 사회적 가치이자 질서였습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 종교언어는 다릅니다. 일상 언어가 직설적이라면 종교언어는 상징이자 의미입니다.

여느 종교도 마찬가지지만 샤먼을 이해하려면 샤머니즘이 드리워 있는 표현이나 표현물에 스며있는 상징과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종교적 표현은 상징과 은유

종교에 등장하는 개수, 숫자, 색깔, 문양, 형태, 표정, 장식물 등에는 그것 하나하나가 상징하고 있는 의미가 있고 뜻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메타포(행동, 개념, 물체 등이 지닌 특성을 그것과는 다르거나 상관없는 말로 대체하여, 간접적이며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일)를 읽을 수 있는 지식 프리즘이 필요합니다.

<샤먼문명>은 샤먼 프리즘입니다. 프리즘을 통해 햇살을 보면 일곱 빛깔이 보이듯이 <샤먼문명>을 읽다보면 그동안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의미, 읽고 있으면서도 새기지 못했던 뜻을 알게 됩니다.

한국의 샤먼은 춘절에 풍년 굿을 할 때 깃발에 "농자천하지본農者天下之本"이라고 쓴 기치를 세운다. 흔히 "농사꾼이 천하의 으뜸"이라고 해석하지만 이 문장은 메타포로 '사람농사'의 뜻으로 읽어야 옳다. -<샤먼문명> 190쪽-

그리스 샤머니즘에서 두 마리의 용은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이다. 우리 무가에서 말하는 아린만명과 스린만명에 대응되며 고구려 고분의 <사신도>에서는 청룡과 백호에 해당한다. 나중에 민요에서는 아리랑과 스리랑으로 불렸다. -<샤먼문명> 291쪽-

<샤먼문명>은 꽹과리와 징소리에 담긴 의미까지도 들리게 해주는 프리즘입니다.
 <샤먼문명>은 꽹과리와 징소리에 담긴 의미까지도 들리게 해주는 프리즘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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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유래조차 알지 못하고, 다만 우리 전통문화쯤으로만 알고 있던 '농자천하지본'이나 '아리랑과 스리랑'이 그 유래가 샤머니즘에 있음으로 설명되고 있으니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게 사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샤먼을 담고 있는 많은 자료(그림)에 은유적으로 스며있는 의미를 햇살처럼 밝히고, 암어처럼 드러나 있지 않은 내용은 성능 좋은 프리즘처럼 아주 세세하게 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샤먼의 기원에서부터 몰락까지를 알게 되니 샤먼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넓어지고, 샤머니즘을 통해 새겨보는 문화는 종교를 초월하는 유구한 역사이자 무한한 가치입니다.  

덧붙이는 글 | <샤먼문명> (지은이 박용숙 / 펴낸곳 소동 / 2015년 4월 24일 / 값 2만 9000원)



샤먼문명 - 별과 우주를 사랑한 지동설의 시대

박용숙 지음, 소동(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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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샤먼문명, #박용숙,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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