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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진환자가 근무했던 대구시 남구 한 주민센터. 16일 오전부터 폐쇄에 들어갔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근무했던 대구시 남구 한 주민센터. 16일 오전부터 폐쇄에 들어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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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 환자가 나온 가운데 양성 판정을 받은 공무원인 A씨(52)가 방역망에 걸리지 않고 일상적인 근무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A씨는 지난 5월 27일과 28일 어머니의 병문안 차 누나와 함께 삼성서울병원 제2응급실을 방문했다. A씨는 그날(5월 2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병원에 머무르면서 구내식당과 흡연실 등을 돌아다녔고, 당일 밤에는 병원 복도에서 잠을 잔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5월 28일 오전 A씨는 어머니를 입원시키려 했지만, 병실을 구하지 못하자 병원에서 어머니의 검사 결과를 받고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이날 오후 KTX를 타고 대구 자택에 도착했다.

A씨는 이후 5월 29일부터 6월 12일까지 대구 남구 대명3동 주민센터에 출근해 복지관련 업무를 보고, 8일과 12일 직원들과 회식을 하기도 했다. 또 회식자리에서는 술잔을 돌리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3일 오후 오한과 발열증상이 있자 집에서 쉰 뒤 다음날인 14일 오후 대명5동에 있는 동명목간목욕탕에서 1시간 정도 목욕을 하고, 15일 오전 10시 30분에 남구보건소에 찾아갔다.

남구보건소는 15일 오후 A씨의 가검물(병균의 유무를 알아보기 위하여 거두는 물질)을 채취해 대구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검사한 결과, 1차 양성 반응이 나와 대구의료원으로 이송해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A씨는 16일 오전 질병관리본부의 2차 역학조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A씨와 함께 서울삼성병원을 다녀온 A씨의 어머니와 누나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는 서울삼성병원에, 누나는 대전의 한 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대명3동 주민센터 폐쇄... 방역 추적망서 제외된 A씨

대구에서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 가운데 이 환자가 다녀온 대구시 남구 대명5동 한 목욕탕이 당분간 문을 닫았다.
 대구에서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 가운데 이 환자가 다녀온 대구시 남구 대명5동 한 목욕탕이 당분간 문을 닫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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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청은 16일부터 A씨가 근무했던 대명3동 주민센터를 폐쇄하고, 직원들을 모두 자가 격리 조치했다. 또 A씨가 목욕을 하러 갔던 동명목간목욕탕에 대해서도 폐쇄조치를 내리고 방역조치를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A씨의 동선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16일 현재 A씨는 38.9℃의 고열로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구시는 동선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A씨는 서울삼성병원에 이틀 동안이나 머물러 있었음에도 3주가 지난 다음 발열 증세가 나타나 자진신고했다. 방역 당국도 그동안 서울삼성병원 방문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철저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A씨가 신분이 확실한 공무원이었음에도 방역 추적망에서 제외됐다.

A씨는 대구의료원에 격리된 후인 15일 오후 11시쯤 권영진 대구시장과의 통화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신이)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안해서 이 동네에 못 살겠다"

한편, A씨가 근무했던 남구 대명3동 주민센터 인근의 주민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5일 주민센터를 방문했다는 한 주민은 16일 오전 일찍 문이 굳게 닫힌 주민센터를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정부가 이제까지 제대로 알려준 것이 무엇이 있느냐"라면서 "내가 메르스에 감염되면 책임질 거냐"라고 따져 물었다. 또 그는 "불안해서 이 동네에 못 살겠다"며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인근에서 세탁소 일을 하고 있는 한 주민도 "우리 동네에서 메르스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놀랐다"라면서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메르스 확진의 진원지가 되지 않을까 주민들도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이었다.

대구시는 16일 오전 8시부터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병원이나 자택격리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해 밀접접촉자에 대해 시설격리 및 자가격리, 능동감시로 구분해 관리하고 자가격리의 경우 일대일 밀착 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대구시의회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오후 시정 질문 때 메르스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하기로 했다. 또 15일 남구보건소를 방문한 조재구 건설교통위원장과 박일환 경제교통위원장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태그:#메르스, #대구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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