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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파나 BBC 기자가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 '에볼라 보도의 교훈' 세션에서 서아프리카 에볼라 취재 사례를 발표를 하고 있다.
 포파나 BBC 기자가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 '에볼라 보도의 교훈' 세션에서 서아프리카 에볼라 취재 사례를 발표를 하고 있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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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란 말을 '에볼라'로 바꾸기만 하면 지금 한국 상황은 당시 시에라리온과 비슷하다."

지난해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기니 등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1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사태를 취재한 BBC 포파나 기자가 한국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지켜본 소감이다.

"에볼라 때도 국민은 공황 상태였고 정부는 감염자와 사망자 정보를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에볼라를 부인하던 대통령은 수 주가 지나 수백 명이 죽은 후에야 비상 사태를 선언했다. 에볼라 피해가 커진 이유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 '에볼라 보도의 교훈' 세션에서 포파나 기자는 "지난해 5월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로 죽은 한 소년을 보도하자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내가 쓸데없는 공포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며 "이들은 몇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지 확인조차 해주지 않았고, '설마 에볼라가 계속 되겠느냐'며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에서도 에볼라 초기 시에라리온과 유사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삼성병원 등 병원에서 추가 감염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감염 경로 등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태 발생 18일 만인 지난 7일에야 정부는 병원 24곳을 공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시중에는 '바세린'을 코 끝에 바르면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속설이 퍼지며 혼란을 부추겼다. 에볼라 유행 당시에도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감염되지 않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정부 발표 받아쓰기 해선 안돼... 감염 지역 주민 고통 조명해야"

이날 행사에선 당시 에볼라 사태를 보도한 서구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포파나 기자는 "워싱턴, 런던, 브뤼셀 등 선진국 언론들이 에볼라로 위험에 처한 아프리카 실태를 보도하면서 국제 사회의 관심을 얻었다"면서도 "서구 언론이 에볼라 퇴치 영웅, 그것도 서구 의료진 보도에만 집중해 제대로 된 보도를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독일 <쥐트도이체 자이퉁> 카이 쿠러슈미트 기자도 에볼라나 메르스 같은 전염병 발생 시 언론의 과장 보도가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러슈미트 기자는 "지난해 세계 주요 언론에선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분석 등을 근거로 올해 1월까지 에볼라 사망자가 최소 55만 명부터 최대 140만 명, 또 일부 언론은 최대 500만 명까지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난무했다"며 "언론이 이처럼 큰 숫자를 얘기할 때는 이해할 만한 설명이 뒷받침돼야 신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에볼라 감염에 따른 사망자는 전세계 1만1천여 명 정도다.

윤주웅 '국경 없는 의사회' 홍보이사도 "언론은 에볼라와 같은 재난 시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쓰기보다는 모든 행위자를 향해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며 "전염병이 소강 상태에 이르면 정부의 대응팀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하는 보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한국 언론의 에볼라 보도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윤 이사는 "한국은 미국, 영국보다 에볼라 현황 보도 사이클이 1개월 가량 느렸다"며 "특히 고통 받는 서아프리카 사람들을 조명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세계과학기자대회 불참자 거의 없어... "한국 메르스 사태 취재 중"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 참가자들 가운데 마스크를 쓴 외국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 참가자들 가운데 마스크를 쓴 외국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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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로 대규모 행사 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부터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 참가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외국인 참가자들이 많았지만 마스크를 쓴 참가자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행사장 곳곳에 놓인 손 세정제를 이용하는 사람들만 몇몇 눈에 띄었다.

메르스 때문에 불참한 외국인은 전체 400명 가운데 중국, 홍콩, 필리핀 국적 5명뿐이었다. 행사 주최 측은 이날 "이들 중 3명은 의사로 한국에서 자국으로 돌아갔을 때 2주간 일을 할 수 없어서 불참한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외국인 기자들도 한국 메르스 사태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핀란드에서 질병, 의료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 실반 기자는 "아침에 택시 안에서 기침했더니 택시 기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뭐라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의 메르스 사망자는 예전부터 질병이 있거나 몸이 안 좋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알고 있다"며 "공기로 전염된 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감염자 수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우간다에서 온 리르즈 기자도 "에볼라는 발생한 지 3개월도 안 돼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메르스의 확산 속도보다 훨씬 빠르고 치명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백신과 치료법을 모르는 것은 에볼라나 메르스나 마찬가지"라며 "국민들이 예방법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에서 메르스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핀란드에서 온 니니칸가스 기자는 "한국의 메르스 첫 환자가 격리되지 않고 병원을 옮겨 다닐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환자 주변 의료진, 병원 주위 등이 모두 감염돼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병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메르스가 번져나가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한국의 병원 환경이 감염에 취약한 이유가 무엇인지 취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메르스, #세계과학기자대회, #에볼라,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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