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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전자출결 시스템 때문에 많은 대학생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전자 출결 시스템(Electronic attendance-absence recording systems)이란 RFID를 장착한 학생증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출결 처리를 하는 시스템이다. 많은 수강 인원이 참석하는 오프라인 수업에서 기존의 호명식 출결 처리를 대신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2010년부터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아래 ACE사업) 시행을 통해 교육 선도 모델 발굴을 지원함으로써 대학이 학부 교육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잘 가르치는 대학'을 목표로 교육 과정 및 교육 지원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유도하였다. 이러한 ACE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대학 학과 수업 때 '선도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따라서 다수의 대학이 사업 선정을 목표로 전자 출결을 도입했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된 전자 출결 시스템의 도입으로 학생들은 오히려 도입 이전보다 많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A대학교, 설문조사 101명 중 8명만 '만족'한다

A대학교는 지난 학기 본격적으로 전자 출결 시스템을 도입했다. 도입 이후, 부정 출결과 출결 시스템 오류 등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후 여러 오류로 인한 학생들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고자 학교 측에서는 2015년 3월, 애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이번 업그레이드가 A대학교 재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이루어졌는지, 또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전자출결 관련 설문조사
 전자출결 관련 설문조사
ⓒ 하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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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2015년 5월 3~17일) 전자 출결을 시행하고 있는 A대학교 재학생 1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82명의 학생이 전자 출결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이 전자 출결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이유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오류 발생(58명)' 이었다. 전자 출결 시스템이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학생의 수도 101명 중 23명에 달했다. A대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질적으로 학생들은 전자 출결 시스템을 이용함에 있어 오류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A대학교에 재학 중인 K씨는 "전자 출결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불편함이 정말 많다"며 "지난 학기부터 계속해서 오류에 대해 시정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개선된 부분이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생들과 교수님 모두에게 불편한 시스템이라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학생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A대학교 또 다른 재학생인 P씨는 "교수님과 학우들을 통해서 학교 특성화 사업 중 하나로 전자 출결을 시행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학교로부터 어떠한 정보도 제공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취재를 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문제점은 기본적으로 '학생들과 학교 간의 소통' 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학교나 정부 측으로부터 전자 출결에 대한 설명을 명확하게 듣지 못한 채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었다. 시스템 사용이 일방적 강요로 이루어진 만큼 애플리케이션 오류에 대한 피드백도 쉽게 전달되지 못했다.

전자출결 관련 설문조사
 전자출결 관련 설문조사
ⓒ 하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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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A대학교 전자 출결 시스템의 '진짜' 문제를 알아보았다. 우선 학교 측에서는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오류를 많이 개선했다고 주장했으나 학생들의 불편은 약 8%p 증가했다. 이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느꼈던 불편함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시스템 개선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학기 이후 지속적으로 학생들이 정보 전달과 공지에 힘써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전달 부분에 대한 만족도는 약 1%p 감소했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해본 결과 전자 출결에 관한 학교 측의 정보 제공에 만족한 학생은 101명 중에서 8명에 불과했다.

"업데이트 진행 중"이라는 학교... 학생과의 소통은 언제?

A대학교 본교 측에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들어보았다. 학교는 학사지원팀, 정보통신팀, 프로그램 개발업체 세 부서의 협의를 거쳐 답변을 내놓았다.

학사지원팀에 따르면, 전자 출결 시스템의 본래 목적은 "철저한 학사관리와 중도 탈락 방지"이다. "전자 출결 시스템은 학생들이 학기 중간에 사전에 협의된 사유 없이 장기적으로 결석을 하거나 갑작스럽게 자퇴를 결정한 경우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학생 상담을 하기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설명이었다.

또 정보통신팀과 프로그램 개발업체에서는 "발생하는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은, "이번 버전은 이전 버전에 비해서 GPS 범위 오차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도입했다"며 "예를 들어 GPS 기능과 블루투스 기능을 동시에 사용해 교수의 기계와 근거리에 접속 중인 모바일에서만 전자 출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 등이 추가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교 측에서는 학사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학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전자 출결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학생들에게 그저 '강요'로만 비춰졌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와 학생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학교 측에 시스템 개선 및 정보 전달 방식 개편을 재요청했다.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서 서비스 점검 행사 개최나 해당 부서 단일화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단순히 홈페이지 공지로 올리는 것은 학생의 입장에서 접근성이 좋지 않아 실질적으로 도움이 받지 못하기 때문에 문자나 메일 등으로 전달 내용을 보낼 것을 요청했다.

'학생들과 학교 간의 소통 부재'는 단지 A학교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소통 부재로 인한 불편함은 전자 출결을 시행하고 있는 B학교 학생들도 동일하게 느끼고 있었다. B학교에 재학 중인 L씨에게 전자출결 시스템에 대해서 학교나 해당 부서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L씨는 "학교로부터 전자 출결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며 "그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니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의 태도가 매우 불쾌하다"고 밝혔다. "만약 사전에 자세한 설명이 제공되었거나 학생들의 동의를 구했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전자 출결 시스템을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학교 측에서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시스템을 사용할 것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시스템에 반영하는 참된 소통의 자세를 통해 본래 학교 측에서 의도했던 전자 출결 시스템의 순기능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 포함되어 있는 A, B대학교는 실제 대학교 이름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태그:#전자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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