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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수령 7200년으로 추정되는 조몬스기
 최고 수령 7200년으로 추정되는 조몬스기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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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0년 된 삼나무 조몬스기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일본 가고시마 남쪽에 있는 작은 섬 야쿠시마를 다녀왔습니다. 야쿠시마의 원시림 깊숙이 자리 잡은 '성스러운 노인'의 부름을 받은 사람들만 조몬스기를 만날 수 있다고 하지요. 이 나이 많은 삼나무를 조몬스기라고 부르는 것은 일본의 신석기 시대인 '조몬 시대'부터 살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 때문입니다.

야쿠시마에 다녀온 저의 여행이야기를 접한 주변 사람과 야쿠시마에 다녀와 <오마이뉴스>와 블로그에 쓴 여행기를 읽은 많은 사람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바로 조몬스기가 진짜 7200년이나 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7200년이면 기록으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 역사보다 더 긴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단군이 나라를 세운 때를 기준으로 놓고 흔히 우리나라 역사를 반만 년 역사라고 하는데, 조몬스기는 반만 년 역사보다 무려 2200년이나 더 오래 전부터 야쿠시마 숲 속에 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어떤 생명체가 7200년을 살고 있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는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몇 년 전 <오마이뉴스>에서 '조몬스기'에 대한 기사를 읽고, '조몬스기 만나러 가기'를 버킷 리스트에 올려둔 것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7200년이라는 긴 시간 생명을 이어오고 있는 신비로운 나무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고작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7200년의 세월을 간직한 생명체가 실존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랍고 경이로운 일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50년을 살고 있는 생명체가 백 번도 넘게 다시 태어나도 모자라는 긴 시간인 7200년을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설렜습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랫 동안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령스러운 존재'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조몬스기 수령 2170년~7200년까지... 왜?

 조몬스기 안내문
 조몬스기 안내문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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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조몬스기가 '성스러운 노인', '신령스러운 존재'로 여겨진 것은 7200년이라는 수령 때문입니다. 그렇자면 과연 조몬스기의 나이는 진짜로 7200살일까요?

조몬스기의 나이에 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존재합니다. 몇 가지 설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확히 몇 살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며, 조몬스기의 연대 측정은 모두가 추정치일 뿐입니다. 조몬스기를 '내 인생의 나무 한 그루'라고 표현 했던 야마오 산세이가 쓴 <애니미즘이라는 희망>에는 조몬스기의 수령에 관한 이야기가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먼저 7200살이라는 추정의 근거는 윌슨 그루터기의 나이를 근거로 한 것입니다.

"어떻게 7200년이라는 숫자가 나왔는가 하면 윌슨 그루터기라는 수령 2, 3천년 된 삼나무의 그루터기가 있어요. 둘레가 20미터 이상 되는 커다란 그루터긴데, 이미 잘린 그 그루터기의 나이테와 둘레를 기준으로 하여 계산하면 아직 살아 있는 삼나무의 수령도 추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방식으로 규슈대학의 마나베 오다케라는 분이 조몬스기의 둘레를 재서 7200년이라는 숫자를 산출해낸 겁니다." (야마오 산세이가 쓴 <애니미즘이라는 희망> 중에서)

두 번째로 2500~5000년이라는 추정의 근거입니다.

"최근 가쿠슈인대학의 교수가 방사성탄소 측정을 해 최소 2500년에서 최고 5000년 정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함으로써 7200년까지는 안 된 것으로 잠정 결정이 났습니다." (야마오 산세이가 쓴 애니미즘이라는 희망 중에서)

세 번째로 조몬스기의 수령은 2170년이라는 매우 단정적인 추정도 있습니다.

"나무 줄기를 통한 탄소 측정법으로는 2170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몬스기의 수령이 2170년이라는 근거는 공식 기록인 <조몬스기 안내판>에 과학적인 측정법으로 2170년 이상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7200년은 추정치일 뿐이고 진짜로는 2170년이라고 이야기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조몬스기의 나이를 7200년이라고 믿는(혹은 믿고 싶어 하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조몬스기의 수령이 오래됐다고 믿을수록 신화적 혹은 신령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조몬스기가 가히 '성스러운 노인'의 표정을 하고 있으며, 산신령 같은 묵직하고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울러 야쿠시마 숲에 있는 1000년이 넘은 야쿠스기 가운데 가장 우람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이미 여행기에서 몇 차례 언급 했다시피, 조몬스기는 높이 25.3미터, 둘레 16.4미터의 거대한 삼나무입니다.

심지어 지난 2005년 눈이 많이 쌓여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조몬스기 가지(생명의 가지) 길이가 5미터, 지름 1미터 그리고 무게는 1톤이나 됐다고 하지요. 부러진 나뭇가지의 수령만 해도 130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 생명의 가지는 야쿠스기랜드에 전시돼 있습니다. 야쿠스기랜드에는 1966년 이와카와 테이지라는 사람이 발견할 당시의 신문 기사와 조몬스기 사진도 크게 확대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편차가 매우 크기는 하지만 조몬스기의 수령은 최저 2170년에서 최고 7200까지 추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적인 측정법으로는 2170년 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어차피 추정치에 불과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삼나무가 2000번 이상 어쩌면 7000년 이상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살아냈고, 수천 년의 시간을 자신의 나이테에 차곡차곡 새겼을 것이라는 겁니다.

땅속 깊이 뿌리내린 나무... 장수의 비법

 수령 1000년이 넘는 조몬스기의 부러진 가지 '생명의 가지'
 수령 1000년이 넘는 조몬스기의 부러진 가지 '생명의 가지'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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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이상 된 삼나무인 야쿠스기가 2000그루 이상 자생하고 있는 숲에 있는 삼나무 중 '조몬스기'가 가장 오래된 나무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랜 세월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삼나무들이 야쿠시마에만 많이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야쿠시마의 척박한 자연 환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조몬스기를 비롯한 야쿠시마 삼나무들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섬이 화강암으로 돼 있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화강암 암반으로 이뤄진 숲에 사는 야쿠스기(야쿠시마 삼나무)들은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영양분 공급이 부족해 느리게 자란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야쿠스기는 척박한 땅에서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다른 삼나무보다 훨씬 오랫 동안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야쿠시마의 숲에는 인간의 속도, 인간의 시간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시간 흐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르게 표현하자면 모든 생명체는 빨리 자라면 빨리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겠지요.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학적 측정법으로 2170년이라는 안내판이 있어도 사람들은 모두 7200년 된 삼나무라고 이야기 합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믿는(믿고 싶어하는) 한 조몬스기의 수령은 앞으로도 계속 7200년 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1966년 이 '성스러운 노인'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뒤부터 조몬스기는 이미 신령스러운 존재가 됐기 때문입니다.  야마오 산세이는 조몬스기는 자신에게 '하나의 신으로 존재하는 나무'라 하였습니다.

"바위가 좋다면 바위를 찾으면 되고 별이 좋은 사람은 별을 찾으면 됩니다. 무엇이 되었던 상관없어요.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신을 갖는다는 것이고, 자기만의 신을 가지면 그만큼 삶이 편안해지고 풍요로워진다는 겁니다." (야마오 산세이)

인간은 괴로울 때 신을 찾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만의 신이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조몬스기가 '신령스러운 존재'인 것은 이미 누군가 '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몬스기 발견 당시의 신문 기사와 사진
 조몬스기 발견 당시의 신문 기사와 사진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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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노인

야쿠시마 산 속에 한 성스러운 노인이 서 있다
그 나이 어림잡아 7천 2백 년이라네
딱딱한 껍데기에 손을 대면
멀고 깊은 신성한 기운이 스며든다
성스러운 노인
당신은 이 지상에 삶을 부여받은 이래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단 한 발짝도 내딛지 않고 그곳에 서 있다
그것은 고행신 시바의 천년지복의 명상과 닮았지만
고행과도 지복과도 무관한 존재로 거기 서 있다
그저 거기있을 뿐이다
당신의 몸에는 몇 십 그루의 다른 수목들이 자라고 당신을
대지로 알고 있지만
당신은 그것을 자연의 섭리로 바라볼 뿐이다
당신의 딱딱한 껍데기에 귀를 대고 하다못해 생명수 흐르는
소리라도 듣고자 하나
당신은 그저 거기 있을 뿐
침묵한 채 일절 말하지 않는다
성스러운 노인
옛날 사람들이 악이라는 걸 모르고 사람들 사이를 선이
지배하던 때
인간의 수명은 천 년을 헤아렸다고 나는 들었다
그때 사람들은 선과 같이 빛나고 신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이윽고 사람들 사이에 악이 끼어들고 동시에 인간의 수명은 
점점 짧아졌다
그래도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백 년 오백 년을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지금은 그도 사라지고 없다
이 철의 시대에는 인간의 수명은 기껏해야 백 살이 고작이다
옛날 사람들 사이를 선이 지배하고 사람들이 신과 더불어
말하던 때의 일을
성스러운 노인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당신은 오로지 그곳에서 고요한 기쁨으로 있을 뿐
일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안 것은
당신이 그곳에 있으며 그리고 살아있다는 사실뿐
그곳에 있으며 살아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
성스러운 노인
당신 발밑 대지에서 맑은 물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유일하게 보여준 마음 같았습니다
그 물을 두 손으로 떠올려 나는 성스러운 것인 양 마셨습니다
나는 떠올렸습니다
법구경 구십 팔 
마을에서나 또 숲에서나
낮은 곳에서나 또 평지에서나
고귀한 사람이 머무는 곳 그곳은 즐겁다
법구경 구십 구
숲은 즐겁다 세인이 즐겁지 않은 곳에서 탐욕을 버린
사람은 즐거우리라
그는 욕망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숲은 즐겁다 고귀한 사람이 머무는 곳 그곳은 즐겁다
성스러운 노인
당신이 침묵하고 말하지 않기에
나는 당신의 숲에 사는 무구한 백성이 되어
종을 울리며 당신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른다
(야마오 산세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윤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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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