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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편향 논란에 휩싸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가 또 한 번 얼굴 붉힐 일이 생겼다. KBS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편을 두고 공정성 등을 문제 삼아 중징계 내렸던 일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방심위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경고 제재조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KBS가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방심위 판단과 달리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편은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했고 당시 진행 중이던 재판에 영향을 줄 만한 내용을 담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 "<추적60분>,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했다"

KBS는 2013년 9월 7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상세히 다룬 방송을 내보냈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이 방송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씨 관련 증거들의 신빙성과 그의 동생 유가려씨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회유, 협박 등을 당했을 가능성 등을 짚었다. 유우성씨는 그해 8월 1심에서 간첩 혐의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의 불복으로 항소심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방심위는 2013년 11월 21일 이 방송이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경고' 제재를 의결했다. 방송은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고, 특히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하는데 <추적 60분>은 그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심의 결론을 바탕으로 12월 23일 KBS에 경고 제재처분을 했다. 제재에 불복, 재심까지 청구했으나 기각당한 제작진은 곧바로 소송을 제기한다.

5일 재판부는 방송에서 국가정보원이 ▲ 1심 무죄 판결은 증거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 나왔으며 ▲ 유씨 동생이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한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 조사 과정에서 회유나 협박, 폭행 등은 없었다고 답변한 내용도 함께 소개한 만큼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했다고 판단했다. 또 방송에서 다룬 증거 관련 논란은 항소심 재판부가 고려해야 할 쟁점인 만큼 공정한 재판 진행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봤다. <추적 60분> 제작진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인 결론이었다.

방심위 심의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은 처음이 아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5월 21일 '다이빙벨'을 다룬 JTBC <뉴스9>에 내려진 제재 조치를 취소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작업에 다이빙벨을 투입해야 한다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인터뷰 내용이 객관적이지 않고,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며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를 내린 방심위 판단이 위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을 출연시켰다는 이유로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이 주의 처분을 받은 것은 부당하다는 서울고등법원 행정5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 판결이 나왔다. 1심과 똑같은 결과였다. 같은 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과 인공기를 나란히 배치한 화면을 내보낸 MBC <뉴스데스크>는 방송 편성의 자유가 허용하는 범위에 해당한다며 제작진이 관계자 징계 처분을 취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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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유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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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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