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일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진행된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입교선서를 하고 있다.
▲ 새정치연합, 가나안농군학교 입교선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일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진행된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입교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원 워크숍'이 끝났다. 지난 2일과 3일 경기도 양평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진행된 워크숍에는 130명 의원 가운데 100명가량이 참석했다. 워크숍 직전까지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은 4.29재보궐 선거 패배의 후폭풍에 흔들렸고,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다시 노출했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표면적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을 맞았지만, 워크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워크숍에 동행한 150명에 달하는 취재기자들은 또 다시 긴장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주시했다. 그러나 시끄러운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연일 '친노 청산'을 주장했던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혁신위원장을 수차례 고사하면서 문재인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불참했다. '공천권 지분 논란'을 일으키며 문 대표와 대립했던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의원들도 더 이상의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은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첫날 의원들보다 조금 늦게 워크숍 장소를 찾은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회 구상을 설명했고, 의원들과 두 시간 가량 토론했다. 혁신위 활동에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였지만, 당의 정체성 문제를 제기한 김 위원장에게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혁신위원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했다. 워크숍 기간 동안 감지된 의원들의 속내를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시선①] "김상곤은 절묘한 카드, 하지만 효력은 여기까지"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혁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 김상곤 "총선 불출마…저부터 내려놓겠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혁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개혁적 성향의 수도권 다선 의원은 김 위원장 영입을 "기가 막히게 절묘한 카드"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 이유를 네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소위 비노로 분류되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추천을 했다는 점, 또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권유로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는 점을 들었다.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사람들도 김 위원장 영입에 '토'를 달 수 없다는 지적이다.

거기다 김 위원장이 광주 출신이라는 점을 들었다. 천정배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호남 홀대론'을 제기하는 것을 받아치면서, '영남 친노'에 반발하던 호남 의원들도 수긍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경기도 교육감으로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을 성공시키며 '혁신'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제기했다. 여로 모로 당의 계파 갈등을 불식시키고 혁신 이미지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인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호의적인 평가는 여기까지였다. 그는 "김 위원장의 효과는 여기까지다"라며 "혁신안을 만들기는 하겠지만 그것을 결국 집행하는 건 최고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를 통한 인적쇄신 가능성에도 "김 위원장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대선에 꿈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함부로 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칼자루는 쥐는 건 총선 직전인 내년 2월에 공천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시선②] "솔직히 혁신위는 관심 없다, 내가 돌아오는 게 혁신"

혁신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의원도 있었다. 호남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공천에서 호남 물갈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의원들은 정말 치열하게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내년 총선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어야 정권교체도 하고 당을 위해 일하면서 그게 혁신이 되는 거지 다른 게 혁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의원들은 지금 다 자기 걱정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국 교수가 호남에서 몇 프로를 갈아야 한다고 하는데 만나서 얘기해주고 싶다"라며 "서울대에서 강의하고 열심히 살고 계시는데 갑자기 그거 그만두고 길에서 노숙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나? 의원들에게는 이 일이 밥줄이고 절박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조국 서울대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는 "새정치연합이 당의 혁신을 위해서는 호남에서 현역 의원의 40% 정도는 교체돼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호남 출신의 또 다른 의원도 "그동안 당을 위해 희생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쳐온 사람들에게 '물갈이'라고 하면서 내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공정한 공천을 통해서 일부가 걸러지고, 또 본선에서 낙선하는 사람도 나오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인물은 교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에서 인위적인 인적쇄신안을 들고 나오는 것을 몹시 경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선③] "잘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고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의원들이 혁신위의 인적쇄신안으로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걱정하는 동안 혁신위 활동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인사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혁신위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수많은 혁신안이 나왔는데 문제는 집행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단지 종이 쪼가리에 불가한 혁신안이 아니라 정말 당을 바꿀 수 있는 집행력을 가진 혁신안을 내놔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혁신위원을 외부뿐 아니라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당직자 등 당 내부에서도 뽑으려 하는 것도 역시 그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 한 것 역시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집행 추진력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적쇄신안이 혁신안에 포함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거 없이 혁신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한편, 문재인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혁신위의 역할에 관해 "문 대표도 역시 당을 혁신하겠다고 당 대표에 출마했고, 당선됐다. 하지만 재보궐 선거 이후에 문 대표는 강하게 혁신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라며 "문 대표가 무엇을 이야기 하더라도 '친노 패권주의'라는 공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김상곤 위원장이 그런 혁신의 드라이브를 대신 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문재인, #김상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 #조국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