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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5일 오전 11시 29분]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에 위치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을 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황교안 "자세한 것은 청문회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에 위치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을 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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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A, GEO, WCC, MTC….'

이것은 미국에서 민영교도소를 운영하는 회사 이름들이다. 미국에서는 전체 수용자의 10% 정도를 민영교도소가 맡고 있는데 수익률이 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미국 최초의 교도소 기업인 CCA는 KFC에서 출자해 만든 회사다.

한국에서도 지난 1997년 IMF 이후 재정부담 완화, 과밀수용 해소 등을 목적으로 민영교도소 설립을 추진해왔고, 지난 2010년 12월 경기도 여주군에 '소망교도소'가 문을 열었다. 소망교도소는 '한국 최초의 민영교도소'이고 '기독교교도소'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기독교 민영교도소 개소의 공로자로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거론된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아가페재단 이사 지내

기독교 민영교도소 설립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1995년 10월 '기독교교도소설립추진위'를 구성하고 정부에 민영교도소 설립 허가를 요구했다. 추진위는 김일수 고려대 법대 교수와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실무추진위원으로 선출했다.

추진위는 '장로대통령'인 김영삼 대통령 시절 한국형 기독교교도소 청사진을 발표하고, 청와대에 '종교교도소제도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두고는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에게 기독교 민영교도소 설립을 정책과 공약으로 채택하라고 요구했다.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등은 이를 수락했다.

기독교 민영교도소 설립은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 1999년 12월 '민영교도소 등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2001년 7월 관련법이 시행됐다. 법이 시행되자 추진위는 기독교 민영교도소 설립을 맡을 '아가페 재단'을 설립했다.

추진위 기획위원으로 활동했던 황 후보자는 지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아가페재단 이사를 지냈다. 같은 시기 그는 서울중앙지검 컴퓨터수사부장과 공안2부장,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성남지청장, 법무연수원 정책기획단장, 창원지검장, 대구고검장, 부산고검장 등을 거쳐 태평양 법무법인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 2003년 6월 출범한 기독교 법률가들의 모임인 '애드보켓코리아'(Advocates Korea)에는 이사로도 참여했다.

아가페재단은 지난 2001년 12월 법무부에 민영교도소 설립 제안서를 제출했다. 당시 기독교뿐만 아니라 원불교와 경비보안업체 캡스, 조은시스템, 유니피아 디지털 등도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다음해(2002년) 1월 민영교도소 수탁자 선정 심사위를 열었다. 당시 심사위원장은 현직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승규 전 장관이었다. 그는 추진위가 구성될 때 이사로 적극 참여해왔다. 같은 해 3월 아가페 재단은 한국 최초의 민영교도소 수탁자로 선정됐다.

이후 300억 원 모금과 교도소 부지 매입, 위탁계약 체결 등을 거쳐 지난 2010년 12월 경기도 여주군에 대지 2만3000여평, 건물 3100평. 300명 수용 규모의 소망교도소가 문을 열었다. 기독교진영은 이를 두고 "15년 간 한국 교회가 기도와 후원이 만들어 낸 결과다"라고 평가했다. 아가페재단은 경기도 여주군뿐만 아니라 전국에 기독교 민영교도소를 여러 개 만들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예산으로 지속적인 복음화 사업 전개할 수 있어"

소망교도소 청사동 전경.
 소망교도소 청사동 전경.
ⓒ 아가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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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페재단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때는 지난 2004년 10월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였다.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 교도소는 교정, 교화에 좀 더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지 특정 종교의 전파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옥중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해서 선교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것은 건전한 선교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기독교가 교정·교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정부 예산으로 선교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가페재단은 설립 기금을 모금하는 사이트에 "장기적으로 볼 때는 결국 정부 예산으로 지속적인 복음화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따라서 기독교교도소를 통한 선교는 선교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선교방안이다"라는 노골적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부가 민영교도소를 설립한 목적은 재정부담 완화, 과밀수용 해소, 수용자 교정·교화 효과 제고 등이었다. 하지만 수용자 1인당 드는 비용의 90%를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수용인원도 300여 명에 불과하고, 수용대상에서 공안·마약·조직폭력 사범은 제외한다는 점 때문에 애초의 목적은 달성하기 힘들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재직시에 "민영교도소는 IMF 이후 예산문제 때문에 수립된 것인데 이제 예산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굳이 민영교도소를 설립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설립이 강행되면서 아가페재단에 참여한 법무부-검찰 고위 간부들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이 있었다.

황 후보자는 지난 2013년 2월 열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저는 재소자들을 어떻게 하면 잘 교화할 수 있을까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했고, 허가받는다든가 이런 것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소망교도소 정부 지원금은 황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12억여 원이 늘었다(2013년 62억여 원, 2014년 74억여 원).

황 후보자는 9살 때부터 교회에 나갔고, 성균관대 재학 시절에는 '겟세마네선교회' 초창기 멤버로 활동했고,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야간에 신학대를 다녔고, 현직 검사 시절 검찰 신우회나 애중회(법조계 기독교 신자모임)에 적극 참여하며 '검찰 복음화'에 진력했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는 <종교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1998년),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2012년)를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이 '기독교 편향성'으로도 나타났다. 기독교 민영교도소와 관련한 황 후보자의 주장도 그렇다. 그는 지난 2003년 10월 아가페재단 부산·울산·경남 지역본부 창립총회에서 '범죄문제 해결을 위한 최적의 시스템이 기독교교도소'라는 요지로 현장간증을 했다.

지난 2004년 1월 <아가페 소식지>에 기고한 글에서 "엄청난 재범률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복음뿐이다"라며 "전국 45개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6만여 명의 갇힌 자들을 주님께 인도해야 한다"라고 썼다.

이는 기독교 민영교도소 설립의 진짜 목적은 '교정·교화'보다는 '재소자 선교'에 있음을 보여준다. 28년간 검사를 지내며 국가의 형벌권을 집행해온 황 후보자가 국가의 형벌권을 특정종교단체에 위임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은 상당히 불편하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황교안, #아가페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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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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