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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 땡볕을 뚫고 출장준비를 모두 마쳤다. 내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내에 탈춤교육과 울림교육을 실행하기 위해서 징과 괭과리를 비롯한 모듬북과 장구들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행정서류와 각각의 병동에서 나와 모이는 22명의 교육생들과 나누는 소박한 다과까지도...

그러나 긴급으로 병동의 문화예술위원회 담당 간호사에게서 문자연락이 왔다. 메르스 때문에 외부프로그램은 휴강이며 다음 주도 상황을 보아가면서 결정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무기한 휴강인 셈이다. 준비한 기자재들을 다시 원위치로 운반하고 예약한 다과도 취소하고 강사들에게도 연락을 취하였지만 은근히 염려가 된다.

휴강이 1회라도 생기면 나는 일정기간동안 일정횟수를 의무적으로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일정으로 보강시간을 잡기 어려운 병동이고 강사들도 지역에서  공연일정이 빡빡한 프로급 예술인들이라 계획대로 프로그램을 완료하기가 어려워진다.

900명 수용의 적정인원에 현재 1,300명내외를 수용하고 있는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는 우리나라에 1곳 뿐이다. 그곳에 나는 수년 전 처음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실행되기 시작하면서 연극, 난타, 음악, 무용, 탈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보급하기 시작하였다. 문화예술전문단체가 아니면서 도경계를 넘어 그곳까지 수년 째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는 것이 무척 감사하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보급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소속된 곳이 가톨릭재단이 운영하는 복지사업을 하는 곳이라 소외된 곳에 문화예술을 보급하는 것도 복지의 일환이라고 해석하며 내가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에듀케이터여서 가능하다. 내가 하는 프로그램의 적정인원은 일반은 20명이고 치료감호소의 수용생은 특수한 정신질환자들이어서 10-15명이어야 적당하다.

그럼에도 사전에 조절해서 신청한 인원을 줄이고 정원을 약간 초과해 재료비한도에서 최대한 가능한 인원인 22명을 대상으로 하게 되었다. 올해 하반기에 부곡에 1개소가 추가 개설된다고 하지만 그곳은 법무부가 직접 관장하는 곳이 아닌 국립정신병원에서 부설로 그것도 50여명만 수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긴급연락으로 여러 가지 교육기자재들과 행정서류 그리고 2명의 강사들과 국립법무병원에 가야하는데 오늘은 발이 묶이고 언론보도로만 여겼던 전염병 메르스가 갑자기 피부로 다가왔다. 정부는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아침부터 밴드와 카톡과 인터넷 카페회원을 통해서 여러 경로로 발병지와 병원명단이 알림으로 상세히 전달되어 왔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달해주면서 각자 알아서 피하고 조심하자는 듯이.... 그러면서도 어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충주에 다녀가서 메르스집단 격리시설 설치관련한 일정을 이야기했고 충주시장은 정중히 거절했다는 관련한 소식들을 전해주면서 충북에 불똥이 튀는 것이 아닌가 많이 걱정들을 하고 나는 이 정부가 발등에 불똥이 튀니 마구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을 보이는 것 같다.

지난 주 수원에 다녀오신 60세에 가까운 어느 예술가는 부랴부랴 폐렴예방주사라도 맞아야겠다고 병원에 가셨고 나도 2주전에 조형학을 공부하기 위해 수원에 다녀왔고 그 다음날 장거리 운전으로 잔기침을 많이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종이에 적힌 병원들과 나의 동선이 겹쳤던가 되살펴보게 되면서 갑자기 화장실에 자주 가서 손을 씻었는데 찜찜하다.

그러나 이것은 직접 메르스 때문에 발이 묶여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않은 나의 반응 일뿐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점심시간 현재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직은 충주에 집단격리시설이 생길까 일부는 염려하지만 여기 청주는 잠잠하다. 나는 제발 우리 지역을 잠잠히 조용히 지나가고 우리 지역 아닌 곳에서도 희생자가 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무기한 휴강이 아닌 다음 주에 국립법무병원에 정상적으로 예술교육프로그램이 실행되어 올해의 여러 기획사업이 무탈히 한 해를 알차게 계획대로 잘 실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태그:#메르스 파급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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