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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8월, 경영위기에 처한 시멘트 회사들을 위해 환경부는 각종 쓰레기를 소각해 시멘트를 제조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것이 바로 쓰레기 시멘트의 시작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음으로 경악스런 감정과 마주치게 된다. 곧이어 참기 어려운 분노가 고개를 쳐들고 그 격렬한 감정이 잦아들 때쯤에는 절절한 감동과 통쾌함이 피어난다. 그리고 마침내는 저자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까지 일어나는데 그 과정이 꽤나 자연스러워 마치 한 권의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은 듯한 기분도 든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경악과 분노, 감동과 통쾌, 그리고 감사라는 감정의 터널을 지나치는데 이는 곧 저자인 최병성씨가 지난 10년간 겪은 굴곡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은 한 시민이 한국의 시멘트 회사들과 환경부를 상대로 싸워온 지난 10년간의 기록이다. 저자인 최병성씨가 바로 그 시민으로, 시멘트 회사와 정부 등이 기나긴 싸움의 상대였으며 그 대부분 기간 그는 혼자였다.

쓰레기 시멘트 회사와 싸워온 10년이란 시간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책 표지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책 표지
ⓒ 이상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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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우연히 우리가 살아가는 집과 사무실, 학교가 유해물질 가득한 쓰레기로 지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몸소 시민기자가 되어 기존의 어떤 언론도 하지 못한 집요한 취재와 보도를 감행했다. 그는 자본과 정부, 언론이 결탁해 공익을 훼손하는 과정을 낱낱이 드러냈고 그로부터 작지 않은 수준의 제도적 개선까지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 시멘트 회사에 의해 유해한 쓰레기 시멘트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로부터 우리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이 지닌 현실적 가치는 결코 작지 않으며 평범한 시민의 신분으로 기업과 공권력에 맞서 변화를 이끌어낸 절절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시사점도 지니고 있다 하겠다.

아파트 건축에 소요되는 시멘트 비용을 산출해 보았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건축설계를 하는 대학교수도 레미콘 관계자들도 '잘 모른다'였다. 관련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던 중 드디어 모 건설회사 임원을 통해 정확한 시멘트 비용을 산출해 냈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분양면적 105.6제곱미터 아파트 한 세대 건설에 소요되는 총 시멘트 값은 평균 130만 원에 불과했다. 1300만 원도 아니고 고작 130만 원에 불과하다니, 믿겨지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여기에 복도와 지하주차장 등의 공용면적까지 다 합해도 한 세대당 소요되는 시멘트 값은 평균 160만~170만 원이면 충분했다. (중략) 그 아파트의 분양가가 3억 원이라고 했을 때, 그중 시멘트 값 130만 원은 0.5%도 되지 않는다. (41p)

위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아파트 한 세대 건설에 들어가는 시멘트 값은 평균 130만 원 정도다. 아파트 평균 분양가의 0.5%에 불과한, 크지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 바로 이 시멘트 때문에 평생을 살아야 하는 집이 발암물질과 방사능으로 범벅된 유해한 공간이 된다면 과연 어느 누가 참아낼 수 있을까? 믿기 어려운 이같은 일이 바로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다.

책에 따르면 쓰레기 시멘트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그것이 시멘트 제조 회사의 이익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건축 경기 악화로 경영난에 처한 시멘트 회사들에게 쓰레기를 소각해 시멘트를 제조할 수 있도록 했고 업체들은 쓰레기 소각업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유해한 산업 쓰레기를 처리하며 처리비용을 받아 연명해 왔다. 외국에 비해 쓰레기 재활용 기술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유독한 쓰레기를 처리했으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힌 것이다.

일본 석탄재를 수입해 시멘트로 만드는 유일한 나라

한국의 시멘트 공장은 일정한 처리비용을 받고 일본뿐 아니라 미국, 호주,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게서는 폐타이어뿐 아니라 유해한 산업 쓰레기까지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실정이다. 시멘트를 만들어 팔기도 전에 쓰레기 처리비용을 받아 돈을 벌 수 있으니 업체는 열심히 쓰레기를 수입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 즉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시멘트 회사의 이익을 위해 전 국민이 피해를 보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일본 고철 수입이 오히려 증가한 이상한 나라다. 그뿐 아니다. 일본의 화력발전소 쓰레기인 석탄재를 수입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일본 환경성 홈페이지는 매년 폐기물 처리현황을 발표한다. 이중 석탄재 처리 현황을 보면, 수출 대상국이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만 끝없이 이어진다. 일본 석탄재를 수입해 시멘트를 만드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뿐이다. (153-154p)

저자는 이처럼 부조리한 상황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 환경성 직원들에게 일본 쓰레기가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는 증거자료를 건네 수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잠시뿐. 곧 환경부에서 일본 환경성에 쓰레기의 수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수입은 재개되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분노하지 않을 독자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환경부와 시멘트업계의 결탁을 짐작하게 하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책에는 규제를 가장한 허가방안을 내놓으며 국민을 기만하는 환경부의 행태가 거듭 그려진다. 이러한 부분을 읽고 있자면 공무원들이 대체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시멘트 회사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받아쓰기 해온 언론을 상당수 지목하는데 책에 등장하는 이들 매체의 행태를 보면 이들을 과연 언론이라 불러도 될지 회의가 들 정도다. 이들의 보도에선 어떠한 고민도 읽히지 않으며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작업마저 거치지 않은 게으름이 느껴진다. 특히 몇몇 언론의 경우에는 보도자료를 받아적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쓰레기 시멘트를 찬양하기도 하는데 기사를 쓴 기자와 신문사가 어떻게 이런 기사를 책임질지 의문이다.

최병성씨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상당수 시멘트 공장은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쓰레기로 시멘트를 제조하고 건설사는 이를 이용해 우리가 살아가는 건물을 짓는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저자는 부분적인 제도 개선이 아닌 쓰레기 시멘트의 완전한 금지를 향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최병성씨가 제기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목소리를 높여 조금씩 시멘트 회사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이들과 함께 저자의 곁에서 그의 싸움에 힘을 보태고 싶어질 것이다.

우리는 분명 승리할 것이다.

쓰레기 시멘트의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시멘트 등급제와 성분 표시제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택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어떤 쓰레기로 만들어지는지 쓰레기 시멘트의 진실을 제대로 알고,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권한이 주어질 때 쓰레기 시멘트는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시멘트 공장은 결코 쓰레기 소각장이 아니다. 시멘트 업계의 사회적 책임은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한 시멘트를 생산하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만 추구하는 비양심적인 기업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배려하는 시멘트 업계와 건설사로 거듭나기를 촉구하며 이 책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땅의 모든 집이 사람을 살리는 건강한 집이 되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꿈꾼다. (328p)

○ 편집ㅣ박혜경 기자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최병성 지음 / 이상북스 / 2015.04. / 1만6천원)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 발암물질에서 방사능까지, 당신의 집이 위험하다!

최병성 지음, 이상북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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