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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4일, 그날도 뉴스가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답답증이 2년여 전부터 생긴 거 같다. 정치, 사회, 문화 심지어 개그프로를 봐도 소통이 꽉 막히고 상식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사인>의 SNS를 보면서 올바른 식견의 글들을 찾아 읽고 있었다. 특히 그날은 오마이뉴스에서 올라 온 기사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제까지 흔히 보던 뉴스와는 다른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사 제목은 <'폐업'청소업체의 변신 일 더 편해지고 월급 더 오르고>였다. 기사 내용은 청소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사측과 수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사측은 일방적으로 폐업신고를 하고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것. 여기까지는 흔하게 보아왔던 뉴스였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이어지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복직투쟁을 벌이는 대신 '협동조합'을 선택하였고 광산구도 협동조합 설립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폐업한 업체가 담당했던 구역의 생활폐기물 수거, 운반 대행 업무를 협동조합에 맡겼다.

이 대목에서 참 신기했다. 관이 노동자와 손을 잡았네? 갑을 관계에서 갑 영역끼리 어울리던 모습이 관이었던 거 같은데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드라마틱한 사건이었다. 순간 광산구의 구청장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이어서 아래 링크되어 있는 기사. <"잠만 자던 학생, 글쓰기 시작"... 공간 바뀌면 아이가 바뀐다>는 제목의 광주 광산구 선운혁신중학교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행복하다"고 말하고, "주말에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카톡을 보낸다고 하니 우리나라 아이들 같지 않았다.

'(학교가) 학생들 스스로 만든 공간이어야 그 공간을 꾸준히 이용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계속 바꿔나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는 김태은 교사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그 학교가 보고 싶어졌다.

나는 곧바로 링크되어 있는 꿈틀버스 참가 신청서를 누르고 함께 갈 친구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1박2일이라도 여행은 나에게 낯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좌석이 있는지 전화를 해 보았다. 딱 한 자리 남아 있다는 말에 실망을 금치 못하며 참가 신청을 포기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이번 기회가 아니면 내가 광산구를 제대로 볼까 싶었다. 혼자 가는 낯설음만 개의치 않으면 답답한 세상에 숨이 확 트이는 공간을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KTX 입석에 몸을 싣고 광주 송정역으로 꿈틀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내려갔다.

2015년 5월 16~ 17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광주 광산구가 함께 주관한 꿈틀버스를 타려고 각지에서 모인 나를 포함한 34명의 탑승자들. 전라도 광주의 5개구 중 하나인 광산구를 보기 위해 송정역에 모였다. 사람들이 도착하는 대로 송정역 근처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처음엔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지만 크게 사람들을 묶어주는 공통점은 오마이뉴스를 보는 사람들이란 거다. 1박2일의 여정을 통해 얘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게 되었을 때 느낌은 타는 목마름으로 늘 깨어 움직이는 사람들이란 거였다. 더구나 광산구의 '꿈틀거리는 공동체'를 향한 여러 모습은 우리들에게 자극을 주기 시작하고 있었다.

기사에서 봤던 청소노동자들이 만든 협동조합 클린광산을 방문하였다. 김성복 이사, 양성채 지회장은 그간의 지나온 사진기록들을 보여주며 생생한 설명을 해주었다. 사주의 위장 폐업에 맞서 구청의 관계자와 물밑에서 만나 폐업을 처리하고, 협동조합을 결성하는 과정을 이야기 해주는 대목은 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각인시켜 주었다. 협동조합원들과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협의와 토론을 하는 것은 어려웠던 점이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만장일치를 위한 토론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존중이고 소통이고 평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기사 내용이었던 선운혁신중학교는 개교한 지 3년 되는 학교로 건물이 깨끗하고 예뻤다. 스웨덴 종합학교 푸트룸 견학 시 공간의 중요성을 느꼈다는 김태은 교사는 학교를 삶의 공간으로 바꾸는 데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인문공간 2037', '꼬물', '수작사계'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것을 맘껏 표출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아이들과 함께 한 프로젝트는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었다.

기사에서는 읽지 못한 장소, 더불어락을 방문하고 난 깜짝 놀랐다. 여행에 있어서 멋있는 경치에 반하여 놀라는 것보다 사람에게 반하는 것이 곱절은 더한 충격을 받는 거 같다. 2011년 이곳에 부임한 강위원 관장은 흔하디 흔한 노인복지관의 간판부터 뜯어 내렸다고 한다.

보통 노인복지관에서의 노인은 식사하는 노인, 수혜자로서의 모습이었다면 강위원 관장이 만든 복지관은 새로운 개념의 노인 복지관이었다. 노인만을 위한 공간에서 지역연대로 확대된 공간을 만들었다. 강위원 관장이 부임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직원들과 밤 깊도록 남아 함께 학습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고 한다. 역시 배우고 알아야 자치도 있고 협동조합도 있고 공동체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학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마지막 시간으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광산구 민형배 구청장과의 자연스런 토크콘서트에서는 민형배 구청장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민형배 구청장이 가진 생각은 마을 전체의 공동체 형성에 활력을 주었다. 또한 적소적재의 지원과 네트워킹, 교육, 컨설팅,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었다. 자본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적 경제의 특징은 이윤을 여럿이 나누는 광산구의 모습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이밖에도 광산구에 있는 협동조합은 커피협동조합, 상상창작소 붐, 반찬가게 울엄마, 자동차부분정비 그린협동조합. 주민들의 카페공동체 아름다운 송정씨, 사회적협동조합 카페홀더, 원예복지, 화훼 협동조합 등이 있다. 협동조합 탐방 투어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로 광산구 전체가 공동체로 꿈틀대며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꿈틀버스 1호는 대한민국 안에서 덴마크를 찾고자 떠났다. 나는 덴마크를 보았다. 공동체가 관을 제대로 만나니 불길이 일듯 광산구 전체가 덴마크로 변했다. 새삼 관의 힘을 느꼈고, 자치제의 중요성을 등한시 했던 내 삶의 태도를 반성했다. 지자체는 공동체로 형성되는 것이며 생활정치의 힘이 그 안에 있다. 밑으로부터 생활로부터 마을로부터 조직으로부터 국민은 힘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틀버스 2호는 또 다른 꿈틀거리고 있는 곳을 찾아 시동을 걸며 준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꿈틀대는 곳을 지나치지 말고 함께 꿈틀거리며 움직이면 좋겠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가만히 있어라, 앞만 향해 내리 달리자고 외쳐왔던가.

개발이다, 경쟁이다, 수월성이다, 신자유주의다, 자본이다, 시장경제다 라며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공동체의 행복감을 잃어버리고 산 건 아닌지. 지금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생각해 볼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들풀처럼 공동체인 자치의 힘을 찾으면 좋겠다. 우리도 덴마크처럼 될 수 있다. 아니 이미 덴마크가 우리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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