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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낙타 무대에서는, 1장 - 이데아를 꿈꾸는 세상, 2장 - 현재시제, 3장 - 낙타의 꿈이라는 소주제로 공연을 펼쳤다.
▲ 구보댄스컴퍼니 니체의 낙타 무대에서는, 1장 - 이데아를 꿈꾸는 세상, 2장 - 현재시제, 3장 - 낙타의 꿈이라는 소주제로 공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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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의 낙타

느릿한 뒤뚱 걸음으로 무용수 1명이 힘겹게 걸어간다. 그의 등에는 삶의 무게가 더해져 있다. 평생을 순종적으로 살아가는 낙타의 삶과 닮아있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싣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건너야 하는 존재다. 이 낙타의 삶은 수 많은 하기 싫은 일을 감당하며 하루를 버티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이다.

무용수들이 이내 저마다의 선율로 무거운 단조의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춘다. 형언할 수 없는 몸짓으로 각자의 삶의 고통을 빛 속에 투영시킨다. 그리고 억압, 복종, 교육, 제도 등 세상이 짜놓은 모든 질서를 거부한다. 그들에게 금지된 모든 것들을 금지한다.

"나는 항상 자유를 갈망한다. 내게 친절과 순종을 강요하지마!. 명령하지마!..."

무용수들의 저항이 언어로 튀어나온다. 몸짓 언어인 춤과 더불어 저항언어로 그대로 튀어나온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속박을 끊는 자유가 더 없이 그립고 소중하다. 자유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자유를 향한 열망이 하나가 되어 큰 숨을 이룬다. 큰 호흡으로 그들의 저항을 표현한다.

니체의 낙타 공연 모습 중에서
▲ 구보댄스컴퍼니 창작공연 '무용과 사유' 니체의 낙타 공연 모습 중에서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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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분열, 답답함, 집단 퇴행, 분노 등의 군무가 이어진다. 같은 동작을 무수히 반복하며 갇힌 울타리를 표현한다. 눈을 가린 채 폐쇄된 자아의 상실과 고독을 노래한다.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어둠을 가로지르는 눈부신 조명, 무용수들의 화려한 춤사위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하겠습니다. 지금이 몇시예요. 내가...뭔가 할 거야...생각하지마"

또 다시 이어지는 무용수들의 독백 언어. 그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자유와 개성을 상징하는 불꽃이 타오른다. 국가가, 사회가, 제도가, 법이 강요했던 억압된 사슬을 끊고 훨훨 날아오른다. 하나의 불빛 속에 고독하게 반짝거리는 자유의 날개짓.

"나는, 갈망한다. 자유를....."

네 이웃의 것을 탐하라의 공연 모습
▲ 구보댄스컴퍼니 15주년 공연 '무용과 사유' 네 이웃의 것을 탐하라의 공연 모습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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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이웃의 것을 탐하라

정지된 연극무대의 한 장면처럼 남녀 비서와 사장이 오랫동안 서있다. 그리고 등장한 또 한 여자는 사장의 노리개처럼 춤을 추다가 쓰러진다. 이 여자는 사장에 의해 규정되어지는 피동의 객체이다. 그저 사장의 장단놀음에 맞춰 춤을 추는 꼭두각시인형일 뿐이다. 인간사회도 이와 비슷하다. 오직 계급과 서열, 지위와 신분만이 그 사람을 규정지어줄 뿐이다. 그마저도 없는 천한 계층의 집단은 대중사회에서 격리되어 저 홀로 동떨어진 고독사회를 구축한다. 마이너리그의 지하세계다.

그러나 사장 위에도 군림하는 사람도 있다. 먹이사슬에서 왕도는 없는 법이다. 사장 또한 한 여인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이내 내팽개친다. 이 여인 또한 사장이 했던 군주로서의 행동을 자처하며 권력을 맘껏 포효한다.

처음 무대에서 소품으로 등장하며 이후 이어질 퍼포먼스의 매개체가 된 007가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결국 이 가방으로 인해 세 남자의 끝없는 싸움과 갈등이 이어진다. 더불어 집단 군무를 추며 등장한 무용수들의 집중 목표물이 된다. 가방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 것일까.

가방을 획득하기위한 본격적인 탐욕전쟁이 시작된다. 가방을 쟁취한 남자 무용수의 플래쉬 불빛이 비추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몸을 떨며 굳어간다. 유혹의 굴레, 탐욕의 올가미, 욕망의 자물쇠가 시나브로 대중들에게 채워져 가는 것이다. 검은손의 유혹, 어두운 도시의 그림자가 대중들을 이내 탐욕의 감옥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네 이웃의 것을 탐하라의 공연 모습
▲ 구보댄스컴퍼니 15주년 창작공연 '무용과 사유' 네 이웃의 것을 탐하라의 공연 모습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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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 중 열 번 째는 '네 이웃의 것을 탐내지 말라'이다. 그러나 현대시대는 내 것도 내 것이요, 네 것도 내 것이 되는 요지경 세상이다. 돈과 권력만 있으면 심지어 남의 부인까지도 내 것이 될 수 있는 기막힌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일컬어 우리는 변태가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권력에 왕도는 없듯, 탐욕의 끝 또한 아무것도 없는 빈 손임을 알아야 한다. 허황된 욕심과 집착에 이끌려 소유욕에 넘쳐나는 에고이스트는 결국 파멸의 길로 떨어지고야 마는 것이다. 돈의 맛에 집착하다가 결국 돈의 늪에 빠져죽고 마는 것이다.

"누가복음 12:15- 저희에게 이르시되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데 있지 아니하니라. 마가복음 7:21~23-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적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홀기는 눈과 훼방과 교만과 광패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출연진 소개와 엔딩 장면
▲ 구보댄스컴퍼니의 15주년 창작공연 '무용과 사유' 출연진 소개와 엔딩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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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구보댄스컴퍼니, #무용과 사유, #니체의 낙타, #장구보 대표, #창작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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