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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행복한 인문 이야기'는 청소년들이 인문은 곧 학문(인문학)이라는 개념에서 탈피해 좀더 쉽고 흥미있게 인문적 소양을 키우고 인문 정신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한 현장 체험적 글입니다. 또한 교사와 학부모들과도 공유하여 청소년 인문학과 인성 지도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인식, 그리고 적용의 계기를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청소년을 ~ ②'는 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신문 매체의 짧은 만화를 통해서도 그것을 응용하여 관련 자료를 접목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인문적 소양을 키워갈 수 있는 좋은 인성 지도 자료를 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기자 말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구성 요소

다음 글을 읽으면서 빈 칸을 채워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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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L의 (    )과, 25조개나 되는 (    ), 250억개의 (    )가 있고…, 6000㎡의 들판을 덮을 정도의 모세혈관과 40L의 (     ), 비누 7개에 해당하는 (     ), 2.5㎝ 못에 해당하는 (      ), 한 숟가락 정도의 유황과, 30g정도의 비철금속, 206개의 (     )와, 600개 정도의 (    ), 100개 이상의 (    ), 500만개의 (    )과, 900개의 미각기관, 400만개의 감각수용기, 2㎡의 (    )….
탄소, 질소, 칼슘, 인, 칼륨, 나트륨, 염소, 마그네슘, 아연, 망간, 구리, 요오드, 니켈, 브롬, 불소, 규소, 코발트, 알루미늄, 몰리브덴, 바나듐, 납, 주석, 티탄, 붕소….

이 세상 최고의 걸작, 바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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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홍승우의 짧은 만화(『비빔툰』2, 문학과지성사, 2000. 중에서)를 바탕으로 하여 내용과 형식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글이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는 읽어가는 과정에서 곧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은 우리 인체의 구성 요소들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통 사람들이 알기 쉽게 풀어놓은 것입니다. 빈 칸의 답은 순서대로 혈액, 적혈구, 백혈구, 물, 지방, 철, 뼈, 근육, 관절, 털, 피부입니다.

여러분은 과연 몇 개나 맞추었을까요?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해 본 결과로는 지금까지 다 맞춘 개인이나 모둠은 없었고, 9개가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물론 몇 개를 맞추었는가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여러분도 충분히 짐작을 하겠지만 중요한 건 마지막 문장과 그 문장 안에 비어 있는 괄호이지요.

그러니 마지막 괄호만큼은 꼭 여러분들이 스스로 채워 넣어보기 바랍니다. 그 답이 나오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 후에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들이 참 소중합니다.

오래 전 위 내용의 일부가 담겨 있는 만화를 한 일간지에서 처음 대하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나와 함께하고 있는 내 곁의 사람들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아, 한 인간의 존재가 이토록 귀하고 신비로운 것이었구나,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을 정말 소중히 여기고 대해야 하겠구나,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결코 쉽게 무너질 존재도 아니고, 그래서 결코 나 자신이나 다른 누군가를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되는 거였구나, 진정한 '이 세상 최고의 걸작은 바로 우리'였구나, 하는 생각에 오래 감동에 젖어 있었지요.

사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나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또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신비롭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잘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고귀한 존재

다음의 글은 김승희의 시 '신이 감춰둔 사랑'(<냄비는 둥둥>, 창비, 2006.) 중 일부분입니다. 

심장은 하루 종일 일을 한다고 한다
심장이 하루 뛰는 것이
10만 8천 6백 39번이라고 한다
내뿜는 피는 하루 몇천만 톤이나 되는지 모른다고 한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1억 4천 9백 6십만km인데
하루 혈액이 뛰는 거리가
2억 7천 31만 2천km라고 한다
지구에서 태양까지 두 번 갔다 올 거리만큼
당신의 혈액이 오늘 하루에 뛰고 있는 것이다
바로 너, 너, 너! 그대!

그렇게 당신은 파도를 뿜는다
그렇게 당신은 꺼졌다 살아난다
그렇게 당신은 달빛 아래 둥근 꽃봉오리의 속삭임이다
은환의 질주다

이 시를 읽으면 이런 혈액의 힘을 만들어내는 내 심장이 쿵쿵쿵쿵 뛰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뿐이겠습니까? 지금 내 옆에 있는 이에게서도 똑같은 힘이 울림으로 느껴집니다. 언제나 기운이 없어 보이고 쓸쓸해 보이는 친구의 가슴 속에서도,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드신 어머님의 마른 가슴 속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도 그것이 쿵쿵거리며 뛰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 세상 누구라도 심장이 있고 생명을 가지고 있는 한 하나같이 고귀하고 하나같이 신성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가진 것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힘없는 사람일지라도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들은 다 같이 '소중한 속삭임'인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심장이 뛰는 고귀한 존재인 인간입니다. 항상 내 몸 안에 살아 있는 신비로운 구성 요소들을 생각하세요. 또 그 사람 안에서 쿵쿵쿵쿵 흐르고 있는 피를 생각하세요. 그 안의 열정과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려 노력해 봅시다. 그러면 언젠가 참 대단한 우리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 최고의 걸작'은 지금은 아파하고 힘들어할지도 모르는 바로 '당신'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 최고의 걸작'들의 가치와 삶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고자 하는 생각과 노력이 바로 인문적 사유입니다.


태그:#청소년 인문, #최고의 걸작, #바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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