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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데이터 요금제 제안자 잘리는 거 아닌가?"

KT가 지난 20일 오후 광화문 사옥으로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SK텔레콤에서 이날 출시한 '밴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가 하루 만에 15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KT는 지난 8일 최소 월 3만2890원(부가세 빼면 2만9900원)부터 무선 음성 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가장 먼저 출시해  25만 명을 모았는데, SK텔레콤은 전 요금제 '유무선 통화 무제한'으로 한 술 더 뜬 것이다(관련기사: 이통3사 '음성 무제한' 대 알뜰폰, '200분'에 달렸다).

KT 열흘 동안 25만 명, SK텔레콤 하루 만에 15만 명 갈아타

이동통신3사 데이터 중심 요금제 비교(부가가치세 10% 제외). 월 요금제 색깔 표시는 유무선 무제한 구간(단 LG유플러스는 유선 월 200분 제한). 데이터량 색깔 표시는 데이터 무제한 구간(단 기본 제공량 초과시 속도 제한). KT 44900원, 54900원 요금제는 7월 출시 예정.
 이동통신3사 데이터 중심 요금제 비교(부가가치세 10% 제외). 월 요금제 색깔 표시는 유무선 무제한 구간(단 LG유플러스는 유선 월 200분 제한). 데이터량 색깔 표시는 데이터 무제한 구간(단 기본 제공량 초과시 속도 제한). KT 44900원, 54900원 요금제는 7월 출시 예정.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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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이날 유선 통화량이 많은 10% 정도 고객에게 SKT 요금제가 유리할 뿐, 매달 데이터 사용량이 들쑥날쑥한 대다수 이용자에겐 자사의 '데이터 밀당'이 더 유리하다고 맞섰다. KT는 매달 쓰고 남은 데이터를 다음 달로 이월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다음 달 데이터를 미리 당겨 써 데이터 사용량 초과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또 자사 이동전화 가입자들의 월 평균 유선 통화량이 20분 정도여서 '30분 제공'으로 충분하다면서도 타사와의 경쟁에서 밀릴 경우 '유무선 무제한'을 전 요금제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마찬가지로 LTE로 제한된 데이터 요금제를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3G 가입자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KT가 경쟁사 후속 요금제에 조바심을 낼 정도로 데이터 요금제 반응이 뜨겁다. KT가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열흘간 데이터 선택 요금제로 갈아탄 이용자 20만 명을 분석해 요금을 더 낮추거나 더 높인 요금제 상위 5가지를 비교했더니 7대 3 정도로 하향 비중이 더 높았다.

특히 기존 음성통화 무제한(데이터 5GB)이었던 '순 완전무한 51요금제'(월 5만6100원) 가입자의 이탈이 가장 많았다. '요금제 하향 톱5' 가운데 기존 51요금제에서 데이터 선택 399요금제(월 4만3890원)로 옮긴 이용자가 23.4%로 가장 많았고, 349요금제 19.7%, 299요금제 14.1% 순이었다. 이어 기존 34요금제에서 299요금제로, 61요금제에서 499요금제로 옮긴 이용자도 각각 7.2%, 5.5%로 나타났다. 이렇게 줄어든 요금은 1인당 평균 1만3805원(부가세 제외)이었다.

거꾸로 음성 무제한이나 데이터 무제한 때문에 일부러 더 비싼 요금제로 옮긴 이용자들도 적지 않았다. '요금제 상향 톱5' 가운데 음성 130분(망내 무제한)인 기존 '순 모두다올레 28요금제'(월 3만800원)에서 299요금제(월 3만2890원)나 349요금제로 옮긴 이용자가 각각 9.3%, 5.4%였고, 51요금제에서 '데이터 무제한'인 599요금제로 옮긴 이용자도 8.3%로 나타났다. 상향 톱 5는 평균 요금이 5903원 상승했다.

KT 데이터 선택 요금제 이용자 요금 상향-하향 상위 5종 비교(5월 8일~18일. 부가가치세 제외). 사진-자료 출처: KT
 KT 데이터 선택 요금제 이용자 요금 상향-하향 상위 5종 비교(5월 8일~18일. 부가가치세 제외). 사진-자료 출처: KT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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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손해보는 장사?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극복"

이처럼 데이터 요금제로 요금을 낮추는 이용자가 늘수록 이통사는 가입자 1인당 매출(ARPU)이 줄어 손해인 셈이다. 이에 한 기자가 "이용자가 요금을 낮추면 회사에선 손해인데 제안자가 잘리는 거 아닌가?"라고 물었을 정도다.

박현진 KT 무선사업담당 상무는 "초기에는 데이터 요금제가 유리한 고객들이 많이 몰려 단기적으로 손실을 예상한다"면서도 "음성 통화량은 고정된 반면 월 평균 3GB 정도인 LTE 데이터 사용량은 계속 늘어 장기적으로 지금 손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미국 버라이즌이나 일본 NTT도코모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직후엔 ARPU가 떨어졌지만 다시 상승 곡선을 탔다는 것이다.

기업 실적에 민감한 증권사 반응도 비슷하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8일 "5만 원 미만 요금제 소비자는 데이터보다 음성에 대한 니즈가 더 강해 음성 무제한이 제공되는 최소 요금제인 2만9900원으로 일부 이동해 소비자 혜택은 증가하고 통신사 ARPU가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 추세여서 궁극적으로는 이통사 ARPU와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통3사가 데이터 요금제를 LTE(SK텔레콤은 3G 포함)로 한정한 것도 기존 2G나 3G 가입자들의 LTE 전환을 가속화 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2G나 3G 가입자의 경우 데이터보다는 음성 통화 수요가 더 많기 때문이다.

KT의 경우 현재 100만 명 정도인 3G 스마트폰 가입자의 ARPU는 2만 원대 중반, 200만 명 정도인 3G 피처폰(일반 휴대폰) 가입자 ARPU는 1만7000원 정도라고 밝혔다. KT는 이들이 3만 원대 요금제로 넘어올 가능성이 데이터 요금제에서 배제했다고 했지만, 거꾸로 기존 3G 가입자들을 LTE로 흡수하겠다는 목적으로도 볼 수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시민단체도 이통3사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음성 무제한과 데이터 무제한 요금이 일부 낮아졌다고 반기면서도, 사용량에 관계없이 부과하는 기본요금을 유지하는 등 실질적인 통신 요금 인하는 아니라며 기본요금 폐지와 가입 대상 확대를 주문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데이터 중심 요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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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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