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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여수수산물시장 풍물거리에서 관광객 일행이 마른 생선을 사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여수수산물시장 풍물거리에서 관광객 일행이 마른 생선을 사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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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허영만의 고향이 여수가 아니었다면 만화 '식객'은 지금처럼 여수의 감칠맛과 쫄깃쫄깃함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단연 여수 음식 맛은 깊고 풍성하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진정 여수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연등천이 흐르는 포장마차나 연등천을 낀 식당에 눌러앉아 맛을 논해야 한다. 그러면 맛에 취하고 항구의 정취에 취해 몸까지 달아오른다.

맛의 고장 여수, 이런 술집도 있었네!

여수수산물 시장에 위치한 경식상회에 붙은 가자미와 장어를 소개한 글귀가 재미있다.
 여수수산물 시장에 위치한 경식상회에 붙은 가자미와 장어를 소개한 글귀가 재미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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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술 한잔 하자'며 몇 달 전부터 안부를 묻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은 무조건 연등천이 흐르는 남산동에서 만나 잔다. 오늘 무엇을 먹을런지 대충 감이 왔다. 청정바다에서 잡아 올린 여수의 대표안주 생선회를 먹을랑갑다 생각하고 친구를 따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남산동에 위치한 여수수산시장이었다. 이곳은 건어, 선어, 활어, 어패류가 다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데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친구는 횟집이 아닌 마른 생선을 파는 건어물 가게에서 장을 봤다. 아주머니에게 많이 달라며 흥정을 하더니 마른 서대와 붕장어 그리고 양태를 한웅큼 샀다. 3명이 모였으니 3만원 어치를 샀더니 담은 봉지가 두둑했다. 이후 맞은편 식당으로 갔다. 섬마을 식당이었다. 마른 생선을 아주머니에게 주니 어느덧 안주가 노릇노릇 하게 구워져 나왔다. 먹으면 또나오고 먹으면 다시 나오는 안주가 푸짐하다. 붕장어에선 기름기가 좌르르 흐른다. 구운 서대와 양태의 빛깔이 술만난 고래처럼 술을 술술 붓게 만들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맛이다.

여수수산물시장에 위치한 경식상회는 어머님 때부터 2대째 50년간 장사를 해왔다. 며느리 정인숙씨가 마른 서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여수수산물시장에 위치한 경식상회는 어머님 때부터 2대째 50년간 장사를 해왔다. 며느리 정인숙씨가 마른 서대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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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수산시장 풍물거리는 저녁 6시인데도 환하다. 이곳은 낮에도 노란 전등이 하루 내내 불을 밝히고 있다. 마른 생선을 파는 곳이 12집이다. 친구가 찾은 경식상회는 어머님 때부터 2대째 50년간 장사를 해왔다. 며느리 정인숙씨는 시집와서 장사한지 20년 됐다. 정씨의 입담이 구수하다. 잠깐 사이 이 집에 얽힌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몇 년 전 얘기다.

"겨울에 화덕에다 석쇠를 올려놓고 가자미를 구웠는데 기자인지 모르고 사진을 찍는 거야. 그러면서 묻더라고. 그 생선 맛이 어떠냐고. 우린 표현이 안되잖아. 시장에서 장사를 헌께. 그래서 이렇게 말했제. 먹어봐야 맛을 알제. 꾸덕꾸덕한 서대맛 참말로 맛있어요."

구운 서대 맛을 본 서울양반. 이렇게 말하며 갔단다.

"와~진짜 맛있네. 와 맛있다. 맛있어, 진짜 맛있다."

그 후 마른 서대구이를 소개한 글을 써 올렸는데 OO일보 기자였단다. 신문에 나간 후 반응이 뜨거웠다. 신문의 위력을 실감했단다. 새벽5시 40분부터 계속 주문이 폭주해 바로 포장해서 입금 확인하고 택배로 발송했고 지금도 계속 연결이 이어지고 있단다.

골라먹는 풍물거리...생선구이의 '지존'

풍물시장내 섬마을식당에서 노릇노릇 구워나온 장어에서 기름기가 졸졸졸 흐른다.
 풍물시장내 섬마을식당에서 노릇노릇 구워나온 장어에서 기름기가 졸졸졸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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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노릇 구워나온 조기와 우럭은 술안주에 최고다.
 노릇노릇 구워나온 조기와 우럭은 술안주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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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는 보기와 다르게 먹어봐야 그 맛을 안다. 구운 서대는 특이한 향이 있다. 정씨는 구운 생선 맛을 꾸덕꾸덕한 맛이 난다라고 표현했다. 고단백 저칼로리인 구운 장어는 기름기가 졸졸졸 흘러 담백하다. 이곳의 장점은 다른데 비해 안주가 푸짐하고 저렴하다는 것.

풍물거리 내에는 여수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 모여 있다. 전통팥죽과 세자매식당 주변에 섬마을식당이 나래비로 붙어있다. 쉬는 날은 매주 둘째 주 화요일 시장 전체가 문을 닫는다. 모두 좌판에서 음식을 먹는 전통시장 구조라서 운치가 끝내준다.

언니의 장사를 물려받은 김춘자(52)씨가 구워온 생선을 먹기 좋게 찢고 있다.
 언니의 장사를 물려받은 김춘자(52)씨가 구워온 생선을 먹기 좋게 찢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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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생선을 구워주는 섬마을 식당은 생선구이와 생선조림이 주 메뉴다. 부부가 운영한다. 이곳은 4시 이후에 손님이 가장 많다. 가게를 일찍 연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6시에 나와 시장을 봐오면 7시에 상인들이 아침부터 점심, 저녁을 먹으로 온다. 문을 닫는 시간은 보통 저녁 8시 내외다. 손님이 밀리면 조금 늦을 때도 있다. 입소문을 타고 고기를 사와 구워서 술을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여수를 잘아는 실속파들이 찾는 곳이 바로 여기다.

이곳은 마른 생선을 사가지고 오면 한판 구워 주는데 5,000원과 또 양념 값으로 1인당 2,000원을 받는다. 안주 3만 원어치 샀더니 3판이 구워져 나왔다. 처음 언니의 장사를 물려받은 김춘자(52)씨는 작년 3월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가게 이름도 고민 고민 하다 섬마을로 지었다. 고향이 섬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많이 오냐고 물었다.

"우리 집은 대중이 없습니다. 비가 오면 노가다 하신 분들이 많이 와요. 멀리 광양에서 사장님들도 옵니다. 손님들이 자기들 먹고 싶은 오만 것을 다 사가지고 와서 만들어 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술안주를 구워주고 쫄여주고 붙여주고 스끼야끼도 해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수산시장, #풍물거리, #여수맛집, #섬마을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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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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