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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격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언론계 이슈를 다루면서 현실진단과 더불어 언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언론포커스'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고승우(민언련 이사장),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유진(민언련 이사), 박태순(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신태섭(동의대 교수),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 최진봉(성공회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말

종편의 우리 사회 패악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논의가 있었고 비판이 있었다. 무엇보다 기득권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정권의 경비견 역할만 함으로써 민주적 공론장을 붕괴하는 주범으로 지적됐다.

종북 매카시즘과 선동으로 일관하고 있는 종편으로 후진적이고 비이성적 사회로 침몰해 가는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한 염려가 무엇보다 컸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 대한 보도 태도에서는 그러한 염려보다 더 근원적인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도덕성과 가치까지도 무너져 버린 종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종편의 왜곡 보도 릴레이, 저널리즘 실종된 지 오래

2014년 4월 18일 <채널A> '국회, 구조 성금 1인당 12만 원 옥신각신'이라는 뉴스를 방송으로 보도하면서 세월호 사건을 국회에서의 구조 성금 세비 정쟁으로 몰아갔다. 시선을 돈 문제로 왜곡하려는 시도로 야당의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2014년 9월 22일 <국민TV>의 보도에 따르면, <TV조선>은 대리기사 폭행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CCTV 영상을 유가족의 일방적인 폭행의 증거라고 하면서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영상을 자신들의 보도 내용에 맞춰서 원본 영상을 역방향으로 편집했으며, 다쳐서 앉아 있는 유가족 영상을 유가족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작된 영상으로 유가족은 택시 기사 한 사람을 집단 폭행하는 폭력 집단이 돼 버렸다.

2015년 5월 9일 자 <TV조선>은 '3주 연속 토요일 세월호 추모 문화제... 경찰, 폭력 시위 배후 추적'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경찰의 불법적 차벽 설치,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동원한 과잉 진압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이 항의하는 시민만을 폭력적으로 이미지화해 보도했다. 이날 TV조선 보도에서 세월호 1주년 추모 집회는 배후가 있는 폭력 집단의 집회가 됐다.

2015년 5월 6일 <채널A>의 시사 토크쇼 <김부장의 뉴스통>에선 5월 6일 세월호 추모 집회 관련 시위대의 경찰 폭행 사진이라며 세월호 집회와 관련 없는 사진을 근거로 제시했다. <채널A>는 '단독 입수'라는 자막까지 삽입해 사진을 내보냈는데, 그 중 하나가 2008년 6월 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광우병 촛불 집회에서 시위대에게 전경이 폭행 당하는 장면을 찍은 <조선일보>의 사진이었다. 이런 사진을 내보내면서 방송 출연자들은 "폭력이 난무한 세월호 시위를 합리화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막말과 혐오 발언 일삼는 '종편 시사 토크쇼'

이처럼 <TV조선>과 <채널A>의 세월호 보도 행태를 보면, 마치 데스크에서 보도의 방향과 의도를 미리 정해 놓고 여기에 맞춰 영상과 이미지를 조작한 듯한 방식으로 뉴스를 만들어 내보내는 모습이 나타난다. 음모적인 맞춤형 뉴스 생산, 의도한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영상과 이미지의 조작, 선험적 목적을 위해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는 행위는 더 이상 저널리즘 활동이 아니다.

특히 종편의 시사토크쇼나 뉴스 진행자들은 스스로 거짓을 이야기하다 못해 출연자들에게 선정적인 발언을 하도록 더욱 부추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한겨레21>과 공동 진행 한 2014년 1월 종편 시사 토크쇼 패널 분석에서도 종편의 시사 토크 프로그램의 여러 가지 막말과 왜곡 발언이 지적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모니터링을 진행한 활동가들은 패널보다 진행자가 더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했다. 진행자가 노골적으로 패널의 선정적인 발언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들이 원하는 막말 수준의 발언이 나올 때까지 거듭 되묻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 합리적인 발언을 하는 패널의 발언에는 호응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고 선정적 발언을 하는 패널 위주로만 대화를 이어간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소재만 시사를 다루고 있을 뿐 시사프로그램이 아니다. 사실 직시나 진실 가치를 내팽개친 이들 프로그램은 흥미와 선동적인 감성 자극이 목적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가깝다. 따라서 굳이 그들의 직업을 분류한다면 방송인이라고는 부를 수 있을지언정 도저히 언론인으로는 부를 수 없다. 거짓을 이야기하는 자의 가슴에 기자의 자부심과 명예로움이 있을 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웃음을 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폄훼발언이나, 혐오 발언, 양성 평등을 저해하는 발언을 하면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방심위로부터 징계를 받는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심각한 혐오 발언과 노골적 왜곡이 판치는 종편 시사 토크쇼와 그 진행자를 예능 프로그램과 방송인으로 봐주기에도 퇴출 대상임이 틀림없다.

사실을 사실로 드러내고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기본적 가치를 포기하고, 왜곡하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 할 수 없다. 언로를 왜곡하고, 오히려 사회적 해악이 되는 언론은 사회적으로 존재할 가치가 없으며, 폐기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박태순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입니다.



태그:#종편, #세월호 보도, #시사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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