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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산이 흑성산 이다. 아랫쪽에 보이는 곳에 소리가 있는 마을 천안 아리랑 전수관이 자리하고 있다.
▲ 흑성산 전경 멀리 보이는 산이 흑성산 이다. 아랫쪽에 보이는 곳에 소리가 있는 마을 천안 아리랑 전수관이 자리하고 있다.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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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상천 국악연구회 소리가 있는 마을' 를 방문했다. 천안지역에는 유명한 산이 두 곳이 있는데 광덕산(699m)과 흑성산(504m)이다. 유명하다 해서 다른 산들에 비해서 높거나 산세가 훌륭하진 않지만 천안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그 흑성산 자락에 '소리가 있는 마을 아리랑 전수관'이 자리잡고 있다.

"그냥 소리가 좋아서 시작했어요, 아직도 소리가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소리가 좋아요"라고 말하는 서도소리 연구가 성제선(50) 선생을 만나 '서도민요'와 '천안 아리랑' 그리고 그의 삶을 들어봤다.

- 서도소리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  관서지방(평남, 평북, 평양, 자강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이 되었고, 1970년에는 '서도소리 보존회'가 조직 되었죠. 대표적인 민요는 '난봉가'가 있습니다. 서도민요는 경기민요와 달리 떠는 음이 독특하기(수심가토리) 때문에 습득하기 어려워 전수 기간이 길죠. 그래서인지 다른 민요보다 전수자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보존하고 알리는 일이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또 지역적 특색(관서지방)이 있기 때문인지 서도민요은 경기민요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대중화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중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아리랑을 부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흥겨워하는데 서도민요는 우리 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과 호흡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천안지역은 경기민요(서울, 경기지방)에 익숙한 지역이기 때문에 서도민요의 보급이 더욱 어려운 거 같습니다."

인터뷰 중 차를 따라 주시고 계신 성제선 선생,소녀같으신 순수함을 느낄 수있었다.
▲ 차의 향기 인터뷰 중 차를 따라 주시고 계신 성제선 선생,소녀같으신 순수함을 느낄 수있었다.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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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서도소리를 하시게 되었나요?
"충남 아산(탕정)에서 태어나 소싯적에는 자신감 없고 소심한 아이였어요. 그래서인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았죠. 그러던 중 20대 후반쯤 천안의 민족 굿패 '얼'에서 상쇠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사물놀이를 하면서 민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상천 권재은 선생님(충주, 서도민요)을 만나 소리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엄하게 소리를 배운 탓인지 스승에 대한 어려움이 몸에 베어 있었다 - 기자 말)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 소리를 하는데 많이 힘들었습니다.(웃음) 그래서인지 늦은 나이에 공부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대학교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서도소리 전수교조를 통해 공부하면서 좀 더 깊이 있는 소리를 하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20여 년 동안 소리를 하고 있지만 늘 부족함을 느낍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0여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소리는 그런 거 같지 않아요. 늘 연구하고 인내하고 자신과 싸워야 하는 힘들고 어려운 길 입니다. 그래도 소리가 너무 좋아요.

서도 소리는 대동강 물을 먹어봐야 제대로 된 소리를 한다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는데요.
생각을 해보면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해봐야 깊은 소리가 나오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깊이 있는 서도소리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소리를 배우기 위해 이북을 갈 수는 없잖아요.)"

-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대중의 관심이 중요한데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오는 6.27일 신부문화회관에서 소리를 배우는 학생들과 함께 발표회를 합니다. 제1회는 모든 경비를 사비로 했는데요. 집에서 쫓겨날 판이었죠.(웃음) 제2회는 지인, 학생들과 함께 십시일반 모아서 했습니다. 제3회는 문화재단에서 일정금액을 후원받아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능기부 공연, 천안문화난장 '마중'를 통해서도 우리 소리를 알리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 이곳에서 소리를 배우시는 분들은 어떤 계기를 가지고 하시게 되었나요?
"대중 스피치를 못해서  배우시는 분도 계시고,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시는 분,  개인 음반을 내기 위해서 공부하시는 분 등 다양한 분들이 계세요. 현재 배우시는 분들이 인내를 가지고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소 10년은 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거든요."

수강생인 이아무개(45, 여)씨는 "서도소리를 배운 지 5년 정도 됐는데,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라며 "열심히 노력해서 정말 좋은 소리를 하고 싶다"라고 했다.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소리가 있는 마을 천안 아리랑 전수관
▲ 천안아리랑 전수관 전경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소리가 있는 마을 천안 아리랑 전수관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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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에 보니 '천안아리랑' 전수관이라고 되어있던데요?
"2012년 12월 아리랑"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에 등재된 기념으로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아리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천안지역 특색을 살려서 이상균(57, 세한대 정통연희학)교수에게 의뢰해서 곡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곡명은 '천안 아리랑'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천안 아리랑을 널리 알리기 위해 관객들과 자주 만날 수있는 무대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유네스코 심사보고기구 자료에 의하면 아리랑은 다양한 사회적 맥락속에서 지속적으로 재창조 됐으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사회적 단결을 제고하는 역할을 했다. 또 아리랑에는 대단한 다양성이 내포돼 있어 아리랑의 등재로 무형유산 전반의 가시성 향상과 대화 증진, 문화 다양성 및 인간 창의성의 제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우리 아리랑'에 담겨있는 천안아리랑의 내용이다.

천안 아리랑 (이상균  작사, 곡 )

1.에헤, 천안도라 삼거리 능소낭자
이제나 저네나 기다리는 마음

2.에헤, 버드나무 지팡이 쿡 꽂아 놓고
잎이 피면 오신다던 우리님

3.에헤, 박현수 도령 무정한 낭군
정만 주고서 떠나버린 우리 낭군

4.에헤, 주막집 싸리문 걸쳐놓은 저 수건
능소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네.

5.에헤, 성천에 부용 초당마마
죽어도 못 잊을 우리 낭군

6.에헤, 왕지봉 배꽃은 달빛에 곱고
입장 포도는 햇빛에 달콤

7.에헤, 광덕으로 감돌아 든 하늘아래 편안한 곳
흑성산이 삭풍을 막아내네.

8.에헤, 경치 좋고 풍류 좋은 우리 천안
인심이 좋아서 천안이라더라.

소리를 부탁드렸는데.거침없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인터뷰 하실때와 소리를 하실때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 대표적인 서도민요인 '난봉가' 소리를 부탁드렸는데.거침없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인터뷰 하실때와 소리를 하실때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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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균 교수는 20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천안 아리랑은 천안시의 지리적 특징과 지명유래 및 전설을 소재로 작사 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4절은 천안 삼거리에 전해지고 있는 능소 낭자의 아픈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딸을 데리고 유랑하던 아버지가 딸을 주막에 맡기면서 나무 지팡이를 꽂았고. 저 나무지팡이에 잎이 나면 찾아올 것이라 헛 약속을 했다고 하죠. 이후 박현수라는 도령으로부터 정을 빼앗기고 말았는데. 능소는 주막집 싸리문에 수건을 걸어 두고 눈물 마를 날 없이 살다가 죽어 버드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을 담고 있습니다.

5절은 부용의 절개를 담고 있습니다. 안남도 성천의 부용(1820~1869)은 부안의 이매창(1573~1610). 개성의 황진이(1506~1544 추정)와 함께 조선의 3대 시기(시에 능한 기생)로 꼽히는데요. 죽어도 못 잊을 평안감사였던 김이양을 따라 소실로 살다가 광덕산에 잠들어 있다고 전해집니다. 6절에서 8절 까지는 천안의 대표특산품 성환배, 입장포도, 천안의 명산인 광덕산과 흑성산을 배경으로 독립정신을 기리고, 풍류 높고 인심 좋은 고장임을 부각하고자 했습니다.

가락은 충청지방의 보편적음악구조인 미(mi)음계 메나리토리로 작곡을 했습니다. 장단은 비교적 율동적이며 신명난 자진모리장단으로, 후렴구 4장단, 노랫구4장단으로 구성했죠. 국내 각 지역에 아리랑이 많은데, 대부분 서정적 가사로  되어있고, 지역의 문화적인 내용를 담고 있는 곡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지역의 지명, 전설, 유래 등 지역의 특색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각 지역별로 14곡의 아리랑을 작사, 곡 했어요. 양주시의 경우 공무원들이 각 부서에서 '양주아리랑 부르기 대회'를 열어 유튜브에 올리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양주아리랑을 알리고 있기도 합니다."

소리꾼들이 소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무대가 생기고 대중들이 우리 소리를 찾고 소중하게 여긴다면 우리의 소리가 널리 알려지게 되고 보존되어 후손들에게도 훌륭한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서도민요, 천안아리랑을 보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들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것이 지켜지는 것이다.



태그:#성제선, #천안아리랑, #성천국악연구회, #서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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