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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소장이 세월호 강연을 하고 있다.
 김대호 소장이 세월호 강연을 하고 있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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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그 이후 대한민국은 침몰하기를 멈췄는가. 작년 4월 16일 대한민국은 잊을 수 없는 대참사를 겪었다.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로 전 국민은 슬픔에 빠졌고 안산 합동 분향소는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무능력, 선장의 무책임, 유병언의 악덕 경영 등으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결국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들의 계속된 진상규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못한 채 1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4일(월요일) 다준다연구소는 세월호 1주년을 맞아 특별한 강연을 열었다. 강연자는 '혹시 당신은 세월호 선장 아닌가?'라는 칼럼을 쓴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이었다. 김대호 소장의 세월호 강연을 듣기 위해 다준다연구소에는 10여명의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앉았다. 어두운 주제를 이야기하는 만큼 강연장의 분위기는 엄숙하고 진지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에서 무었을 배웠습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은 침몰하는 세월호 그 자체입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김대호 소장은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났음에도 변한 것이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원인을 정치에서 찾으며 4.16 비극의 본질적인 원인을 밝히고자 했다.

선과 악의 갈등이 되어버린 세월호 비극

"세월호 참사는 '합(合)의 쟁점'이 돼야 할 것을 정치권이 '갈등 쟁점'으로 바꿔 싸우다가 끝나버렸습니다. 사고 원인의 본질보다 나쁜 놈 찾기에 매진한 것. 정치권은 사고에 대한 분노를 대통령의 늦장 대처(잃어버린 일곱 시간), 유병언 일가 죽이기 등 자극적이고 편한 상대를 찾음으로써 돌렸습니다. 물론 정부의 무능력과 유병언에게도 책임을 물어 마땅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본질적인 원인을 이들에서 찾기에는 무리입니다."

김대호 소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여러 가지 의혹과 진상규명 밝히기에 소극적이고 선·악으로 나눠 싸움을 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또한 김대호 소장은 정치권에 의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족대책위원회 등 시민들의 자발적 조사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했다. 시민의 자발적인 조사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강연의 청중은 이것(시민의 자발적 조사)이 조사에 필요한 자본이나 권한을 일반 시민이 갖고 있지 않고 정부의 권한이 높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노후한 시스템

'선장과 승무원의 무책임 때문. 과도한 화물 선적 때문. 오래된 배의 운항 때문. 해경의 초기 구조 실패 때문.' 등 그간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한 수많은 추측과 심판이 있었다. 그러나 김대호 소장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시스템 부실로 보았다. 지금까지 나왔던 세월호 참사 원인은 결국 '재난안전시스템'과 '연안해운시스템'의 부실함으로부터 비롯했다는 것.

① 연안해운시스템의 부실함

"현재 연안여객선 운영은 99개 항로 중 85개가 독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점으로 운영되면 요금이 올라갈 수 있으니 요금규제가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독점 운영이니 경쟁이 필요 없고, 요금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업체는 비용 줄이기에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과도하게 화물을 선적하고, 낮은 비용의 선원을 채용하게 되는 것이죠."

김대호 소장은 '항로 독점'과 '요금규제'가 기업 내부 규율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기업과 선원의 무책임, 배신으로 이어진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부실한 연안해운시스템이 세월호 대 참사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② 재난안전시스템의 부실함

"해경 간부가 세월호 참사 구조에 대해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이라는 발언을 해 직위 해제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전해운시스템을 보면 이 해경 간부의 발언은 꼭 틀린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해경의 주요 업무는 경찰의 업무이고 구조 업무는 아주 드뭅니다. 따라서 해경의 구조 관련 훈련이 부족한 것. 대한민국 안전해운시스템에 구조에 관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은 초기 구조 실패라는 책임으로 해체되고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편입되었다. 김대호 소장은 안전 시스템의 재정비가 아닌 해경 해체로 구조의 체계성이 얼마나 나아질지에 대해 의심했다.

김대호 소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의 소모적인 갈등 부추기기는 그만두고 낙후한 시스템을 손볼 것을 말했다. 그난 세월호 참사가 단순히 많은 희생의 비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침몰이라는 두 개의 비극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반성하고, 비극을 딛고 성장한 것이 아니라 갈등으로 1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현실을 한탄했다.


태그:#다준다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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