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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진주에서 왜장을 안고 남강에 투신해 순국한 논개가 장수군 출신이라는 것과 무주·진안과 함께 전북의 고랭지로 오미자, 사과, 한우, 토마토 등이 유명하고, 최근 귀농·귀촌의 중심에 서 있는 장수군에 언젠가 농업 탐방을 가고 싶었다. 4월 25일과 26일, 장수군을 찾았다. - 기자 말

4월 26일(일) 아침이다. 숙소는 장수군 같이 조용한 작은 농촌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도 같은데 공기가 좋고 시설도 나름 괜찮아 편하고 좋았다. 아침은 리조트 1층에 있는 식당에서 북어해장국으로 했다. 술을 한잔해서 쓰린 위장을 달래주었다.

주논개 사당에서
▲ 논개의 영정 주논개 사당에서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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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다시 차를 타고는 농어촌공사가 전국의 5곳 조성한 전원주택 단지 가운데 하나인 장수읍 송천리의 '송학골 농어촌뉴타운'에 잠시 방문했다.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굴해 귀농·귀촌인이 조기에 안정적인 정착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100가구를 조성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다른 지방은 전부 분양이 완료되었지만, 장수군은 경사가 있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고 약간 외진 곳이라 그런지 아직 15채 정도가 미분양으로 비어있다고 했다.

돈이 조금만 있으면 가난한 나는 월세로라도 집을 얻어 몇 달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서울에서 2시간 30분이라는 공간적인 거리가 가깝지 않아서 마음을 먹기도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100평 정도의 대지에 30평 내외의 농가주택을 1억 5천만 원 정도에 분양을 한다고 하니 나름 괜찮아 보이기는 했다.

이곳으로 귀촌하여 출판사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잠시 만나고, 읍내를 오가면서 농산물 가공 및 유통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잠시 만났다. 아직 비어있는 집들이 있어 요즘에는 입주 조건에 귀농·귀촌이라는 단서가 없어져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장수군
▲ 경마체험장 장수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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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시 장수읍 승마로에 있는 '장수승마체험장'에 가서 잠시 말타기 체험을 했다. 장수군에는 이곳 이외에도 인근 천천면에도 승마장이 있어 주말이면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30분 승마기준으로 어른은 25,000원 청소년은 18,000원이다.

작은 시골 마을이다
▲ 장수읍 전경 작은 시골 마을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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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많은 나는 친구들이 말을 타고 있는 동안, 잠시 트로이목마를 닮게 만든 전망대에 올라 장수읍내를 살펴보았다. 큰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아파트가 3동 보이고, 간간히 관공서 건물처럼 보이는 높은 건물이 보이기는 했지만, 작은 분지 지형에 야트막한 건물들이 많은 것이 정겨웠다. 

이어서 장수군농업기술센터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장수군에서 생산되는 오미자와 사과를 이용하여 오미자청, 사과즙, 사과쨈 등을 만들고 있었다. 흔히 '해썹(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이라고 불리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인증을 받은 농산물가공제품을 만들고 있는 곳이다.

오미자
▲ 오미자청 가공공장 오미자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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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공개를 잘하지 않는 곳이지만, 사전에 미리 예약을 해둔 상태라 일행 모두가 덧신, 가운에 모자까지 쓰고는 내부를 잠시 살펴보았다. 오미자를 씻는 기계, 90일간 발효하는 발효 탱크, 병 주입기, 진공상태에서 사과를 가공하는 기계 등을 볼 수 있었다. 정말 깨끗한 시설에서 청결하게 가공품을 만들고 있었다. 시설을 둘러본 다음 맛본 사과즙과 오미자청을 가히 일품이었다.

장수군의 관민이 함께 지역의 농산물 가공과 판매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너무 보기에 좋았다. 특히 오미자청 가공공장은 오랫동안 야생 오미자 생산이 많던 장수군에서 새로운 소득품목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제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가는 길에 논개의 사당이 있다고 하여 잠시 그곳으로 갔다. 논개 사당에 있는 영정 그림이 너무 볼만하다고 해서 잠시 방문한 것이다. 지난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국가표준영정으로 지정을 받은 작품으로 충남대 윤영환 교수가 그린 것이라고 한다.

얼굴은 장수지역에 살고 있는 신안주씨 문중의 여러 인물 사진과 유전인자를 추출 분석하여 논개의 얼굴 모형을 찾았고, 머리모양과 의상 등은 시대의 유물을 고증했으며, 특히 10손가락에 반지를 낀 모습은 결연하고 역동적으로 보였다.

논개 영정
▲ 논개 논개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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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시선과 아미형(蛾眉形, 초생달이나 예쁜 여인의 눈썹 모양) 눈썹은 앞과 옆 어디서도 봐도 계속 사람을 따라 다니는 매력이 있어 좋았다. 나는 논개의 영정에 잠시 묵도를 드렸다. 넓은 경사면의 대지 위에 앞쪽에 호수가 있어 풍광도 남다른 곳이라 인상적이었다.

나오는 길에 만난 일본 교토 출신으로 한국에 19년 전에 시집온 한지희(한국인으로 귀화한 일본 사람) 통역안내원을 만났다. 그는 지난 10년 넘게 주로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임진왜란과 논개에 관한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고 하여 잠시 인사를 나누고 대화도 했다.

일본인으로서는 부끄러운 역사지만, 그래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귀화를 했고, 한글로 글을 쓰거나 우리말에 특별히 문제가 없어 활동을 열심히 하는 안내원이라고 한다.

이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서 서울로 가자. 점심은 이름도 유명한 뽕버섯전골로 맛있게 먹었다. 지역에서는 가장 성공한 귀농인으로 꼽히는 꾸지뽕나무와 뽕나무 수만 그루를 키우고 있는 처녀 농군이며 사업가인 장혜주 사장이 경영하는 곳이다.

뽕과 꾸지뽕으로 성공한 귀농인
▲ 장수군 귀농인 뽕과 꾸지뽕으로 성공한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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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단신 귀농하여 남들이 다 반대하는 뽕나무 재배를 시작했다. 처녀의 몸으로 밭과 식당을 오가면서 꾸지뽕과 뽕잎엑기스로 만든 버섯전골, 오리훈제, 복어찜, 갈비찜, 옻닭, 백숙 등을 팔고 있다.

우리가 먹은 뽕버섯전골은 온갖 버섯과 지역에서 재배한 10가지의 나물을 반찬으로 하여, 정말 최상의 보양식을 먹은 듯하다. 50대 처녀 몸으로 연로하신 부친을 모시고, 농사도 짓도 식당도 하는 모습에 보면서 너무 감동을 받았다. 정말 노력하면 맨바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귀감을 보는 듯하여 좋았다.

장수군
▲ 뽕잎버섯전골 장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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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을 위해 꾸지뽕과 오디를 냉동하여 팔기도 하고, 차와 아이스크림도 판매하여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모습에서도 감동을 받았다. 다음에 다시 장수에 오면 천천히 식사도 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졌다. 물론 농장에도 한번 방문하고 싶어진다.

이번에 장수에 와서 가장 기분 좋게 만난 사람이다. 뽕잎, 오디, 꾸지뽕을 장수군의 또 하나의 특산품으로 만들기 위해 뛰고 있는 성공한 귀농인의 모습을 보게 되어 너무 기쁘고 반가웠다. 자! 이제 다시 차를 타고 서울로 가자. 길을 조금 멀고 차는 밀릴 것 같다.


태그:#장수군, #논개 , #오미자 , #뽕잎, #꾸지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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