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해직된 MBC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가운데), 최승호 PD(오른쪽), 강지웅 전 노조사무처장이 2014년 1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MBC본부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하자, 서로 안아주며 기뻐하고 있다.
▲ MBC 해직 언론인들, 해고무효 소송 '승소' 판결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해직된 MBC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가운데), 최승호 PD(오른쪽), 강지웅 전 노조사무처장이 2014년 1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MBC본부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하자, 서로 안아주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9일 오후 2시 12분, 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 민사2부)의 짧은 한마디가 끝나자 법정 안에 있던 사람들은 우르르 퇴장했다. 정영하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노조)위원장은 복도로 나오며 동료와 얼싸안았다. 어떤 이는 눈시울을 붉혔고, 어떤 이는 "싸우길 잘했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은 2012년 방송의 공정성 보장과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간 파업을 벌였던 MBC노조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정영하 전 위원장 등 4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징계무효확인소송에서 2014년 1심 재판부(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합의13부·재판장 박인식 부장판사)와 마찬가지로 원고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기자들의 순수한 열정을 법원이 평가해줬다"

내용 면에서도 MBC노조는 또다시 완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 2012년 MBC 파업의 목적과 ▲ 공정 방송 요구가 파업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지 ▲ 회사의 징계처분이 적법한지 등 모든 쟁점에서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측의 주장과 달리 노조는 김재철이라는 특정한 경영자를 몰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정 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그 요구는 정당했으며 해고 등은 위법했다는 얘기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1심과 마찬가지로 언론사 파업의 정당한 목적이 무엇인가를 따진 부분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방송의 제작이나 편성, 보도 등 구체적인 업무 수행 과정에서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의 시정을 요구하며 쟁의하는 것은 근로조건에 대한 분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들은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나갔다"며 "(파업) 목적의 정당성 부분을 다 충족했다"고 했다.

'공정보도는 언론인의 근로조건'이라는 법원의 결론은 정영하·박성제 전 노조위원장과 이용마 전 홍보국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박성호 전 MBC 기자협회장, 최승호 전 PD 등 해직언론인들이 가장 환영한 대목이기도 했다.

2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해고·징계무효확인소송에서 또다시 승소한 최승호 PD, 정영하 전 MBC노조위원장, 박성제 전 노조위원장, 박성호 전 기자협회장(맨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날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김대웅)은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요구한 2012년 MBC노조 파업은 정당했고, 사측이 파업 참가자들에게 해고·징계처분을 내린 것은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해고·징계무효확인소송에서 또다시 승소한 최승호 PD, 정영하 전 MBC노조위원장, 박성제 전 노조위원장, 박성호 전 기자협회장(맨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날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김대웅)은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요구한 2012년 MBC노조 파업은 정당했고, 사측이 파업 참가자들에게 해고·징계처분을 내린 것은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 박소희

관련사진보기


선고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성호 전 회장은 "언론인들이 회사원에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언론인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했던 기자들의 순수한 열정을 법원이 평가해줬다"며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공적 책무를 다해야겠다는 우리의 소명을 법원이 제대로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박성제 전 위원장도 "언론인들이 공정보도를 위해 싸울 권리와 의무까지 명시한 판결"이라고 평했다. 최승호 PD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물론 MBC노조와 회사 간 법정 다툼이 종지부를 찍은 것은 아니다. 노조 집행부의 업무방해죄사건과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은 항소심 판결이 남아 있다. 업무방해죄는 5월 7일, 손해배상소송은 6월 12일에 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 나온다. 그런데 MBC노조는 두 사건의 1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계당했던 조합원들도 대부분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겨왔다.

29일 해고·징계무효확인소송 항소심까지 승리한 만큼 이용마 전 홍보국장은 "이미 사법부의 판단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정권 차원에서 MBC 문제를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며 "2012년 파업은 언론을 장악하려던 현 정부와 경영진에 대항한 싸움이었다고 법원이 인정했으니 정권도 사과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조능희 현 MBC노조 위원장은 회사의 노력을 요구했다. 그는 "이 자리에 있는 6명의 해고 상태가 3년을 넘기는 동안 그들과 가족을 보는 우리들도 상당히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MBC는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유능한 기자들은 일을 못 하게 해 신뢰도가 떨어졌고 시청률은 하락했다"며 "이것을 되돌리려면 현재 징계·해고된 사람들을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1심 판결] "김재철, 방송 공정성 위배했다" 법원, 방송 망가트린 MB에 일침
[업무방해죄 1심] MBC 노조 '업무 방해' 무죄... 재물손괴만 벌금형
[손해배상소송 1심] 법원 "MBC 195억 손배소 기각"... 사측 즉각 '항소'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MBC파업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