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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월 16일은 세월호 사건 1주기였고, 오는 6월 29일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0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런 큰 재난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크고 작은 문화예술 행사가 여기저기 펼쳐졌다. '문화예술이 과연 재난에 대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심각하게 고민하지도 않고 여기저기 행사를 위한 행사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지난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엄청난 대재앙을 우리는 잊을 수 없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영토는 초토화됐다. 수백 수천만 명의 사람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생활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하기에 바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문화예술계에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한 사회적 흐름이 이어졌다. 문화예술로 상처받은 후쿠시마 사람들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행사가 줄을 이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의 해이면서 '한일수교 50돌'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100년전 한일 두 나라의 특수한 관계를 경험해보지 못한 30, 40대 젊은 연출가와 작가가 있다. 작가는 한국 사람이고 연출가는 일본 사람이다. 이런 두 나라가 처한 역사적 상황을 조망하는 연극이 곧 만들어진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이라면 무엇보다 말하기가 조심스러울 것이고, 한일 수교 50돌을 기념한다면 양국의 두 젊은 제작진이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해결하는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다. 지금도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룬 공연들이 많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일 공동 제작진이 한 작품을 위해서 참여하는 작품은 이것이 유일무이하다. 성기웅(41, 12언어연극스튜디오 대표)과 타다 준노스케(39, 극단 도쿄데쓰락 대표)가 공동제작하는 창작연극 <태풍기담(颱風奇譚)>이 바로 그것이다.

성기웅과 타다 준노스케는 2013년에 초연된 <가모메>를 통해 제50회 동아연극상 3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동아연극상 사상 최초의 외국인 수상자로 선정될 만큼 많은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들의 작품은 서양의 고전 희곡을 한국과 일본 사이의 불행했던 역사 속에서 재생시키는 2중 언어의 연극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태풍기담>은 월리엄 셰익스피어가 말년에 발표한 낭만 연극 <템페스트>(The Tempest, 태풍)를 각색해 100년 전 한국와 일본 사이의 불행했던 과거사에 대한 이야기를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연극이다.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의 어느 카페에서 타다 준노스케를 만났다.

연극 <가모메>로 2013년 동아연극상 사상 최초의 외국인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의 타다 준노스케와 지난 21일 대학로의 어느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타다 준노스케 연극 <가모메>로 2013년 동아연극상 사상 최초의 외국인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의 타다 준노스케와 지난 21일 대학로의 어느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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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동일본 대지진도 그렇고, 재난 이후 문화예술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한 움직임이 많은 것 같다.
"후쿠시마 대지진을 소재로 한 연극을 만들어 일본 여덟 군데를 돌아다니며 공연했다. 후쿠시마에서 멀어지는 서쪽으로 갈수록 함께 아파하는 공감대가 떨어져서 충격을 받았다. 같은 일본인인데 낯설게 느껴졌다. 지금 일본에서는 경제 논리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또한 그 시도를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공동체에 대해 정직하고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같은 공동체에 속해도 모두가 동일한 감정을 갖기란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이 언제까지 후쿠시마 대지진을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고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 세월호 사고도 후쿠시마의 경우와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2014년 12월에 팽목항과 안산 단원고를 찾아갔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모이는 치유센터도 방문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 분들을 위해 연극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본인이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을 돕고 싶다. 그들의 아픔과 슬픔이 공동체 구성원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게 만들고 싶다. 모든 예술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어떤 사건을 상상하게 하고 상징적으로 압축시킨다. 좋은 작품이란 결국 잊히지 않는 이미지다."

- 재난을 대처하는 문화예술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지금 한국에서 겪는 세월호의 상처와 후쿠시마의 그것이 비슷한 점이 많다. 후쿠시마의 외곽 지역으로 갈수록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간다. 후쿠시마 사람들은 그것을 두려워한다. 잊혀져가는 것을... 문화예술과 연극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소중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다."

실제로 "재난을 대처하는 문화예술의 역할은?"이라는 질문은 지난 4월 18일에 치러진 어느 문화예술 공공기관의 신규직원 논술 문제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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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문화예술 전문 월간지<문화+서울>(문화플러스서울) 편집장을 지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다. sortir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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