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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금요일 저녁 <김이나의 작사법> 북콘서트가 광운대학교 동해문화예술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북콘서트를 주최한 출판사 문학동네는 유명 온라인 5대 서점을 통해 진행한 1차 이벤트에서 이틀 만에 1500여 명의 참여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2차 이벤트까지 진행하게 됐다. 이에 애당초 예상했던 인원보다 많은 2000여 명의 독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광운대학교로 대관 장소를 옮겼다. 북콘서트 특별 게스트로는 가수 박효신, 가인, 조형우, 작곡가 이민수,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이 함께했다.

첫 번째 초대 손님은 작사가 김이나와 특별한 친분이 있는 가수 가인이다. 김이나는 가인의 <피어나>를 작곡가 이민수와 함께 작업했고, 브라운 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어쩌다>를 작업했다. 가인은 조형우와 <브런치> 듀엣 앨범을 내기도 했는데, 이 곡 또한 김이나가 작사한 곡이다. 가인의 부드러운 눈빛을 볼 수 있는 곡이어서 좋아한다는 <브런치>를 가인과 조형우가 함께 불렀다.

두 번째 초대 손님은 이벤트 이틀 만에 1500여 명의 참여 신청자들을 몰리게 하는 데 일조한 가수 박효신이다. 박효신은 행사 시작 전부터 전광판을 가득 채우는 뮤직 비디오로 2000 여명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실제 무대 위로 박효신이 나타나자,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감탄이 박수 소리와 함께 터져 나왔다. 겨우(?) 두 달만의 만남인데도 팬들에게는 정말 긴 시간이었다고 말하듯이 말이다. 김이나는 자신의 "출연 제의에 박효신씨가 덜컥 승낙을 해주셔서 일이 커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아래는 두 사람의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

[김이나] 효신씨는 원래 공연을 앞두거나 앨범을 준비 중일 때는 다른 스케줄을 안 잡는다고. 목 관리에 전념한다고 알고 있어요.

[박효신] 잘 못해서. 두 가지를 못해요.

[김이나] 결벽에 (웃음) 가까울 정도로 철저하신 분이라, 소리에 있어서도 그렇고. 그래서 오신다고 했을 때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어요.

[박효신] 어유~ 왜 그러세요. 근데 되게 어색하네요. 작업할 때 편하게 있다 마이크 잡고 얘기하려니 어색하네요.

[김이나] 사실 저는 작업할 때 떨렸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웃음)... 그때 그 곡은 어디 갔나요?

[박효신] 아~ 그 노래요? 어디... 어디 갔어요? (두리번 두리번, 웃음)

[김이나] 언젠간 혹시 나올 수도 있겠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녹음이란 게 그렇거든요. 여러 곡이 준비가 되고 그 중에 극히 완성도가 완벽한 곡들만 여러분들은 들으시는 거예요. <Shine Your Light>도 그렇게 해서 나왔던 거고.

[김이나] 'Shine Your Light' 얘기 조금만 해주세요.

[박효신] 전에 가사들 보는 느낌하고 지금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중요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가사 한마디가 노래를 어떻게 흐름을 바꿔주고, 가사 한 마디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사랑 얘기만 필요한 게 아니고, 힘이 되는 노래들이 필요한데 아무 노래나 갖다 맞출 수는 없잖아요.

적절하게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되는 거죠. 전엔 어떻게 하면 가슴 아픈 사랑 얘기가 될까 아니면,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사랑 얘기가 될까 이런 초점이 있다가, 대중 가수라는 고정관념 안에서만 생각을 했는데요. 지금은 그런 노래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더 제가 그런 가사를 쓰는 것도 의미가 있고, 사랑 얘기도 제가 경험하는 또 다른 사랑 얘기를 넣으면 더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자꾸 하는 거죠.

[김이나] 효신씨가 20대 때 그랬던 거 같아요. 톤 자체에서부터 슬픔이 압축돼 있는 가수가 그때 당시에만 해도 없었죠. 근데 그것에 부응하려고만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셔도 많이들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대중 가수라는 고정 관념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애절한 발라드 가수라는 타이틀에만 부응하려고 하지 않는, 가수 박효신이어서 팬들은 더 그를 좋아하는 것 같다. 세 번째 초대 손님은 작곡가 이민수와 가수 조형우다.

작곡가 이민수는 가인의 <피어나>를 비롯해 작사가 김이나와 여러 곡을 함께 작업했고 <위대한 탄생 시즌1> 출신의 가수 조형우의 <아는 남자>도 함께 작업했다. 작사가 김이나와 친분이 두터운 만큼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작곡가 이민수는 박효신의 <눈의 꽃>을 준비해 왔다면서 음을 흥얼거리고는 급사과하는 엉뚱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수 조형우는 <Rain On Me>, <아는 남자>를 불렀다.

작사가 김이나가 "작사가는 작곡가가 곡을 안주면" 일이 없다고 운을 떼자, 작곡가 이민수가 "작곡가는 프로듀서가 일을 안주면" 일이 없다고 응수했고, 이에 가수 조형우가 "가수는 작곡가가 곡을 안주면"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거들자, 작곡가 이민수가 "그래~ 우린 모두 비정규직이야~"라 말하며 의미 있는 웃음을 줬다.

마지막 초대 손님은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이다. 현재 작사가 김이나의 소속사 대표기도 하다. 곡을 쓰고 작사를 하는 선·후배 사이로도 볼 수 있는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느껴졌다. 소소한 일상에서 가사의 소재를 얻는다는 김이나의 말에 윤종신은,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 "오~ 놀라워라~ 주님의 사랑~"을 <환생>의 도입부로 썼다며 그 곡의 수입은 헌금으로 많이 냈다고 했다.

<김이나의 작사법> 북콘서트는 2시간의 토크와 공연으로 알차게 꾸며졌고, 작사가 김이나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2천여 명의 인원이 참석하는 북콘서트를 진행한 출판사 문학 동네도 신속하고 친절한 일처리로 북콘서트를 잘 마무리했다.

끝으로 가수 박효신이 예상보다 일찍 나와 30여 분만에 토크와 <Shine Your Light>를 부르고 들어갔는데도, 관객이 빠져나가지 않고 그와 약속을 지켜 남아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박효신과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는 팬에게 그는 "우리 며칠 있다 보잖아요"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번 북콘서트에서 부른 <Shine Your Light>는 싱글 발표 후 처음으로 라이브로 부른 무대였고, 그래서 팬들도 기대가 컸다. 역시나 뮤직 비디오 소극장 버전을 보는 듯했다. <down on me down on you>를 정말 눈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는 감격과, 그의 발 장단에 맞춰 나도 모르게 발을 맞추고 있었다는 기쁨까지.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꿈 같았던 <Shine Your Light>는 너무나 짧은 한순간이었다.


태그:#<김이나의 작사법> 북콘서트, #박효신, #‘SHINE YOUR LIGHT’, #윤종신, #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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