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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상관저에서 발견된 '방사성 드론' 사건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옥상 위 파란색 가리개로 덮인 것이 드론이다.
 일본 수상관저에서 발견된 '방사성 드론' 사건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옥상 위 파란색 가리개로 덮인 것이 드론이다.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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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상관저 옥상에서 발견된 드론(소형 무인기)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경찰 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10시 40분께 일본 도쿄의 수상 관저 옥상에 드론 한 대가 떨어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관저 직원이 신입 직원에게 옥상 시설을 보여주기 위해 올라갔다가 우연히 찾아냈다.

이 드론은 직경 50cm의 쿼드콥터(프로펠러가 4개를 사용하는 방식) 형태이며 소형 카메라와 방사성 표식이 있는 자주색 페트병이 달려있었다. 경찰은 즉각 드론을 옮겨 정밀 조사한 결과 페트병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일본 수상관저 옥상에서 '방사능' 드론 발견).

페트병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세슘 134와 137로 확인됐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으로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에서 대량 방출된 물질로,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이 페트병의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최대 시간당 1마이크로시버트로 나타났다. 이는 총리 관저가 있는 지요다구의 평균 방사선량(지면으로부터 1m 높이)인 시간 당 0.05마이크로시버트의 20배에 달하지만, 인체에는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드론에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부상자도 없었으며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반둥회의(아시아·아프리카 회의) 60주년 기념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이었다.

"최고 보안 시설 뚫려"... 일본, 항공법 정비 검토

그러나 일본에서 가장 보안이 엄격한 수상관저에 방사성 물질이 담긴 드론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날아들었고, 이마저 관저 직원이 우연히 발견하면서 일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아직 자신의 소행임을 주장하는 단체나 개인의 성명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드론에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볼 때 아베 총리의 원전 재가동 추진에 반대하는 의도로 추정된다.

이날 일본 가고시마 지방법원이 가고시마 현의 센다이 원전 1·2호기 재가동을 금지하라고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아베 내각의 원전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일본 정부는 즉각 경찰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드론을 옮겨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누군가 의도적으로 수상관저에 드론을 날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출처를 찾아내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일본 항공법에 따르면 항공기 항로에서 150m, 그 외 지역에서는 250m 이상 고도로 비행할 때 사전 신고가 필요하다. 또한 드론 조종의 면허 제도가 없어 이번 경우는 항공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G20 정상회담, 도쿄 올림픽 앞두고 '긴장'

한 정책 보안 전문가는 NHK 인터뷰에서 "가장 보안이 엄격해야 하는 곳에 드론이 손쉽게 침투했다는 것은 테러 대책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규제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관저의 구조나 시설을 촬영해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2016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회견에서 "국가 행정의 중추인 수상관저가 테러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항공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상업용 드론이 보급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구입하고 조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본을 비롯해 미국 백악관, 프랑스 엘리제궁 등 국가 정상의 관저들이 드론에 보안이 뚫리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태그:#드론, #소형무인기, #아베 신조,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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