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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구조용 로봇의 아버지로 통하는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한국 이름 홍원서)을 두고 파퓰러사이언스와 워싱턴포스터가 붙인 찬사다.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개최한 '무인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3위로 입상하고, '시각장애인 드라이버 챌린지'에서 웨스라는 시각장애청년이 컴퓨터의 지시를 받아 실질적으로 운전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으며, 후쿠시마 원전 해결을 위해 로봇 투입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걸맞은 별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에 재직 중인 그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수습된 것이 없다며 자신의 팀이 개발하고 있는 로봇을 투입해 핵 연료봉을 제거하고 오염수의 유출을 막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군함 소방용 휴머노이드 '사파이어'(SaFFiR)를 개발하여 화재 진압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렇듯 재난 구조 로봇에 관심이 많은 그는 자신이 인문학적 성찰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사람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거치고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 판단되면 일을 진행한다고 한다. 로봇혁명시대를 선구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과 시스템을 가졌음에도 인간의 삶을 그릇되게 하는 공학은 의미가 없다는 의식을 가진 이 과학자를 '교육분야 안전 종합 대책'의 총괄자로 초빙하면 어떨까?

세월호 침몰 사고,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등의 원인이 된 안전 의식․안전시스템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부는 '생명 존중․안전사회 구현을 위한 교육 분야 안전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교육 시설에 대한 총체적 안전 점검과 관리를 통해 교육수요자의 신뢰를 얻고 유아부터 안전 교육․훈련을 강화하여 안전에 대한 의식을 공고히 하는 데 의의를 둔 대책이다.

이 대책에 따르면 2018년 초등학교 1․2학년 교과에 '안전생활'이 신설된다. 폐교를 활용하여 권역별로 종합안전체험관을 건설하고 발달 단계별로 7대 안전교육 표준안을 개발하려는 계획도 담겨 있다. 또 예비 교원(2016.3.입학생 기준)에 대해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실습을 실시하고 교사 자격 취득 검정 기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학교안전관리지도사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 교원임용고사 때 가산점을 주고 승진 시 보상해 주는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여러 법령에 분산되어 있는 안전교육 관련 사항을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로 일원화하여 학생들이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안전교육을 일정 시간 이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심폐소생술로 길에 쓰러진 50대 남성을 살린 이야기가 미담으로 전해졌는데 이러한 노력의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사회는 안전에 대한 의식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안전 매뉴얼이나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정착되지 않았다. 경북 구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크레인이 학교 건물로 넘어져 2층 옥상 난간 일부가 파손되었음에도 인명 피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며칠 동안 방치해 놓은 사실이 드러났다. 충남의 한 대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는 다수의 근로자들이 안전 장비를 차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철 구조물을 용접하는 곳 주위에 소화기가 하나도 없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학교에서 비상벨은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지 오래 되었다.

이와 같이 안전 불감증이 사회에 만연해 있으니 안전에 대한 주의를 조금이라도 기울이면 소심한 사람 취급하는 문화는 자연스런 귀결일 수도 있겠다. 이럴 때 인간의 삶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는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을 불러 학교 안전사고 예방용 로봇을 제작·보급해 달라고 요청하면 어떨까?

로봇이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며 안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위험하거나 위험의 가능성이 감지된 부분이 있으면 즉각 해결하면 어떨까? 로봇이 학교 앞에서 노란색 교통 신호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교사와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 로봇이 한 마음이 되어 사후 처리가 아닌 사전 예방의 '안전지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태그:#데니스 홍, #홍원서, #로봇, #안전,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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