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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시교육연수원이 진행한 초등교원 대상 연수가 때 아닌 '정치 중립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이날 연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TV조선> 엄성섭 앵커처럼 말해 보라'는 지시가 있었다. 이같은 강사의 지시에 연수생들은 박 대통령을 따라 하는 식으로 실습했다. 일부 연수생은 "정치 중립성 위반"이라면서 현장에서 항의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눈을 내리니 친밀감, 이정희는 도전적"

지난 13일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진행한 초등교원 대상 연수에서 장 아무개 강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나온 PPT화면을 연수생에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진행한 초등교원 대상 연수에서 장 아무개 강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나온 PPT화면을 연수생에게 보여주고 있다.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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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에 따르면, 강사로 나선 장아무개씨(전 아나운서)는 지난 13일 오후 '전략적 강의 스킬'이란 주제로 3시간 동안 강의했다. 연수생들은 수석교사·교감·교장 등 중견급 초등교원 90여 명이었다.

이 강의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강사는 PPT화면에 지난 2012년 대선 토론 당시의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표의 모습을 보여준 뒤, 박 대통령의 시선 처리를 따라 배우게 했다. 다음은 연수생들이 증언한 강사의 발언 내용이다.

"여자 1호(박근혜)가 눈을 아래로 내리고 있다. 어머니와 같은 친밀감이 있다. 여자 3호(이정희)는 눈을 위로 뜨니 도전적이다. 가운데 남자 2호(문재인)는 존재감이 하나도 없었다."

박 대통령은 엄성섭 앵커의 동영상 자료화면에서도 다시 등장했다. 엄 앵커는 지난 3월 "쓰레기" 발언으로 막말 뉴스 논란을 빚었다.

강사는 엄 앵커의 발언 방식을 '누르기 강조법'의 사례라며 동영상으로 보여준 뒤, 특유의 말투를 따라하도록 했다. 다음은 강사가 따라하도록 한 발언 내용이다.

"TV조선 뉴스 특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결과를 가지고 대한민국에 귀환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첫 방미를 한 박근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북한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강의를 들은 한 교사는 "미래혁신교육을 가르치는 줄 알고 갔더니 박 대통령의 시선처리를 따라하게 하고, 다른 정치인을 비하하는 내용이었다"면서 "해당 강사가 의도적으로 그런 자료를 썼다고 본다, 연수원이 이런 기본 검증도 없이 강사를 쓸 수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교사에게 '막말 TV조선 앵커' 발성법 따라하라니"

 서울교육연수원 연수자료집에도 실린 엄성섭 앵커의 발언 내용.
 서울교육연수원 연수자료집에도 실린 엄성섭 앵커의 발언 내용.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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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교사도 "수업혁신을 한다고 초등 교원들을 불러놓고, 막말을 한 TV조선 앵커의 발성법을 따라 하라니 제 정신이냐"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해당 강의를 진행한 장씨는 "연수생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장면이기 때문에 대선 토론회 모습을 보여준 것이지 정치적인 의도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씨는 "박 대통령에 대해 '어머니와 같은'이란 표현도 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서울시교육연수원은 "미리 PPT자료를 확인하지 못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정치중립성 위반이라는 돌발 상황에 대해서는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해당 강사 또한 더 이상 연수에 부르지 않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근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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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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