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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토요일 오후 10시 5분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사가 열린 서울 광화문. 물대포가 여기저기서 밤하늘을 가르고 최루액이 분사되며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가는 현장. 그 옆으로 아무도 없는 차벽에 교복을 입은 여고생 3명이 모여 있었다.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 끄적이고 있었다.

광화문 집회에서 여고생들이 경찰차벽에 붙임쪽지를 붙여가며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 차벽 앞 여고생 광화문 집회에서 여고생들이 경찰차벽에 붙임쪽지를 붙여가며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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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집회현장 부근에서 세 명의 여고생이 경찰차벽에 붙인 붙임쪽지.
▲ 여고생의 붙임쪽지 광화문 집회현장 부근에서 세 명의 여고생이 경찰차벽에 붙인 붙임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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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월호를 추모하려 학교와 학원이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에 왔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추모를 하러온 곳은 저희 생각과는 다르게 매우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경찰들은 우리에게 물대포를 쏘며 유가족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추모가 잘못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광화문 집회현장 부근에서 세 명의 여고생이 경찰차벽에 붙인 붙임쪽지.
▲ 어느 여고생의 붙임쪽지 광화문 집회현장 부근에서 세 명의 여고생이 경찰차벽에 붙인 붙임쪽지.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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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3이다. 나는 어른들이 우리를 지켜줄 줄 알았다."

"나는 친구를 때린 적도 없고 교칙을 어기지도 않은 모범적인 학생이었는데, 추모하러 왔더니 불법 시위자가 되었다."

광화문 집회현장 부근에서 세 명의 여고생이 경찰차벽에 붙인 붙임쪽지.
▲ 어느 여고생의 붙임쪽지 광화문 집회현장 부근에서 세 명의 여고생이 경찰차벽에 붙인 붙임쪽지.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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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어른들이 그런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공부나 해.' 몇몇 친구들도 그런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수능이 중요하지.'"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이건 비단 세월호에 국환되는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에 관한 문제다."

"내가 역사를 배우면서 무슨 생각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분명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 배웠는데, 이제는 교과서가 의심스럽다."

"나는 뭣도 모르는 학생이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다. 이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글이 빼곡하게 적힌 붙임쪽지는 거대한 차벽에 비해 너무나 작았다. '후' 불면 떨어질 듯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던 시민들은 그녀들이 남긴 메시지를 꼼꼼히 훑었다. 저마다 핸드폰 사진을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기도 했다.

학생들이 쪽지를 남기던 시간(오후 10시 5분), 그로부터 약 2시간 뒤면 4월 19일이었다. 젊은 사자들이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섰던 날이다. "어머니, 데모에 나간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가 데모를 하겠습니까?"라는 편지를 남기고 나간 깻잎머리 여중생이 지는 꽃잎이 돼 되돌아온 '4·19혁명의 날'이었다.

무엇이 그녀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의심하도록 만들었을까. 55년이 흐른 2015년 4월 18일 밤, 왜 1960년 추운 봄날을 떠올리게 했는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블로그에도 중복게재합니다. (blog.naver.com/touchpaint)



태그:#세월호 참사 1주년, #광화문 시위, #붙임쪽지, #여고생, #경찰차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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